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문에 비친 나를 바라본다. 저 여인은 누구인가.
황의정
7년 전, 나를 분해하고 조립하던 날
7년 전, 유방암과 가슴 복원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병원복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창문 너머로 4월의 하늘이 맑고 투명하게 보였다. 저녁 무렵 성형외과 선생님이 병실로 들어와 내 배에 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를 잘라낼지 표시하는 것이었다. 다 그리고 나서 내려다봤는데 선이 배 전체에 동그랗게 그려져 있었다. 이걸 다 잘라서 가슴에 붙인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수술은 여덟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세 시간은 가슴을 도려내고, 다섯 시간은 배의 살로 가슴을 만드는 수술이었다. 이건 수술이 아니라 조립이었다. 수술이 끝난 뒤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은 '아, 살아있구나' 였다. 병원에서는 열흘을 진통제에 기대어 버텼고, 퇴원한 뒤에도 폴더처럼 접힌 몸이 펴지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은 괜찮아 보인다고 했지만 거울 앞에 서면 그 말을 선뜻 믿을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얼굴만 바라보다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목, 쇄골, 그리고 가슴. 눈이 거기서 멈췄다. 오른쪽 가슴에는 유두가 없었다. 배에서 떼어 붙인 살은 피부 결이 달랐다. 왼쪽에는 보이지 않던 솜털이 오른쪽에는 선명했다. 오래 들여다볼수록 낯설었다. 내 몸인데 처음 보는 몸 같았다. 시선을 더 내렸다. 복부를 가로지르는 긴 절개 자국. 눈을 떼려 할수록 시선은 자꾸 그 흉터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건… 내 몸이 아니야."
누군가의 시선이 두려운 게 아니었다. 내 시선이 나를 먼저 밀어내고 있었다.
퇴원 후 한 달쯤 지났을 때, 동네 목욕탕에 처음 갔다. 따뜻한 물속에 몸을 담그고 눈을 감았다. 오래간만이라 그런지 숨이 금방 차올랐다. 잠깐 나가려고 눈을 뜨는 순간, 아이들이 내 주변에 모여 가슴을 가리키며 웅성거리고 있었다. 나는 숨이 턱 막혀서 물을 뚝뚝 흘리며 탕에서 나왔다. 얼굴이 뜨거워졌는데 탕 때문인지, 부끄러워서인지 알 수 없었다. 그날 이후 수영장도, 찜질방도 가지 않았다. 샤워할 때면 수도꼭지만 바라봤다.
흉터 위에 손을 얹으며 했던 말
그렇게 몇 달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흉터가 당기고 욱신거려 연고를 사 왔다. 손끝에 연고를 짜 흉터에 바르려는데 손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막상 흉터를 만지려니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몇 번을 망설인 끝에 가슴 흉터 위에 살며시 손을 얹었다. 감각이 둔했다. 만져도 만져도 내 몸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몸을 만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손을 떼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괜찮아."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몰랐다. 흉터에 하는 말인지, 나에게 하는 말인지.
해가 바뀌고서야 거울 앞에서 흉터를 들여다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살은 원래 내 배에 있던 살이었다. 평생 구박만 하고 살았던 그 살이 이제는 여기서 나를 살게 하고 있었다. 그 생각에 소리도 없이 피식 웃음이 났다. 오른쪽이 가슴인지, 뱃살인지 더는 구분하지 않기로 했다. 울퉁불퉁한 흉터도, 거뭇하게 변한 자국도 모두 내 몸이었다. 한 번도 사랑한 적 없었던 몸이었다. 그런데 끝내 나를 살려낸 것도 이 몸이었다.
이번에는 얼마나 걸릴까.
지하철 안, 가발은 여전히 위태롭게 얹혀 있다. 창문에 비친 나를 바라본다. 손이 저절로 가슴 쪽으로 갔다. 옷 위로, 흉터가 있던 자리를 가만히 짚었다. 감각은 여전히 둔했다. 7년 전 그때와 같은 감각이었다. 나는 손잡이를 고쳐 잡고, 가발을 한 번 더 매만졌다.
그때는 이 몸을 받아들이기까지 일 년이 걸렸다.
이번에는 얼마나 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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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의 살로 만든 가슴, 그 흉터 위에 손을 얹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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