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1호' 이 사건, 재심 시작한다

빗 속에서 진행된 15차 국가보안법 폐지 월례행동

등록 2026.07.09 17:51수정 2026.07.0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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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차 국가보안법 폐지 월례행동이 덕수궁 돌담길에서 진행중이다
14차 국가보안법 폐지 월례행동이 덕수궁 돌담길에서 진행중이다 김태중

9일 오후, 장맛비가 그치지 않았다. 오전부터 쏟아지는 비에도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며 매달 이어온 월례행동이 열네 번째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우산을 쓴 채 발언과 시낭송, 노래 공연에 귀를 기울였다.

"국회프락치사건 재심 시작… 강제해체 진상규명 특별법에 힘 모아달라"

마이크를 든 이 사무총장은 국회프락치사건과 반민특위 강제해체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여러분, 국가보안법 첫 번째 사건이 무엇인지 혹시 아십니까? 이른바 국회프락치사건입니다. 국회프락치사건은 대한민국의 첫 번째 국가보안법 사건이면서, 동시에 첫 번째 간첩조작 사건입니다."

1948년 8월 15일 정부가 수립되자 제헌국회가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이 친일 청산이었다. 제헌헌법 제101조에 근거해 그해 9월 법률 제3호로 반민족행위처벌법이 제정됐고, 10월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가 옛 조선총독부 건물인 중앙청에서 출범했다. 본부 청사는 지금의 명동 롯데백화점 길 건너편에 있었다. 그리고 1949년 6월 6일, 이승만 정권은 무장 경찰을 동원해 반민특위를 아침에 습격했다.

"미군에 의해 간신히 유지되던 그들의 권력이 반민특위로 인해 하루아침에 날아갈 위기에 처했으니까요. 습격 얼마 전 여러분이 잘 아는 노덕술이 체포됐고, 최운하가 체포됐습니다. 이승만과 친일 세력들은 반민특위가 가장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반민특위를 파괴할 어떠한 명분도 없었습니다. 그들에게 유일한 무기가 있었죠. 무엇입니까? '빨갱이'입니다."

'반민특위는 빨갱이'라는 구호 아래 동대문운동장에서 관제데모가 조직됐고, 반민특위 요인들의 집에는 협박 편지와 돌덩어리가 날아들었다. 이 사무총장에게 이것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당시 반민특위 조사관이셨습니다. 바로 박흥식 등을 체포했던 분이시죠. 어머니와 누나들의 증언에 의하면, 우리 집에도 괴한들이 오갔습니다."

 14차 국가보안법 폐지 월례행동이 덕수궁 돌담길에서 진행중이다
14차 국가보안법 폐지 월례행동이 덕수궁 돌담길에서 진행중이다 김태중

반민특위에 앞장선 의원들이 '간첩'이 됐다


습격에 앞서 칼은 국회부터 겨눴다. 1949년 5월 20일, 현역 국회의원 세 명이 남로당 프락치라는 혐의로 체포됐다. 국회프락치사건의 시작이었다. 이후 6월과 8월 2차, 3차 검거를 거쳐 제헌 국회의원 13명이 붙잡혔다. 이 사무총장은 "체포된 의원들은 모두 반민특위에 앞장섰던 소장파 의원들이었고, 일부는 반민특위 위원과 특별검찰관으로 직접 일선에 나섰던 분들"이라며 "물론 조작된 간첩 사건이었다. 그것이 대한민국 국가보안법의 시작이었고, 간첩조작 사건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또 "국가보안법은 반민족적 범죄자들이 알량한 법의 그늘에 숨어서, 오히려 그들을 심판하려 했던 정의로운 세력들을 제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에 불과합니다. 그 이후로 2024년 12월 3일까지, 반민족·반민주 세력들은 반공을 무기로 탄압했고, 민주주의 세력들은 오로지 민주주의 하나로 저항해 왔습니다. 국가보안법, 폐지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

77년 묵은 이 사건은 지금 법정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 반민특위기념사업회는 지난해 7월 국회프락치사건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 6월 12일 서울중앙지법 425호 법정에서 재심 심문기일이 열렸다. 이 사무총장은 "분위기가 좋다. 판사도 상당히 관심이 많아 반민특위에 관한 질문을 저에게 요청하기도 했다"고 법정 분위기를 전했다.

기념사업회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반민특위 강제해체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운동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상규명 신청도 냈다. 이 총장은 참가자들에게 반민특위 특별법과 국회 프락치 사건의 재심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 청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양심수를 가두는 것은 민주주의를 가두는 것"

이날 첫 발언은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모임'에서 활동하는 전남병 목사가 맡았다. 그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만들어진 인간을 감옥에 가두는 것은 하나님을 가두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양심에 따른 신념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사람을 감옥에 가두는 것은 기독교 신앙과 정반대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가보안법으로 수감 중인 양심수가 7명이며, 모임이 그중 하연호 장로, 석권호 집사 등 세 명과 편지를 나누고 있다고 소개했다. "양심수를 가두는 것은 민주주의를 가두는 것"이라는 말에 참가자들이 호응했다.

 14차 국가보안법 폐지 월례행동이 덕수궁 돌담길에서 진행중이다
14차 국가보안법 폐지 월례행동이 덕수궁 돌담길에서 진행중이다 김태중
 14차 국가보안법 폐지 월례행동이 덕수궁 돌담길에서 진행중이다
14차 국가보안법 폐지 월례행동이 덕수궁 돌담길에서 진행중이다 김태중

양심수후원회 심주이 사무국장은 김남주 시인의 시 '사람이 살고 있었네'를 낭송했다. 서해에서 조업 중 북으로 떠내려갔다 돌아온 뒤 간첩 혐의로 옥살이를 해야 했던 늙은 어부의 이야기다. 신 사무국장은 낭송에 앞서 "북의 사람을 사람으로 말하고 북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려는 것마저 이적행위로 몰아세운 법이 있었다"며 "평화는 상대를 괴물로 만드는 자리에서 시작될 수 없다. 통일의 이정표 앞에 놓인 큰 빗장이 바로 국가보안법"이라고 말했다.

청년 발언도 이어졌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에서 활동하는 22살 대학생 안호진 회원은 최근 논란이 된 배재고 야구부의 5·18 모욕 응원가 사태를 언급하며 "학생들의 극우적 조롱과 혐오는 어디에서 왔나. 국가보안법이 우리 사회에서 혐오와 차별을 야기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혐오적 표현은 '표현의 자유'라며 감싸면서, 평화와 통일과 민주주의를 외치는 순간 처벌하게 만드는 것이 국가보안법"이라며 "이 법이 존재하는 한 제2, 제3의 배재고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혐오의 굴레를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국가보안법은 반드시 철폐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사는 노래패 어울소리의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빗속에서 우산을 쓴 채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양심수를 석방하라"를 외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15차 월례행동은 다음 달 이어진다.

 14차 국가보안법 폐지 월례행동이 덕수궁 돌담길에서 진행중이다
14차 국가보안법 폐지 월례행동이 덕수궁 돌담길에서 진행중이다 김태중
#국가보안법 #반민특위 #배재고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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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그리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바라는 청년입니다. 행동하는 청년회, 민족통일애국청년회 사무국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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