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부지법 폭동을 촬영하기 위해 법원에 진입했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정윤석 다큐멘터리 감독이 지난 4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 원형 유지 판결 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유성호
정윤석은 제1심에서 건조물침입이 인정되어 2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제1심 판결의 논리는 이렇다.
"정윤석이 다큐멘터리 촬영을 목적으로 법원 경내에 들어간 것이라 하더라도, 법원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사실을 인식하고 법원 안으로 진입한 이상 '침입'의 고의가 인정된다. 정윤석이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하여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된 정치적·역사적 상황을 촬영하고 있었고, 이 사건 당시에도 그 촬영을 위하여 법원 경내에까지 진입한 사실, 정윤석이 법원 경내에서 경찰에 물리력 등을 행사하지 않고 촬영만 한 사실은 인정되나, 정윤석에게 개인적으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을 표현의 자유 내지 예술의 자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개인적인 작품 활동의 경우에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보도 목적이 명백한 언론기관과 비교하여 그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한지 등 '정당행위'의 성립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정윤석이 시위대가 강제로 개방한 후문을 통해 법원 경내로 들어간 이상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고, 법원 경내에까지 진입하지 않더라도 다큐멘터리 제작이 필요한 영상을 어느 정도 촬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긴급성이나 보충성도 인정될 수 없다."
이러한 제1심 판결의 논리는 항소심과 상고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질문들 : 구별을 묻다
이제 사실관계로 다시 돌아가 질문해보자.
이미 시위대에 의해 개방되어 누구의 제지도 없이 후문을 통해 법원 경내로 진입하여 후문 인근 울타리 끝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현장을 촬영한 행위는 '침입'인가, '침입'이 아닌가.
정윤석의 '촬영'은 특정 언론사 소속 기자의 '촬영'과 국민의 알 권리 측면에서 무엇이 다른가. 반드시 언론기관에 소속되어 있어야만 '저널리스트'인가, 이러한 소속 여부로 형사처벌 대상을 나눌 수 있는가.
더 나아가, 정윤석의 행위에 서부지법 폭동을 일으킨 자들과 같은 정도의 가벌성이 존재하는가.
법원은 실패했다
'침입'의 개념은 건조물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건조물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다(대법원 2022. 3. 24. 선고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정윤석은 05:15경 법원 내에서 발생한 파열음을 인지하고 현장을 기록하기 위해, 이미 시위대에 의해 개방되어 사실상 통제력을 상실한 후문을 통해 별다른 제지 없이 경내에 진입했다. 이후 그는 후문 인근 울타리 끝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시위대와 물리적·행태적으로 거리를 유지한 채 촬영을 시작했으며, 약 2~3분 후 시위대와 함께 체포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태양을 살펴보면, 정윤석의 진입은 시위대에 의해 이미 발생한 사실상 평온에 대한 침해 상태를 추가적으로 가중시키거나 새로운 형태의 침해를 발생시켰다고 보기 어렵다. 즉, 그의 행위는 '침입' 개념의 행위태양으로서 독자적인 위법성을 갖는다고 평가하기 곤란하다.
무엇보다, 본 사안에서 시위대는 구속영장 발부에 항의하며 폭력적 방법으로 법원을 공격할 의사와 행위를 통해 사실상 평온을 적극적으로 침해한 주체인 반면, 정윤석은 사후적 기록을 위한 관찰자적 지위에서 제한적·비개입적으로 현장에 존재했다. 이러한 행위태양의 차이를 구별하지 않고 양자를 동일한 '침입'으로 평가하는 것은 '침입'이라는 구성요건 해당성 판단에서 요구되는 개별적·구체적 평가를 결여한 것이다. 즉, 시위대와 기록자라는 서로 다른 역할과 목적을 같은 잣대로 묶어 버린 셈이다.
이 판결들에서 가장 비판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부분은 정당행위 성립 여부와 관련하여 '언론기관 소속 여부'를 사실상 본질적 기준으로 삼은 점이다. 법원은 사건 당일 동일하게 시위대와 함께 법원 건물에 진입하였음에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은 특정 언론사 기자의 사례와 본 사안을 달리 볼 근거로, 정윤석이 언론기관에 소속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보다 엄격한 판단을 적용했다. 그러나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성립 여부에 있어 행위자의 소속은 본질적 요소가 될 수 없다.
현대 사회에서 정보 전달과 공론 형성의 방식은 전통적 언론기관에 한정되지 않고,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자, 1인 미디어, 디지털 플랫폼 창작자 등으로 다원화되어 있다. 특히 공적 관심사에 관한 현장 기록 행위는 그 주체가 전통적 언론인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민주적 공론 형성에 기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그 보호 필요성이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그럼에도 우리 법이 보호해야 하는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를 단순히 언론기관 소속 여부로 이분하는 태도는 이보다 더 시대착오적일 수 없다.
결국 본 사안에서 정윤석의 행위를 객관적 행위태양 측면에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고, 설령 침입이라 본다 하더라도, 공적 사안에 대한 기록이라는 목적과 비폭력적·비개입적 행위태양을 고려할 때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언론기관 소속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을 달리한 것은, 건조물침입죄 법리와 정당행위 판단 기준 모두에서 일관성을 결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우리는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을 끊임없이 분별하고 구별해낼 용기를 가져야 한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명제는 좁은 의미의 평등의 원칙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법원이 정윤석 사건에서 보여준 실패는, 바로 그 용기가 부족할 때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우리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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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지법 사태 촬영에 유죄... 다른 것을 다르게 구별할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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