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참교육>
넷플릭스
2023년 8월
우리가 잊어버린 젊은 교사 두 명의 죽음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교권 침해'의 주범으로 학생들이 지목돼 '마녀 사냥'을 당하던 때였다. 나는 그 글에서 젊은 교사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학교 운영 시스템과 문화를 비판했다. 애꿎은 학생들을 잡으며 화풀이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었다.
'참교육'이라는 드라마 때문에 그때의 퇴행이 반복되고 있다. 정확히는 그 드라마를 현실로 착각한 사람들 탓이다. 헤겔을 빌려 맑스가 말했던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라는 말이 떠오른다. 두 번째 '희극'은 웃음거리일 뿐 행복한 결말은 아니다. 현실에서 비극의 주인공은 언제나 약자들이다.
누가 교사의 권리와 자율성을 빼앗고 있는가? 무엇이 교사들을 갈수록 더 바쁘고 힘들게 만드는가?
미래를 말하며 과거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른들
덜어내지 못하고 더하기만 하는 학교 업무,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학령 인구 감소를 기회 삼아 학급 당 학생 수를 늘리는 정부, 학교 구성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돈으로 검증 안 된 정책 집행을 유인하는 교육 당국, 경력이 적거나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과중한 업무를 떠맡게 만드는 학교 문화 등.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사라진다. 누구도 책임지는 이가 없다. 드라마를 보고 교육청 조직을 바꾸겠다는 교육감 당선자, AI 교육을 강조하면서도 학생들에게 핸드폰을 빼앗아 책을 읽히겠다는 교육감. 미래를 말하며 과거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가하는 합법적 '폭력'이다. 그 폭력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는 학생들이다. 아울러 교사들이 간접적으로 자율성을 침해 당한다.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고교학점제'를 누가 싫어할까? 학생들이다. 학생들의 생각이 얕기 때문일까? 아니다. 이동 시간은 늘어났는데, 쉬는 시간은 똑같아서 휴식은커녕 옮겨 다니기에도 벅차다. 좋아하는 과목을 골랐지만, 적은 학생 수에 등급을 걱정하느라 자신의 적성과 관심사 자체를 의심한다. 선택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수능에서는 선택권이 사라졌다. 등급(1~5등급)과 성취도(A~E)를 함께 반영하겠다는 다수 대학들 때문에 학생들은 두 가지 모두를 신경 써야 한다.
모호한 대학 입시 '덕분에' 교사들은 대학 홍보를 전제했을 '입학사정관'보다 못한 교육 비전문가 취급을 받는다. 그런 취급의 맨 앞에 교육 관료들이 있다. 학업성취도 A가 23.8%를 넘으면 컨설팅을 하겠다고 공문으로 협박하는 교육청 '덕에' 교사들은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넘어서는 문제 출제를 고민한다. 교사의 평가권 위에 논리적 근거도 없는 교육청이 제시한 숫자가 존재한다. 교사의 고유 권한인 '학교생활기록부 특기사항' 기록 내용이 교육청 장학사나 동료 교사의 컨설팅 대상이 되는 것은 이미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었다.
교육을 가장 망친 이들이 맨 앞에 서서 대결 구도 만들어
학생은 학교에서 제일 약한 존재다. 학부모는 학교 구성원이 아닌 '민원인'이 된 지 오래다. 교사들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고 모욕하는 교육 관료들 대신 가끔 속을 썩히는 일부 학생, 학부모들을 적으로 여기게 됐다. 교육을 가장 망친 이들이 맨 앞에 서서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대결 구도를 만들었다. 여기에 교원 단체들이 장단을 맞췄다. 2023년 이후 교원 단체들이 요구하던 '교권 보호' 제도가 대부분 이뤄졌다. '교육의 사법화' 우려에도 '교권 보호' 관련 법률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무엇이 달라졌는가? 학생들의 자유만 줄어들었다.
정책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책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오히려 문제를 생산한다. 정책 기획자들이 생각하는 전제와 가정을 바탕으로 문제를 만들고, 그 방향에서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방안 제시에서 끝나지 않고 권력과 재원을 동원해 특정한 주장을 실제 제도로 만들고 집행한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정책은 객체의 약함을 이용해 더욱 강력하게 집행되며, 길고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래서 '백년대계'라는 말이 있다.
이제 또 다시 '학생의 악마화', 학생에 대한 '마녀 사냥'이 시작됐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한 편을 현실로 착각하는 어떤 이들 때문에. 아주 오래 전, 공중파 방송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을 방영하던 때였다. "개그는 개그일 뿐, 따라하지 말자!"를 외치던 코너가 있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현실로 착각하지 말자! 아직도 교사가 학생에게 욕을 하며 주먹과 발길질을 하던 그 시절이 그리운가? 우리가 어떤 희생을 치르면서 체벌을 없애고, 학교가 조폭의 소굴이 아닌 관계와 교육을 말하는 장소 흉내를 내게 되었는지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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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참교육'이 불러온 마녀사냥, 가해자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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