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대에 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대북 송금'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종합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남소연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대북송금 사건을 둘러싼 '제3자 뇌물' 사건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난 2월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송병훈)가 "이중기소"라며 공소를 기각했던 판단을 항소심이 뒤집었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소기각의 주된 이유였던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제3자 뇌물은 보호법익과 구성요건이 다른 별개의 범죄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김 전 회장은 제3자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다시 1심 법원에서 유무죄 판단을 받게 됐다.
이번 판단은 김 전 회장 개인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같은 대북송금 사건 제3자 뇌물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물론 공소가 정지된 이재명 대통령 사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나의 행위지만 하나의 범죄는 아니다"
10일 수원고법 형사2부(재판장 김건우)는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김 전 회장 사건 항소심에서 원심의 공소기각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쟁점은 '이중기소' 여부였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을 북한에 800만 달러를 송금한 혐의로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으로 먼저 기소한 뒤, 같은 송금 행위가 당시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추진을 위한 제3자 뇌물에 해당한다며 추가 기소했다.
이를 1심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북한으로 돈을 보낸 하나의 행위를 두고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중복 적용한 것은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동일 사건을 다시 기소한 것이라며 형사소송법상 이중기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국환을 제공했다는 실행행위 일부가 중첩된다고 하더라도 두 범죄는 구성요건과 보호법익을 달리한다"라며 "법률상 하나의 행위라고 평가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즉, 돈을 북한으로 보낸 행위는 같더라도 외국환거래법은 국가의 외환관리 질서를 보호하는 범죄이고,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의 청렴성과 직무 공정성을 보호하는 범죄인 만큼 각각 독립적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취지다.
결국 항소심은 "이중기소가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공소기각에서 다시 유무죄 심리로
이번 판결의 가장 큰 의미는 사건이 다시 실체심리 단계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1심은 공소 자체를 기각했기 때문에 김 전 회장이 실제 제3자 뇌물을 공여했는지는 아예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이 이를 뒤집으면서 수원지법 합의부에서 사건을 다시 심리한다.
앞으로 재판에서는 검찰이 주장하는 "800만 달러 대북송금이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위한 제3자 뇌물이었는지",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김성태와 경기도 사이에 대가 관계가 존재했는지" 등이 본격적인 판단 대상이 된다.
이번 판결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건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제3자 뇌물수수 사건이다.
공교롭게도 이 전 부지사 사건은 13일 공판이 예정돼 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그동안 김 전 회장 사건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대북송금 행위를 외국환거래법과 제3자 뇌물로 중복 기소한 것은 이중기소"라고 주장하며 면소 판단을 해달라고 요구해 왔다.
실제로 1심에서 김 전 회장 공소가 기각됐을 당시에는 이 전 부지사 측 주장에도 상당한 힘이 실렸다. 재판부 역시 이전 공판에서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제3자 뇌물 관계를 어떻게 봐야 하느냐"라며 검찰에 여러 차례 질문을 던진 바 있다. 그러나 이날 항소심이 정반대 판단을 내리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항소심 판단대로라면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제3자 뇌물은 별개의 범죄인 만큼 이화영 사건에서도 면소나 공소기각을 전제로 한 주장은 현실적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
다만 이 전 부지사 측은 기존 주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단은 국정원 조사 결과와 검찰 공소사실 사이에 충돌하는 부분이 적지 않고, 대북송금의 목적과 경위, 대가성 여부 등에 대해서도 여전히 다툴 쟁점이 많다고 주장한다. 즉, 절차적 쟁점보다는 실체 판단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번 판결은 현재 재판이 정지된 이재명 대통령 사건에도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앞서 김 전 회장이 공소기각 판결을 받자 이 대통령에 대한 공소 취소 또는 공소권 남용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거론됐다.
김 전 회장조차도 1심 법정에서 "북한에 돈을 건네주면서 이화영이나 경기도에 대가를 요구한 적은 없다. 개인 돈으로 한 것이다. 사실상 '김성태의 대북송금'"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전면으로 배치되는 진술이다.
그러나 항소심이 공소기각을 뒤집으면서 검찰에 일정 부분 힘이 실리게 됐다. 적어도 제3자 뇌물 혐의 자체가 이중기소라는 논리는 항소심 단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이 곧 제3자 뇌물죄의 성립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이번 판결은 어디까지나 "재판을 받을 수 있는지"에 관한 절차적 판단일 뿐, 실제 뇌물공여와 뇌물수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
결국 향후 재판의 핵심은 다시 실체 판단으로 옮겨가게 된다.
이 전 부지사 측 김광민 변호사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김 전 회장의 공소기각 파기 결정에 대해 "결국 방법은 하나"라면서 "법정에서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다투면 된다. 국정원 조사 결과를 비롯해 여러 객관적인 사실이 수원지검 공소 사실과 배치된다"라고 밝혔다.
800만 달러 송금이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과 방북 추진을 위한 대가였는지, 당시 경기도와 북한, 쌍방울 사이에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 그리고 검찰 공소사실이 객관적 증거로 뒷받침되는지가 앞으로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3
공유하기
김성태 '제3자 뇌물' 공소기각 뒤집혀... 항소심 "이중기소 아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