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갚은 호랑이 나주 불회사에서는 은혜 갚은 호랑이를 주제로 전통산사 국가유산 활용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정재학
하여튼 이 체험의 배경인 '불회사 호랑이 전설'을 들어보자.
'고려시대 원진국사가 있었다. 탁발하러 다니던 어느 날 저녁, 산길에서 호랑이를 만났다. 그런데 호랑이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지도 못하고, 일어나지도 못한 채 몹시 괴로워해서 살펴보니, 목에 커다란 비녀가 걸려 있었다.
스님은 호랑이에게 다시는 살생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비녀를 뽑아 주었다고 한다. 그러자 그해 겨울 호랑이가 한 처자를 물어다 놓고 갔는데 이 처자가 안동 만석꾼 김상공의 외동딸이었다. 성심껏 간호해서 집에 돌려보냈는데, 김상공이 보답으로 시주해 불회사가 중창할 수 있었다.'
불교에서 말하는 인과응보와 보은(報恩)의 정신을 호랑이라는 존재를 통해 풀어낸 이야기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스님이 호랑이를 굴복시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호랑이는 스스로 마음을 열었고, 스님은 두려움을 자비로 바꾸었다.
이번 여정을 돌아보면 세 곳의 사찰은 서로 다른 방법으로 호랑이를 다루고 있었다. 대흥사는 반성을 가르친다. 잘못한 호랑이도 벌을 통해 다시 배운다. 은적사는 절제를 보여준다. 힘을 쓰되 생명을 해치지 않는다. 불회사는 자비를 보여준다. 상처 입은 호랑이를 먼저 치료한다. 흥미로운 것은 어느 이야기에서도 호랑이를 악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호랑이는 본래 야생의 존재일 뿐이다. 문제는 본능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이다. 이는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욕망도, 분노도, 권력도 모두 호랑이와 같다. 억누른다고 사라지지 않고, 방치하면 사람을 해친다. 그러나 불교는 없애려 하지 않는다. 다스리려 한다. 그것이 수행이다.
오늘날 우리는 경쟁과 성과를 앞세우며 살아간다. 강해야 이겨야 살아남는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찰의 호랑이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진정한 강함은 남을 제압하는 힘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다스리는 힘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산사의 호랑이는 지금도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호랑이를 이기려 하는가, 아니면 자신의 마음속 호랑이를 다스리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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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학예연구사이자 20여 년 동안 문화유산을 연구하고 탐방해 온 문화유산 전문 크리에이터입니다. 김구 선생 탄생150년을 맞아 문화강국 프로젝트 일환, 2036년 전주하계올림픽 유치 및 국립한국호랑이박물관 건립 기원을 위해 기획한 연재로 "거룩한 장도-한국호랑이를 찾아서" 매주 금요일,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한국호랑이를 찾아 탐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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