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달리는 가이드런 프로젝트
장지은 제공
- 가이드런프로젝트 활동을 이어오며 마주한 가장 큰 고민이나 난관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새로운 단체를 준비하고 출발선에 서기까지 리더로서 책임감과 중압감이 컸습니다. 과연 내가 이 많은 사람들과 안전하게, 잘 달릴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고민도 있었죠. 때로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방향을 잃었던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나요?
"거창한 극복이라기보다는, 그때그때 주어진 일을 하나씩 하다 보니 시간이 흘렀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지나온 것 같아요. 미래에 얻게 될 유익과 불이익을 미리 계산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주어진 일이 무엇인지', '지금 이 시기에 옳은 방향은 무엇인지' 매 순간 고민하고 집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시 위기라고 느꼈던 순간들도 잘 통과할 수 있었어요. 지금도 여전히 막막해지는 순간들이 존재하지만, 그때마다 '어떻게든 잘 지나갈 거야, 잘 해결될 거야' 생각하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 활동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이며, 계속 나아갈 수 있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나누며, 연결되는 순간, 그리고 우리의 서사가 켜켜이 쌓여가는 것을 느끼는 모든 순간이 뿌듯합니다. 가장 큰 원동력은 우리가 계속해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을 느낄 때예요. 2024년에 시작해 지금까지 네 번의 시즌(하계·동계)을 보냈는데요. 매 시즌 프로그램을 끝낼 때마다 새로운 목표와 성장 포인트를 명확히 체감하게 됩니다. 그래서 다음 시즌에는 또 어떻게, 얼마나 성장하게 될지 더 기대가 돼요.
계단을 하나씩 밟고 올라가듯 우리가 더 단단해지고 강해지며 '함께 나아가고 있다'는 연결감이 큰 힘이 됩니다. 심적으로 지칠 때에도 곁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든든한 동료들을 확인하는 순간, 지쳤던 마음도 금세 회복되고 다시 달릴 힘이 나더라고요. 함께 달리고,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그 생생한 감각이 저에게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Part 3. 장애를 역할로 마주하는 공간
- 가이드런프로젝트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나 품고 있는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요?
"저희가 추구하는 두 가지 핵심 가치는 '자기 주도성'과 '지속 가능성'입니다. 때로는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 모두가 주변 환경이나 타인에게 수동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물론 물리적인 가이드는 필요하지만, 약속 시간에 늦지 않거나 먼저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일처럼 크고 작은 부분에서 스스로 주도할 수 있는 일들이 충분히 많거든요. 참여하는 모든 분이 커뮤니티와 활동의 진정한 주인이 되면 좋겠습니다.
또한, 가이드런프로젝트에서 장애는 걸림돌이나 장벽이 되지 않습니다. 그저 함께 달리기 위해 서로의 '역할이 다를 뿐'입니다. 이러한 인식이 자연스러운 환경을 만드는 것, 그리고 서로 다른 역할이 모여 한 팀으로 달리는 가이드런프로젝트의 활동이 하나의 독자적인 스포츠 장르가 되는 것이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방향성입니다."
-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활동가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나 요소는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다름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 그리고 적극적이며 자기주도적인 마음가짐을 스스로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또한, 팀 스포츠를 통해 혼자보다 함께할 때 더 오래,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는데요. 저에게 성취란 혼자 꼭대기에 빨리 올라가는 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과 끝까지 함께 갈 수 있는가'입니다. 낙오자 없이 동행하는 끈기가 가이드런프로젝트의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 함께 달리는 러너들이 이 활동을 통해 삶에서 어떤 변화를 경험하길 바라시나요?
"어울려 사는 것의 진정한 즐거움을 누리길 바랍니다. 요즘은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고도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 체온과 온기를 나누는 아날로그적 활동 속에서만 채워지는 마음의 영역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고 힘듦에 공감하는 서사를 나누면서 삶의 큰 위로를 얻기를 바라요.
저도 혼자였다면 진작 게을러지고 쉽게 포기했을 거예요. 날이 너무 덥거나 추워서 집 밖으로 나설 엄두가 안 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오늘 함께 달릴 순간을 기다리고 있을 파트너를 떠올리며 운동화 끈을 묶고 집을 나섭니다. 혼자를 즐겼던 제가 이 활동을 통해 함께 어울려 사는 재미와 삶의 풍성함을 경험한 뒤로는, 세상 곳곳에 필요한 것들을 먼저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내면으로 침잠하기 쉬운 이들이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와 서로의 안전한 발판이 되어주는 온기를 경험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그렇게 경험한 연대의 감각들이 이 커뮤니티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각자의 삶 속에서도 따뜻하게 드러나고 확산될 것이라 믿습니다."
- 가이드런프로젝트가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나요? 앞으로 만들어 갈 변화의 방향도 궁금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만나 서로를 낯설어하거나 어려워하는 장벽을 허물어 가고 있습니다. 직접 만나 나란히 함께 달리는 경험을 통해 개개인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저희가 만들어 가고 있는 변화입니다. 장애는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달리기 위한 서로의 '역할'일뿐임을 깨닫는 안전한 환경을 사회 전반으로 넓혀가고 싶습니다."
Part 4. 함께 달리는 즐거운 순간이 지속 가능하도록

▲ 장지은 활동가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공동체', 가이드런프로젝트
장지은 제공
-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리더이자 일원으로서 평소 어떤 마음가짐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시나요?
"가이드런프로젝트는 결코 저 혼자 만들어가는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늘 마음에 되새깁니다. 우리가 언제나 '한 팀'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가장 먼저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려고 노력해요. 함께하는 모두가 이곳에서 안전함을 느끼고, 자신의 역할을 찾아 자유롭고 책임감 있게 행동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려 합니다. 동시에 저 또한 가이드런프로젝트의 한 일원으로서 제 자리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무엇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묵묵히 함께 달리겠습니다."
- 이 활동이 장지은 활동가님 개인의 삶이나 가치관에는 어떤 변화와 영향을 주었나요?
"저는 원래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언젠가 동생이 저에게 '인간 헤이터'라고 놀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무엇이든 같이하는 것보다는 혼자서 하는 것이 많았고, 그게 편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마음을 적게 쓰며 안전한 선 안에만 지내다 보니 삶이 참 건조했고, 당시 제가 바라보던 세상은 아무런 색채도 없는 흑백 전단지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 활동을 통해 사람들과 얽히고설켜 함께 살아가는 삶이 혼자 살아가는 삶보다 훨씬 재미있고 풍성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제가 바라보는 세상은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볼 때마다 그 깊이와 의미가 깊어지는, 알록달록한 명화 같습니다. 제 삶의 색채를 되찾아준 정말 고마운 변화입니다."
- 장지은 활동가님에게 '가이드런프로젝트'란?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공동체'입니다."
- 현재 진행 중인 가이드런프로젝트 활동 외에 앞으로 더 확장하거나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나요?
"아직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기보다 가이드런프로젝트에 온전히 집중하고 싶습니다. 이 안에서 동료들과 함께 도전하고 펼쳐보고 싶은 일들이 여전히 정말 많거든요."
- 지금 이 순간에도, 땀 흘리며 함께 달리고 있을 동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랑하는 가이드런프로젝트 가족 여러분, 저희 단체가 단단하게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 보니 새로운 변화도 많고 정비해야 할 부분들이 많습니다. 조금은 어수선하게 느껴질 수 있는 상황임에도 변함없이 곁을 지켜주시고, 적극적으로 트랙에 나와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트랙 위를 함께 달리며 그 순간을 온전히 누리는 모습은 저에게 언제나 가장 큰 영감과 감동이 됩니다. 여러분이 앞으로 더 안전하고 즐겁게 달릴 수 있도록, 저 역시 가이드런프로젝트의 일원으로 맡은 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 앞으로도 즐겁게, 함께 달려요!"

▲ 가이드런프로젝트 깃발을 든 모습
장지은 제공
- 오늘 인터뷰에 참여하신 소감이나, '나 자신'에게 격려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좋아서 묵묵히 지속해온 활동일 뿐인데,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멋진 이름으로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되어 참 영광스럽고 부끄럽습니다. 나 자신에게 대단한 격려를 건네기보다는, 혼자 아등바등하고 있다고 착각하며 위축되지 말고 늘 내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소중한 동료들이 있음을 기억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어떤 순간에도 곁에 있는 사람들을 향한 감사를 잊지 않고, 제 자리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어 : 주디 (Judy)
일상의 구석구석 숨어 있는 반짝이는 가치를 수집하고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발견해 조명하며,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삶과 따뜻한 연대의 발걸음을 진심으로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 세상의 변화에는 늘 공익활동가가 있습니다. '공익활동가주간'은 공익활동가들에 대한 존중과 지지를 바탕으로 사회적 인정 문화를 만들기 위한 전국 단위의 행사입니다. 2026년에는 6월 29일부터 7월 3일까지 일주일 동안 전국 곳곳에서 공익활동가를 응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연대의 장이 열렸습니다.
공익활동가주간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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