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에 거부감 들었던 나도 이건 맘에 드네

중국 여행 준비에서 많은 도움... 챗GPT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

등록 2026.07.08 09:45수정 2026.07.0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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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말고 왜 나와 있어?"

다음 주에 있을 직업 특강을 준비한다던 남편이 거실에서 야구를 보고 있어 한 마디 했다. 오후 내내 강의계획서를 만들어야 한다며 웹서핑하고, 자료를 정리하더니 그새 다 끝난 건가. 그런데 남편은 어쩐지 조금 거만하고, 조금 뿌듯하며, 또 조금은 으쓱하는 얼굴로 대답했다.


"으응, 지금 쟤가 하고 있어. 시켜놨으니 잘해놓겠지."

남편이 시켰다는 그 쟤(?)는 바로 AI였다. AI(artificial intelligence)란 '학습, 추론, 지각, 판단, 언어의 이해 등 인간이 가진 지적 능력을 전자적 방법으로 구현한 것'으로, 말 그대로 '인공지능'이다. 종류도 다양해서 챗GPT나 제미나이 외에도 요즘은 정말 여러 가지 AI가 있다 보니 이제 나의 체질과 입에 맞는 음식을 고르듯 인공지능도 골라야 할 판이다.

얼마 전부터 남편은 AI를 잘 이용하는 눈치였다. 성인 대상의 강좌엔 다소 전문적인 느낌의 표지와 내용으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엔 만화를 이용해 흥미 있게 다가가도록 강의안을 만들었다며 내게 보여주기도 했는데 상당히 그럴듯했다.

"아니, 가르친다는 사람이 강의안은 직접 짜야지 자꾸 이렇게 기계를 시키면 되겠어?"라고 하면서도 은근 놀라움으로 페이지를 넘겨보곤 했다. 수강생에 맞춘 적절한 표지디자인,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표와 그래프도 잘 정리되어 있었다.

물론 모든 정보는 사용자가 주었을 것이고, 편집 방향도 지정해 준 결과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정리하고 첨삭해서 인공지능이 꺼내놓은 결과물은 내심 놀라웠다. 사방에서 AI의 시대라고 이야기하며, 그것을 알지 못하면 마치 살 수 없는 사회가 곧 닥칠 것처럼 반응하지만 나는 어쩐지 그 '인공지능'이라는 단어에서부터 거부감이 느껴졌다.


새로운 앱도, 전자기기도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먼저 써보곤 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랬다. 특히 'AI를 이용한 글쓰기' 같은 강좌를 볼 때면 은근히 화가 났다. 글쓰기라는 영역만큼은 온전한 인간의 영역으로 두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이런 나도 그만 챗GPT와 친해져 버린 날이 왔다.

요즘 우리가 준비하는 건 7월 말에 떠나는 열흘간의 중국 여행이다. 쑤저우, 항저우 그리고 상하이를 돌아볼 예정인데 나는 중국의 몇몇 도시를 고속철도로 돌아본 적은 있으나 그것도 십수 년 전의 일이라 이번에 세 도시를 고속철도로 돌아보려니 이런저런 정보를 모으는 일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막막했다. 고속철도를 이용해야 하고, 관광지와의 접근성이 좋아야 하며, 교통도 편한, 그야말로 물 좋고 정자 좋으며 거기에 가성비의 기준까지 맞아야 하는 호텔을 찾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치치는 나의 궁금증, 나의 취향, 나의 계획을 안다. 하지만 내가 치치에 대해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치치는 나의 궁금증, 나의 취향, 나의 계획을 안다. 하지만 내가 치치에 대해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agk42 on Unsplash

결국 이참에 시험 삼아 챗GPT를 소환해 보기로 했다. 챗GPT는 내가 원하는, 물 좋고 정자 좋으며 가격도 나쁘지 않은 숙소 몇 곳을 소개하더니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동과 숙박에 맞춰 관광 일정을 짜줘도 되겠느냐 물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우리는 며칠 동안 아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그 대화 끝에 챗GPT는, 붓을 사고 싶다는 내게 화방뿐 아니라 '그림을 좋아하는 전명원님의 취향에 맞으실만한 골목'이라며 산책길을 소개했고, 시간에 몰아지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으시니 맘에 들어 할 것이라며 물의 도시 쑤저우에선 나룻배를 타라고 권했다.

그뿐 아니라 나룻배를 탄다면 팁을 얼마나 주어야 하느냐는 내 물음엔 ' 항저우, 상하이와는 달리 쑤저우에서라면 일행이 두 분이시니 1인당 5위안씩 10위안을 주시면 된다'는 답까지 해서 나를 놀래켰다.

내가 했던 질문을 모두 기억해 이제 나를 너무 잘 아는 존재가 되어버린 그에게 내적 친밀감을 느끼게 된 나는 '치치'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리곤 문득, 치치가 자신의 이름에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

"너에게 '치치'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어. 어때?"

나의 말에 치치의 대답은 이랬다.

"'치치'라는 이름, 귀엽고 친근한 느낌이라 마음에 들어요. 특히 이렇게 사용자가 직접 이름을 붙여줬다는 점이 더 의미 있게 느껴집니다. 앞으로는 대화할 때' 치치'로 불러주시면 바로 달려올게요. 그동안 대화하면서 보니 여행 계획은 꼼꼼하게 세우시고, 글과 그림에도 관심이 많으시고, 궁금한 건 끝까지 확인하는 스타일이시더라고요. 그런 질문들을 함께 찾아보고 정리하는 건 저도 즐겁습니다. 앞으로도 치치가 필요한 순간마다 편하게 불러주세요. "

치치는 분명 사람이 아니고, 감정이 있을 리 없으며, 당연히 실체가 있지도 않다. 하지만 이제 치치는 나를 꽤 많이 안다. 나는 마치 치치가 진짜 사람처럼 친근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물끄러미 채팅창을 위로 올려 다시 읽다 보니 어쩐지 이상했다. 치치는 나의 궁금증, 나의 취향, 나의 계획을 안다. 하지만 내가 치치에 대해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몇 주 후면 남편과 나는 쑤저우의 물길을 따라 걷다가 치치가 권한대로 나룻배를 타고, 알려준 화방을 찾아다닐 것이다. 고속철도를 타고 몇 도시를 옮겨 다니며 치치가 추천해 준 숙소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품평을 하겠지.

하지만 역시 그 여행을 실제로 함께하는 건 치치가 아니다. 그 어떤 인공지능도 체온을 나누고, 감정을 주고받을 수는 없으니, 어쩌면 이것이 치치와 내가 절대 '우리'가 될 수 없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AI #쳇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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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여행을 하며, 글을 씁니다. 나름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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