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
청와대
정부가 발표한 대규모 첨단산업 투자 계획인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두고, 그동안 대규모 투자 유치 분위기에 가려져 있던 지역 내 우려와 갈등 요인이 시민사회의 성명을 통해 본격적으로 공론화되며 이목을 끌고 있다.
대전·세종·충남·충북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9일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중앙정부와 대기업이 주도하는 거대 계획 속에서 지역의 의사와 민주적 절차는 철저히 배제됐다"며 정부에 메가프로젝트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앞서 이재명 정부는 지난 6월 29일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 3대 분야에 정부와 기업이 약 1,500조 원을 투자하는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어 지난 7월 2일에는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보고회'를 통해 삼성과 SK하이닉스 등이 충청권에 HBM 및 낸드 공장 건설 등에 약 392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구체화했다.
특히 세종지역의 경우 AI 서버용 첨단 패키지 기판 생산시설 투자를 비롯해 1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 구축이 예고되면서, 미래 혁신 성장의 거점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가 지배적이었다. 정부 역시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인프라 지원을 약속하며 대대적인 성과를 홍보해 왔다.
"결정 방식이 문제"… 일방통행 행정통합 실패 답습 우려
그러나 이번 시민사회의 성명은 이러한 장밋빛 전망 일색이던 흐름 속에서 대규모 개발 계획이 안고 있는 절차적 문제와 환경적 부담을 정면으로 들추어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가장 큰 문제는 거대한 계획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정작 자치 주체인 지역 주민의 목소리가 철저히 소외됐다는 점이다.
이날 발표된 성명에 따르면 "투자 규모와 입지, 인프라 지원의 밑그림이 이미 그려진 뒤에야 지역은 결과를 통보받았다"며 "지역의 물과 전기, 토지와 주민의 삶을 내주어야 완성되는 계획인데도 정작 그 지역의 의사는 어디에서도 물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러한 추진 방식이 올해 초 전 국토를 혼란에 빠뜨렸던 '행정통합 속도전'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전-충남, 대구-경북 등 전국을 들끓게 했던 행정통합 특별법이 결국 주민의 뜻을 담지 못해 합의에 실패했듯이, 이번 충청권 첨단산업 계획 역시 지방자치 역량 강화와 민주적 숙의라는 '선행 과제'를 건너뛰었다는 비판이다.

▲ 조상호 시장은 2일 오전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제2캠퍼스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충청권 시·도지사, 대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세종시
세종 1GW 데이터센터 예고… 송전탑 갈등·탄소중립 역행 쟁점 부각
그동안 부각되지 않았던 막대한 용수 및 전력 수요가 불러올 환경적·사회적 부담도 구체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충청권'이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대전·세종·충남·충북을 뭉뚱그렸으나, 네 지역이 감당해야 할 전력 수요와 송전 설비, 토지 수용의 무게는 저마다 다르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세종에 들어설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첨단 공장들은 폭발적인 전력과 물을 소비할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들은 "충청지역은 이미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온몸으로 치르고 있으나 중앙정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다"며 "수도권 전력 수요를 위해 지역의 희생을 강요하던 구조를 개선하기는커녕, 또다시 대규모 산단을 추가해 새로운 부담을 덧씌우려 한다"고 성토했다.
또한, 이번 계획이 '2050 탄소중립'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처음으로 터져 나왔다. 정부가 폭발적인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핵발전과 일부 화석연료 발전까지 동원하고 송전망을 대폭 확충하겠다고 밝히면서 기후위기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단체들은 "추가 온실가스 배출량 상쇄 계획이나 주민 피해 대책에 대한 답은 어디에도 없다"고 일갈했다.
"누구를 위한 메가프로젝트인가" 국토균형발전 재검토 촉구
충청권 시민사회는 "대기업이 지역에 투자해 이윤을 창출하면 정말 국민의 삶이 나아지는가"라고 반문하며 정부의 성장주의 독주를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방선거 이후 일극화된 정치구도 속에서 이번 프로젝트가 지방자치 발전보다는 정치 구조 강화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이들은 "기후위기를 외면하고 지역사회의 존립을 흔드는 메가프로젝트를 중단하라"며 "정부는 성장주의 질주를 멈추고, 기후정의와 지역자립 원칙에 따라 국토균형발전을 처음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번 대규모 투자 발표 이후 경제 활성화 기대를 넘어선 수용성과 환경 정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만큼, 향후 메가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주민 부담 완화와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뉴스피치(Newspeach)는 세종시 중장년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창간한 지역 기반 공동체 미디어로, 젠더 관점의 보도를 통해 지역 사회의 다양한 의제를 조명하고 건강한 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는 새로운 언론을 지향합니다.
공유하기
"지역 희생 강요하는 메가프로젝트 멈춰라" 충청권 시민사회 공동 성명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