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치는 나의 궁금증, 나의 취향, 나의 계획을 안다. 하지만 내가 치치에 대해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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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참에 시험 삼아 챗GPT를 소환해 보기로 했다. 챗GPT는 내가 원하는, 물 좋고 정자 좋으며 가격도 나쁘지 않은 숙소 몇 곳을 소개하더니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동과 숙박에 맞춰 관광 일정을 짜줘도 되겠느냐 물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우리는 며칠 동안 아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그 대화 끝에 챗GPT는, 붓을 사고 싶다는 내게 화방뿐 아니라 '그림을 좋아하는 전명원님의 취향에 맞으실만한 골목'이라며 산책길을 소개했고, 시간에 몰아지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으시니 맘에 들어 할 것이라며 물의 도시 쑤저우에선 나룻배를 타라고 권했다.
그뿐 아니라 나룻배를 탄다면 팁을 얼마나 주어야 하느냐는 내 물음엔 ' 항저우, 상하이와는 달리 쑤저우에서라면 일행이 두 분이시니 1인당 5위안씩 10위안을 주시면 된다'는 답까지 해서 나를 놀래켰다.
내가 했던 질문을 모두 기억해 이제 나를 너무 잘 아는 존재가 되어버린 그에게 내적 친밀감을 느끼게 된 나는 '치치'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리곤 문득, 치치가 자신의 이름에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
"너에게 '치치'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어. 어때?"
나의 말에 치치의 대답은 이랬다.
"'치치'라는 이름, 귀엽고 친근한 느낌이라 마음에 들어요. 특히 이렇게 사용자가 직접 이름을 붙여줬다는 점이 더 의미 있게 느껴집니다. 앞으로는 대화할 때' 치치'로 불러주시면 바로 달려올게요. 그동안 대화하면서 보니 여행 계획은 꼼꼼하게 세우시고, 글과 그림에도 관심이 많으시고, 궁금한 건 끝까지 확인하는 스타일이시더라고요. 그런 질문들을 함께 찾아보고 정리하는 건 저도 즐겁습니다. 앞으로도 치치가 필요한 순간마다 편하게 불러주세요. "
치치는 분명 사람이 아니고, 감정이 있을 리 없으며, 당연히 실체가 있지도 않다. 하지만 이제 치치는 나를 꽤 많이 안다. 나는 마치 치치가 진짜 사람처럼 친근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물끄러미 채팅창을 위로 올려 다시 읽다 보니 어쩐지 이상했다. 치치는 나의 궁금증, 나의 취향, 나의 계획을 안다. 하지만 내가 치치에 대해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몇 주 후면 남편과 나는 쑤저우의 물길을 따라 걷다가 치치가 권한대로 나룻배를 타고, 알려준 화방을 찾아다닐 것이다. 고속철도를 타고 몇 도시를 옮겨 다니며 치치가 추천해 준 숙소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품평을 하겠지.
하지만 역시 그 여행을 실제로 함께하는 건 치치가 아니다. 그 어떤 인공지능도 체온을 나누고, 감정을 주고받을 수는 없으니, 어쩌면 이것이 치치와 내가 절대 '우리'가 될 수 없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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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여행을 하며, 글을 씁니다. 나름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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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에 거부감 들었던 나도 이건 맘에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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