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축구 혁신 그리고 박지성과 이영표

축구 혁신은 선거제 개혁과 학교 스포츠 정상화에서 시작해야

등록 2026.07.10 11:07수정 2026.07.10 15:41
0
원고료로 응원
K-축구혁신위원회 박지성 공동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K-축구혁신위원회' 출범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영표 해설위원
▲K-축구혁신위원회 박지성 공동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K-축구혁신위원회' 출범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영표 해설위원 공동취재사진

월드컵 32강 좌절에 대한 국민 비난 여론을 견디지 못하고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이 물러났다. 대신 박지성을 위원장으로 하는 축구혁신위가 출범했다. 축구혁신위의 성공과 함께 이번 기회에 축구 선진시스템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축구혁신위의 성공 여부는 현대축구협회를 대한축구협회로 탈바꿈시켜 축구협회를 국민과 축구인의 품으로 돌려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데 현재 회장 선거 제도로 선거를 치른다면 도로 현대축구협회가 될 공산이 크다.

현대축구협회, 어떻게 반복됐나

2004년 국정감사에서 정몽준 일인 현대 독주 체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정몽준 회장의 협회 후원금 제로(0) 문제를 폭로한 뒤 국민적 실망과 비난이 일자 정몽준은 회장 연임을 포기했다. 대신 정몽준의 대리인격 인사를 회장으로 내세워 4년간 숨 고르기 시간을 거쳤다. 4년 후 현대가는 정몽준의 사촌동생이자 당시 40대 후반의 축구 문외한이었던 정몽규를 다시 축협회장으로 당선시켰다. 어게인 현대가! 그때가 2012년이었고, 정몽규는 연임 제한 규정을 넘기고 14년간 4선을 독주한 결과 이번 월드컵 참사를 맞았다.

내가 문체위원장 시절 정몽규 회장의 3선 출마를 만류하며 기업인이 왜 축협회장을 하느냐고 따져 물은 적이 있다. 3선 연임 금지를 풀어주고 4선 독주를 허용한 대한체육회와 문체부 역시 축구협회가 이 지경에 이른 것에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 국회도 감시 기관으로서 따져 규명해야 하는데 의지도 관심도 없어 보인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30년간 유지돼 온 현대축구협회에 대해 일말의 반성 없이 개혁하겠다고 나서니 진정성이 의문이다.

나는 5선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현대축구협회와 정면으로 두 번 맞서며 그 민낯을 20년 넘게 직접 지켜보았다. 초선 시절 정몽준 축구협회 회장의 후원금 제로를 폭로했고, 4선 의원 시절에는 정몽규의 현대축구협회를 비판했다. 현대는 일개 국회의원의 지적에 꿈쩍도 하지 않았고, 현대축구협회는 30년 이상 기득권 카르텔을 지속했다.

회장 선출 방식을 바꿔야 한다


현대의 장기 영향력을 보장하는 회장 선출 규정을 바꾸지 않는 한 현대축구협회는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회장 선출 방식을 현대가가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간선제 대신 축구인들과 축구팬들이 참여하는 직선제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또 축구혁신위원회에서는 현대가 출신이나 유사 현대가 출신이 출마하지 못하도록 하는 특단의 회장 선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현대 스스로 내려놓을 결심을 하는 것이 최선인데, 그럴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박지성의 축구혁신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탈현대의 국민적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또한 혁신위 가동에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 스포츠혁신위원회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스포츠혁신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어야 한다

심석희 선수의 미투와 최숙현 선수 사망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은 "성적보다 선수의 행복이 우선"이라고 천명했고, 문체부는 낡은 스포츠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스포츠혁신위를 구성했다. 스포츠혁신위는 문경란 국가인권위원을 위원장으로 출발했고, 축구계에서는 이영표가 참여했다.

문재인 정부 스포츠혁신위는 대한체육회의 조직적 저항을 뚫고 6개월간 50여 차례 회의를 거쳐 '스포츠 혁신 7대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에는 스포츠 성폭력 피해자 보호, 학교스포츠 정상화, 일반 학생의 스포츠 참여 확대, 스포츠클럽 활성화, 엘리트스포츠 시스템 개선, 체육단체 구조 개편 등이 담겼다. 풀뿌리 스포츠를 기반으로 엘리트스포츠를 육성하려는 스포츠 선진화의 바이블이었다.

불행하게도 7대 과제는 선언에 그쳤고, 스포츠 선진화는 오히려 퇴행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는 혁신안을 공개적으로 거부했고, 2019년 국정감사에서 문경란 위원장이 수모를 겪었을 때 민주당 의원들은 침묵했고 야당 문체위원들은 공격에 앞장섰다. 문체위원장으로 나는 그날의 분노를 아직도 기억한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스포츠 선진화 의지도 부족한 전 수영 국가대표 선수를 문체부 차관으로 임명해 스포츠 혁신을 공염불에 그치게 했다. 윤석열 정부는 장미란 차관과 대한체육회의 요구를 수용해 스포츠 혁신안을 사실상 폐기했다. 결과적으로 심석희, 최숙현 어린 선수들의 희생으로 마련된 2019 스포츠 혁신안은 문재인 정부의 무책임과 윤석열 정부의 퇴행 속에 사문화되었다.

특히 지난 21대 국회 국가대표 출신 여야 의원들은 스포츠 혁신안 실현보다 사문화에 앞장섰고, 지금 22대 국회에서도 스포츠계 기득권을 대변하는 듯한 언행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학생 선수들이 기말고사를 봐야 할 시간에 청룡기 야구대회가 열렸고, 배재고 참사까지 초래된 배경에도 운동선수의 평일 경기 출전 문제가 놓여 있다.

학교스포츠 정상화가 출발점이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5월 22일 연천 군남초중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의 체육활동을 살펴보고 있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5월 22일 연천 군남초중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의 체육활동을 살펴보고 있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정유라 학사 비리 사건 이후 학생선수의 학습권과 학사관리 정상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졌으나, 학원스포츠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려는 듯하다. 지금이라도 문체부, 대한체육회, 국회는 사문화된 2019 스포츠 혁신안을 꺼내 멈춘 스포츠 선진화의 길을 다시 재촉해야 한다. 스포츠 혁신 권고안을 외면한 기득권 카르텔 당사자들의 성찰도 필요하다.

다행히 이번 월드컵 참사를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께서 스포츠 개혁을 지시하셨으니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보여주기식 대응에 그치지 말고 스스로 사장한 2019 스포츠혁신권고안을 꺼내서 읽고 외우며 이제라도 실천해야 할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스포츠클럽 강화를 통해 '운동하는 일반 학생, 공부하는 학생 선수'를 모토로 스포츠 선진화의 길을 선도하려 한다.

한국 축구의 혁신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부터 봇물이 터졌다. 일본은 한일 월드컵 이전부터 지역 유소년 축구에 기반한 유럽형 풀뿌리 축구 시스템 구축에 성공했고, 한국은 실패한 결과 이번 월드컵 성적표로 이어졌다. 이용수, 김호, 신문선 등 소수의 축구 개혁론자들이 목소리를 냈지만 현대라는 재벌의 벽을 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암울한 시기에 현대가와 맞서 싸웠던 그들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박지성과 이영표에게 거는 기대

축구인 중 이영표는 군계일학이다. 이영표는 축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스포츠인 중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다. 이영표처럼 인성과 실력과 소신을 두루 갖춘 스포츠인은 찾기 힘들다. 한국 스포츠계의 구조와 시스템의 후진성 때문에 운동선수들은 인성이나 공부는 뒷전이고 오로지 운동기계로 전락해 왔다. 승리 지상주의를 선수나 지도자에게 강요하는 잘못된 제도의 희생양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영표는 확연히 다르다. 이영표는 문재인 정부 시절 스포츠혁신위에 참여할 만큼 개혁 성향과 소신, 전문성을 갖추었다.

특히 윤석열 정권은 이영표에게 문체부 차관직을 제안했으나 그는 일언지하에 거절한 소신파이다. 내가 이영표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스포츠 대통령에 해당하는 문체부 차관을 제안받고도 과감히 걷어찬 그의 용기와 소신 때문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스포츠 선진화와 축구개혁에 이영표가 큰 역할을 하길 바라며 응원한다. 결국 시스템의 문제인데,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사람의 의지와 철학이다. 월드컵의 영웅 박지성과 이영표를 중심으로 현대축구협회를 국민과 축구팬들을 위한 국민축구협회로 환골탈태시키길 응원한다.

한국축구대전환, 크게 제대로!
덧붙이는 글 안민석은 현 경기도교육감이다. 안민석은 17대부터 21대까지 5선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스포츠 선진화를 주도했고, 현대가 독식의 축구협회를 비판했다. 특히 문체위원장 재직 시절 스포츠와 축구개혁을 주도하며 정몽규 체제를 비판하고, 축구를 국민과 축구인에게 돌려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운동하는 일반 학생,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오랫동안 주장했고, 문재인 정부 시절 그의 주장이 교육부 정책 슬로건으로 채택됐다.
#축구혁신 #학교스포츠정상화 #학생선수학습권 #스포츠혁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민주진보 경기교육감 단일후보(2026 경기교육혁신연대) 안민석입니다. 제 꿈은 국민에게는 즐거움이 되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는 삶의 모델이 되는 정치인이 되는 것입니다. 오마이에 글쓰기도 정치를 개혁하고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만드는 지름길 중에 하나라고 믿습니다.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인공지능 믿었던 미국 대기업들의 후회... 한국이 간과한 진실 인공지능 믿었던 미국 대기업들의 후회... 한국이 간과한 진실
  2. 2 '피터팬 아빠'의 생전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피터팬 아빠'의 생전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3. 3 92세 노모와 다녀온 영월 청령포 92세 노모와 다녀온 영월 청령포
  4. 4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반박한 '오마이뉴스' 기고, 논쟁 발생 이유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반박한 '오마이뉴스' 기고, 논쟁 발생 이유
  5. 5 "한 사람 인생 망친 관저 공사"... 33년 공무원 "스스로 포기까지 생각" "한 사람 인생 망친 관저 공사"... 33년 공무원 "스스로 포기까지 생각"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