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새벽(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내셔널몰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꽃놀이를 지켜보고 있다.
AFP
튀르키예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이제 휴전은 끝난 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매우 흥미로운 질문"이라면서 "내 생각엔 끝났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들과 더는 거래하고 싶지 않다. 쓰레기 같고 메스꺼운 사람들이다"고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그후 다시 기자들에게 "오늘 밤 매우 강력한 공습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있은 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에 다시 맹공을 퍼부었다. 이란 국영 매체인 IRNA는 이란 남부의 여러 곳에서 폭발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몇 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은 튀르키예를 떠나면서 사회관계망을 통해 만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을 더 공격하면 미국의 공격은 "더 악화할 것"이라며 이란을 압박했다. 이란의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비난 후 사회관계망을 통해 "과감한 행동으로 대응하겠다"라고 응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비난은 상황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때 흔히 보였던 행동으로 이번에도 이란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란 외무장관의 강한 언사 또한 이에 대한 강경 입장의 표명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날이 선 말의 교환이 실제 군사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불안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6월 26일 미국의 공격과 이번 미국의 공격 모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을 공격한 이후 미국이 응징 차원에서 감행한 것이었다. 이로 인해 양해각서에서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상세히 언급하지 않고 이란이 상선의 통행료 없는 안전한 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모호하게 언급한 점이 호르무르 해협 관리 권한을 공고히 하려는 이란에게 빌미를 주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그럼에도 양해각서에 60일 동안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자유 통행을 보장하는 내용이 명확하게 언급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란의 잇단 상선 공격은 이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상선 공격으로 종전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을 경우 이란은 양해각서에 언급된 미국 및 유엔의 제재 철회와 이란의 재건과 경제 개발을 위한 최소 3000억 달러(약 454조 원) 기금 조성 등 경제적 보상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란이 양해각서에 서명한 이유는 양해각서 내용의 대부분이 이란에게 유리해서 미국에 '승리'를 했다고 주장하기에도 충분했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공세가 가져온 타격이 커서 경제적으로 더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이란의 경제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전쟁 이전에도 관리 실패, 부패, 서방 국가들과 유엔의 제재 등으로 심각했던 이란 경제는 전쟁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게 물가 상승률이다. 이란통계센터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6월 물가 상승률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88.6% 상승했다.
식품 물가 상승은 더 심각했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식품 물가는 전년 같은 달에 비해 134% 상승했고 육류는 178%, 식용유는 278%나 상승했다. 실업률도 높고 특히 청년층의 실업률은 20%가 넘었다. 그러나 전쟁으로 많은 산업 시설이 파괴돼 휴전을 했지만 대규모 복구가 진행되지 않는 한 당장 고용률 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런 심각한 경제 상황은 이란 지도부가 가장 우려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 전쟁이 끝나도 경제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지난 1월처럼 반정부 시위가 다시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의 시위가 경제 문제에서 촉발된 점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없는 일도 아니다.
경제 상황 때문에 미국과 휴전을 잘 유지하고 종전 협상에서 최대한의 경제적 보상을 받아내야 함에도 이란은 상선 공격을 반복하면서 휴전과 종전 협상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렇게 모순적으로 보이는 행동에 대한 분석 중 하나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관리권을 포기하지 않고 통행료를 부과하려는 욕심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란의 이런 시도는 국제사회의 강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고 이란의 뜻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란이 상황을 오판하고 있다는 의심이 드는 상황이다.
또 다른 분석은 이란 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다행히 미국과의 양해각서를 통해 휴전을 연장하고 경제적인 면에서 많은 것을 얻어냈음에도 강경파는 여전히 양해각서 서명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미국을 전혀 신뢰하지 않고 미국에 대한 복수를 주장하는 강경파는 애초에 미국과의 양해각서 서명 자체에 반대하면서 전쟁을 계속할 것을 주장했다. 이들은 양해각서 서명 뒤에도 이란이 미국이라는 강대국을 상대로 큰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하며 향후 어떤 양보도 거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휴전이 쉽게 깨지지는 않겠지만... 불안정한 상황

▲ 4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문제는 이런 강경파의 목소리가 많은 친정부 이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은 최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장례식에서 표출됐다.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둘러싸고 야유를 보냈다. 이들은 "타협한 자에게 죽음을", "조국을 판 배신자에게 죽음을" 같은 구호를 외치며 피의 복수를 요구했다. 미국에 대한 복수를 주장함은 물론 양해각서 서명으로 미국과 타협한 정치인들을 배신자로 낙인찍은 것이다.
이란의 반복적인 상선 공격은 이란 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실질적으로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특히 상선 공격을 강경파인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이 또한 이란의 오판일 수 있다. 미국의 응징적인 공격이 보여주는 것처럼 미국은 잇단 상선 공격을 심각한 휴전 위반이자 묵과할 수 없는 행위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종전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이란은 막대한 경제적 보상을 잃을 수도 있다.
"휴전은 끝났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도 다음 주로 예정된 양국의 협상이 취소됐다는 보도는 없다. 더는 상황이 악화하지 않는 한 협상은 계속되고 휴전이 쉽게 깨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휴전이 별다른 성과 없이 얼마나 지지부진하게 이어질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더 무력 충돌이 반복될지 또한 알 수 없다. 양해각서 서명 뒤 이미 3주가 지난 지금 실질적으로 아무런 진척이 없다는 점에서 60일 내에 정말 종전 합의가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관리권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상선 공격을 반복한다면 휴전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란 내에서 강경파의 목소리가 현재보다 강해질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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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학 박사, 평화갈등연구소 소장, 평화연구자와 갈등해결 전문가로 활동, 저서는 <공격 사회>, <평화학>, <갈등해결 수업>, <평화의 눈으로 본 세계의 무력 분쟁>, <10대를 위한 평화통일 이야기>, <갈등은 기회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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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미국-이란 휴전, 여전히 복수 부르짖는 이란 강경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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