"원청교섭 쟁취로 '평등하고 안전한 일터' 꼭 만들고 싶습니다"

[인터뷰] 김영아 금속노조 전북지부 현대그린푸드전주지회장

등록 2026.07.08 15:15수정 2026.07.0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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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원청이 하청 노동자들의 '진짜 사장'이라는 노동위원회 판단이 6월 15일 나왔다. 이날 울산지방노동위원회(아래 울산지노위)는 현대차를 상대로 하청 노동조합 10개 지회(전체 조합원 1675명)가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신청' 사건에서 인정 판정을 내렸다.

현대차에 교섭을 요구한 하청노조 10곳은 현대차 울산·아산·전주 공장과 남양연구소에서 생산공정 및 연구지원을 담당하는 현대차비정규직지회, 구내식당 노동자들로 구성된 현대그린푸드지회, 판매대리점 카마스터로 구성된 자동차판매연대지회, 공장 보안·경비 업무를 담당하는 현대차보안지회 등으로 사내하청뿐 아니라 식당·보안·판매(특수고용) 노동자도 포함됐다.

그러나 울산지노위의 사용자성 인정 범위는 판정이 이뤄진 날로부터 한 달가량 걸리는 결정문 송달일 직후에야 알 수 있다. 현재로서는 조합원들이 수행하는 업무 성격과 고용관계에 따라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가 엇갈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앞서 금속노조는 3월 10일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첫날 현대차에 교섭 요구 공문을 보냈지만, 현대차가 '사용자성이 없다'는 취지로 이를 거부하자 울산지노위에 이번 시정신청을 제기한 것이다. 원래 교섭요구 사실공고 시정신청은 개정 노동 조합법상 '20일 이내' 처리해야 하지만, 울산지노위가 세 차례에 걸쳐 심문회의를 열면서 처리기한도 훌쩍 지나버렸다.

게다가 현대차가 판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가능성도 크다. 비교적 신속하게 처리된다는 노동위원회 절차가 이럴진대, 행정소송 3심(대법원)까지 갈 경우엔 수년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 원·하청 교섭 상황에서 보듯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에도 진짜 사장과의 교섭은 난맥상을 거듭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100일을 맞은 지난 6월 17일,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급식 조리원으로 25년째 일해온 금속노조 전북지부 현대그린푸드 전주지회 김영아 지회장을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인근에서 만났다.

 2026.6.17. 김영아 지회장(왼쪽)과 최옥순 수석부지회장이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원청교섭 촉구 선전전을 진행 중인 모습.
▲ 2026.6.17. 김영아 지회장(왼쪽)과 최옥순 수석부지회장이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원청교섭 촉구 선전전을 진행 중인 모습.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하청 임금, 사실상 원청 노사협상 결과에 따라 매겨져"


이번 울산지노위 판정에서 핵심은 현대차가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였다. 구내식당 노동자들도 원청 현대차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라고 김 지회장은 말했다.

"25년 동안 직접 경험한 바로는 현대차가 현대그린푸드 식당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한다는 걸 확신합니다. 우리는 현대그린푸드와 자체적인 임단협을 체결하지만, 임금이나 성과금에 대해서는 그간 하청 노사가 서로 공방할 일이 없었어요. 왜냐면 여태껏 식당노동자의 임금과 복지는 원청 임금협상 결과에 종속돼 왔기 때문이에요. 휴일이나 근무시간 변동도 현대차의 생산 캘린더를 기준으로 이뤄지고요."


구내식당 리모델링 공사처럼 작업환경 개선에 큰 비용이 드는 때에도 원청이 나서지 않으면 달리 방도가 없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현대차 전주공장은 4년 전에 구내식당 전체를 순차적으로 리모델링 했다고 한다. 지회에서는 식당 개· 보수 공사 과정에서 사고 빈도가 높은 하수구의 위치 변경을 요구하는 등 개선사항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전달했지만, 노동자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였다.

"저희 나름대로 개선이 절실하다고 본 부분들을 건의했어요. 그런데 당시 저희 대화 상대는 현대차가 아니라 현대그린푸드 업장의 담당자였거든요. 결국 저희가 건의한 내용 대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리모델링 공사를 다 마치고 나서 작업장에 가봤거든요. 그랬더니 트럭식당 세정실 집진설비를 잘라버려서 세정 작업할 때마다 천정에서 물이 비 오듯 쏟아지는 거예요. 이런 상황을 3년이나 견뎌야 했어요. 하는 수 없이 여기서 근무하는 우리 조합원들, 작은 우산이 달린 모자를 눌러쓴 채 일해야만 했습니다."

김 지회장은 노조 집행부를 맡은 2024년도부터 원청과 만나게 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하지만 '사용자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원청과의 만남은 한 차례도 성사되지 않았다. 김 지회장은 '작업환경 개선 문제로 1년 가까이 사측과 줄다리기했다. 당시 원청이 수용한 것은 세정실에 작은 창문 한 칸 터 준 게 전부였다'고 주장했다.

"창문 하나 내는 데 1년이나 싸워야 하는데, 집진설비 개선은 엄두도 못 내는 형편이었죠. 제가 노사협의회 시절부터 노동조합 집행부까지 현대차 원청을 마주한 건 딱 한 번뿐이었어요. 2019년 11월 29일 트럭식당 앞에서 우리 조합원이 현대차 직원이 운전하는 3.5톤 지게차에 치이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퇴직을 한 달 앞둔 이 조합원은 생명은 건졌지만 10회에 걸친 수술에다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에요. 당시 사고로 현대차 환경안전팀과 전주위원회(정규직노조), 현대그린푸드 점장, 그리고 지회장인 저까지 대책회의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조리흄 위험에도 '무대책' 일관하는 원청

학교 급식실 노동자의 폐암 산재 문제가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여전히 급식실 작업환경 개선은 더디기만 하다. 현대차 구내식당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들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식당 노동자들의 폐 질환은 단순히 '개인 건강상 문제'가 아니라며 김 지회장은 목청을 높였다.

"폐 질환에 걸리는 조합원들이 많은 건 조리흄 때문이기도 하지만, 환기할 창문 하나 없는 좁은 휴게실에 떠다니는 미세먼지, 주방이랑 세정실에서 쓰는 세척제 등도 큰 원인이에요. 주방 안 간이벽을 쳐서 만든 휴게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공간이고, 세척제에 든 수산화나트륨은 사람의 피부와 폐를 손상시키는 유해화학물질이죠. 이런 환경 속에서 우리 식당 노동자들은 만성기침과 폐 기능 장애를 안고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폐 이곳저곳에 양성폐결절 소견이 나왔고 폐 섬유화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폐 섬유화라는 건 장시간 유해한 공기를 마시면서 폐가 흉터처럼 굳고 숨을 내쉬는 기능까지 떨어지는 만성적인 폐 손상을 말합니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트럭식당의 세정실 내부 전경. “열악한 통풍 및 환기 여건 좀 바꾸자고 저 창문 하나 내느라 4년이 걸렸어요.”
▲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트럭식당의 세정실 내부 전경. “열악한 통풍 및 환기 여건 좀 바꾸자고 저 창문 하나 내느라 4년이 걸렸어요.” 현대그린푸드전주지회

식당 노동자들의 폐암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한 지회는 2024년 상반기부터 2025년 3월까지 저선량 폐CT 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조리원의 80%, 단시간노동자인 조리보조 72%가 폐 질환 유소견자로 나타났다.

"집에서 고등어를 구울 때 환풍기만 틀어도 미세먼지 발생량이 10분의 1로 줄어든대요. 그런데 우리 식당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집진설비도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구이를 하면 1회당 2~3시간은 기본이고요. 통닭이 나가면 5시간 내내 무쇠 가마솥 앞에서 각종 유해물질을 흡입하느라 마른기침을 하게 됩니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기본적인 숨쉬는 것조차 힘들어지는 상황인 거잖아요. 집진설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환경에 노동자를 내몰면서 어떻게 이게 원청 책임이 아닌가요?"

진짜 사장과 교섭장에서 마주앉는 그날까지

6월 15일 울산지노위는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 공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현대차에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교섭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 지회장은 울산지노위의 결정으로 원청 교섭의 물꼬를 텄다고 보긴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6월 1일 울산지노위에서 열렸던 심문회의에서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들 행태를 보면서 고용노동부가 과연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곳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노조가 제출한 증거가 명확하다 보니 인용 결정은 내려졌지만, 여태까지 울산지노위가 보여준 모습을 생각하면 교섭의제나 인정단위를 최대한 축소하려고 들 게 뻔해 보입니다."

지나친 낙관보다는 오히려 냉정하게 현실을 보는 게 한 걸음 더 나아갈 동력이 된다고 김 지회장은 말했다. 그래도 내일 당장 원청교섭에 나서게 된다면 어떤 교섭 의제를 맨 앞에 내걸고 싶은지 물었다.

"우리 1번 과제는 조리보조의 조리원 전환이에요. 현대그린푸드 전주에서 조리보조 근속 연수가 10년 가까이 되거든요. 최근 '차별시정' 조치에 따라서 조리원이랑 조리보조는 동일작업을 수행할 수 없게 돼 있어요. 그래서 우리 조리원들은 세정실에 들어가지 않거든요. 그런데 조리보조도 조리원으로 전환되면, 이제 조리원도 세정실에 들어가야 하니 이걸 못마땅하게 여기는 조합원들도 물론 있겠죠. 하지만 '동일노동-동일임금'은 반드시 쟁취해야 하는 과제라고 보고 있어요. 그리고 안전보건과제 1순위로는 당연히 집진설비 개선이죠! 다음으로 꼭 해야하는 건 제대로 된 휴게공간 하나라도 만드는 거고요!"

김영아 지회장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원청교섭을 통해 쟁취하고 싶은 요구들이 그리 거창한 것도 아닌 듯했다. 그저 현대차 구내식당의 모든 노동자가 좀 더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일하기를 바라는 마음,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요구 아닌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7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임용현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현대그린푸드 #원청교섭 #현대자동차 #조리노동자 #노란봉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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