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지난 6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신당도 숟가락을 들고 나섰다. 개혁신당 산하 개혁연구원은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무섭노' 논란에 대한 여론조사를 했다. 응답자의 55.8%는 '무섭노'를 "지역 사투리로 볼 수 있다"라고 답했다. "일베식 표현으로 볼 수 있다"라는 응답은 16.7%였다. 말투나 표현을 이유로 특정 정치 성향을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답변은 68.1%였다. 응답률은 0.5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였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국민 다수가 이번 논란의 프레임 자체, 사투리를 근거로 한 낙인찍기를 거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어 "조사결과를 보고 읽은 민심은 정치계 인사들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연예계 인사에게 이념적 공격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인이 정치적 목적으로 연예인의 사상을 검증해서는 안 된다는 말 자체는 지극히 옳다. 그러나 이를 입증하겠다며 내놓은 조사 문항 설계부터가 이상하다. 애초에 '지역 사투리'와 '일베식 표현'은 완벽한 대립항이 아니다. '노'는 경상도 방언에서도 쓰이고, 일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방식으로도 사용됐다. 같은 표현이라도 발화자와 상황, 앞뒤 맥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무엇보다 조사에서 묻지 않은 정치적 목적까지 이준석 대표가 민심의 이름으로 덧붙였다. 사실상 어느 정도 결과가 예견되는 여론조사를 만들어 놓고, 스스로의 말에 권위를 부여한 모양새라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언어의 용법은 다수결로 결정되지 않는다. 고작 응답률 0.53%인 500명 규모의 자체조사에 참여한 응답자들이 대신 판정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응답자의 55.8%가 사투리라고 답했다고 원이의 의도가 증명되는 것도 아니고, 16.7%가 일베식 표현이라고 답했다고 원이에게 혐오 의도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연예인을 정치적 논쟁에 끌어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을 얻기 위해, 정당 연구원이 해당 연예인의 말을 전국 여론조사 문항으로 만들었다. 원이를 논란에서 빼내기는커녕 정당 대표의 정치 메시지 안으로 다시 끌어들인 셈이다.
"오지랖도 적당히 펴라"
조국 전 대표가 열어젖힌 '지옥문'은, 보수 야권이 물어뜯기 좋은 빌미를 제공했다. 원이의 발언은 이른바 '민주 진영'의 위선을 공격하는 소재가 됐고, 그사이 리센느라는 걸그룹 브랜드 이미지에 꼬리표 같은 낙인이 붙었다.
더 심한 것은 김현지 PD가 또 다른 표적이 됐다는 데 있다. MBC경남 시청자 게시판은 김 PD의 사과와 징계, 사퇴와 해고를 요구하는 글로 뒤덮였다. 일부 이용자는 같은 제목의 징계 요구 글을 짧은 시간 동안 반복해서 게시했고, 김 PD 개인의 신상은 물론 가족들까지 돌팔매질의 대상이 됐다.
세대에 따른 방언의 변화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결과적으로 원이를 거대한 논쟁의 한가운데 세웠다는 점에서 김 PD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한 개인에게 욕설을 퍼붓고 해고까지 요구하는 공격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같은 마녀사냥을 정당화하고 가속화한 게 정치권이라는 게 한국 정치의 절망적 현실이다. 제1야당 대표와 중진 의원들이 "홍위병", "벌떼", "마녀사냥", "인민재판"이라는 말을 던지는 동안, 논쟁은 일베어에 대한 토론이 아니라 특정 개인을 향한 응징으로 물꼬가 바뀐 것이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정치인들 오지랖도 적당히 펴라"라고 일갈했다. "정치가 만들어야 할 갈등은 사회경제적 약자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기존 질서의 불의를 고발하며, 보이지 않던 문제를 공론장으로 끌어내는 것이지, 대중문화에서 나타난 표현 하나를 두고 언어의 재판관을 자처하며 문화전쟁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지적이었다.
정치는 갈등을 무조건 덮는 일이 아니다. 사회가 외면해 온 불평등과 차별을 드러내고, 힘없는 이들의 목소리를 공론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혐오 표현이 실제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를 만들고, 온라인 집단 괴롭힘과 신상 공격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 한다. 정치인이 할 일은 22세 아이돌의 말끝을 감별하는 것도, 그 아이돌을 방패 삼아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것도 아니다.
박 전 의원은 "요즘 10대 20대는 정치가 일상의 영역까지 개입해 도덕적 우위를 내세워 훈계하고, 최종 심판자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극혐한다"라며 "가르치고 싶으면 어른답게 잘 살자. 선비도 아니면서 선비질은 적당히 해라"라고 꼬집었다.
"상처받았을까 걱정되고 사과한다"라는 태도
노무현재단 이사를 맡아 여러 시사 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조수진 변호사의 뒤늦은 사과가 그래서 눈에 들어온다. 조 변호사는 지난 7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원이의 "무섭노"를 두고 "일베식 표현은 맞다"라고 단정했다. 일베 문화에 대해 "전면적으로 전쟁이다 싶을 정도"로 지적해야 한다고도 날을 세웠다. 그러나 김덕호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설명을 접한 뒤 자신의 판단을 정정했다고 알렸다.
그는 "온라인 대화 속 생략이 많은 젊은 세대의 언어에 대해 제 이해가 부족했던 것 같다"라며 "제 발언으로 리센느 그룹의 아티스트 원이님이 상처를 받았을까 걱정되고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도 고개를 숙였다.
새로운 사실을 접한 뒤 자신이 잘못 판단했음을 인정한다. 상대 진영을 탓하거나 책임을 돌리지 않고, 당사자의 이름을 부르며 사과한다. 당연하지만, 작금의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다.
정치인이 사회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정치인도 한 인간이기에 틀릴 수 있다. 문제는 이후의 대처이다. 본인 키운 논쟁, 그로 인해 애꿎게 발생한 피해자를 위해 결자해지할 것인가, 아닌가?
정치권이 달려들수록 잘못 없는 원이에게는 '일베 논란 아이돌'이라는 불필요한 꼬리표가 오래 붙었다. 김현지 PD는 자신의 잘못보다 훨씬 거센 집단적 공격을 받고 있다. 아무도 보호받지 못했고, 정치권은 각자의 지지층에 구애하는 메시지를 던지며 정치적 이득을 꾀했다. 이것이야말로 낄 때와 빠질 때를 구분하지 못한 정치다.

▲ 리센느 'Pretty Girl' 뮤직비디오의 주요 장면
더뮤즈엔터테인먼트
정치인들이 '노' 한 글자를 붙잡고 놓아주지 못하는 동안, 리센느는 지난 8일 카라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Pretty Girl'을 발표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 기존 곡 'LOVE ATTACK'이 차트 정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데뷔 835일 만에 거둔 첫 멜론 TOP100 1위였다.
정치, 이제 이 이슈에 '노(No)'를 외치고 '빠질 때'이다. 'Pretty Girl'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안 된다는 말은, 노(No), 노, 노,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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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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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나 장동혁이나... 리센느 논란에 '낄끼빠빠' 못하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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