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평마을 입구에 조성된 목화밭. 포토존도 만들어져 있다.
이돈삼
그 목화밭이 1970년대 중후반부터 사라져갔다. 화학섬유가 나오면서다. 화학섬유는 목화솜보다 가벼웠다. 보온 효과도 괜찮았다. 80년대 이후 목화밭이 완전히 사라졌다. 장롱을 지키고 있던 목화솜 이불도 버려졌다. 우리의 기억 속에서도 목화가 잊혀졌다. 책에서나 간간이 사진으로 볼 뿐이었다.
내평마을의 베틀 소리도 잠잠해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마을의 혼이 담긴 베틀노래를 그대로 묻어두지 않았다. 목화와 함께 사라지고 잊혀진 길쌈노래를 다시 불렀다.
아낙네들이 노랫말을 기억해 냈다. 목화씨를 뿌리고, 김을 매고, 목화솜을 따고, 길쌈을 하는 과정을 시나리오로 썼다. 마을 아낙네들이 한데 모여 물레를 돌리고, 솜을 타고, 베를 짜고, 다듬이질하며 노래를 불렀다. 한편의 작품이 됐다. '내평마을 길쌈노래'가 다시 만들어졌다.
마을 사람들은 틈나는 대로 모여 연습을 했다. 농번기를 피해, 그것도 저녁 시간에 만났다. 길쌈노래 보존회도 만들었다.
'물레야 자세야 어리뱅뱅 돌아라/ 어리렁 스리렁 잘도나 돈다/ 바람 솔솔 부는 날 구름 둥실 뜨는 날/ 월궁에서 놀던 선녀 옥황님께 죄를 짓고// 물레야 자세야 어리뱅뱅 돌아라/ 어리렁 스리렁 잘도나 돈다/ 인간으로 귀양와서 좌우산천 둘러보니/ 한도 많고 꿈도 많은 인간세계 여기로다….'
내평마을 길쌈노래의 '물레 돌리기' 부분이다.

▲ 내평마을 풍경. 여느 농촌처럼 고요하고 평화롭다.
이돈삼

▲ 내평길쌈노래 시연. 10여 년 전, 화순군 향토문화유산 지정 기념 시연 모습이다.
화순군
내평마을 아낙네들은 여러 사람들 앞에서 길쌈노래 시연을 했다. 1990년 남도문화제에선 물레노래와 베틀노래, 길쌈 노동을 재현했다. 2008년엔 화순풍류문화큰잔치에서 길쌈노동을 선보였다. 2013년 내평마을 길쌈노래가 화순군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2015년 전남민속예술축제에 나가 대상을 차지했다. 2016년엔 전라남도를 대표해 제57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 참가, 최우수상(국무총리상)을 받았다. 2017년 제15차 세계유산도시기구 세계총회 초청을 받아 공연도 했다.
내평마을 길쌈노래가 예술성과 역사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길쌈노래를 연습하며 보존·전승할 길쌈마루 전시관도 마을에 들어섰다. 생존을 위해 길쌈을 하던 내평마을이 전통 길쌈문화를 계승하고 알리는 문화마을로 재탄생한 것이다.

▲ 목화와 길쌈을 주제로 그려진 내평마을 벽그림. 마을 초입 모습이다.
이돈삼

▲ 내평마을 풍경. '길쌈마을'임을 자랑하고 있다.
이돈삼
추억 속의 목화밭을 내평마을에서 만났다. 목화밭에 포토존도 만들어져 있다. 마을로 가는 길목에서다. 목화와 길쌈을 주제로 한 벽그림도 다채롭게 그려져 있다. 나태주 시인의 '품으려 하니 모두가 꽃이었습니다'라는 시구도 보인다.
기억 저편에 있던 옛 추억이 스멀스멀 떠오른다. 어렸을 때 다래는 훌륭한 주전부리였다. 떨떠름하면서도 달큼한 맛이 생생하다. 누비이불에 지도를 그리고, 키를 뒤집어쓴 채 소금을 얻으러 나간 기억도 끄집어낸다. 내평마을이 방문 기념으로 길손에게 준 선물이다.

▲ 내평마을 전경. 화순의 '핫플'로 뜬 개미산전망대가 저만치 보인다.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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