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소속 노동자들이 공공재생에너지의 확대와 총고용 보장을 위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태성 제공
정부와 한국서부발전이 추진하는 '태안 청정에너지 개발단지' 조성사업을 놓고 태안지역 발전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자와 지역을 배제한 채 민간자본만 배불리는 사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은 10일 성명을 통해 정부와 한국서부발전이 최근 체결한 태안 해상풍력 공동개발 협약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노동 없는 에너지 전환은 존재할 수 없으며, 공공성이 없는 재생에너지 역시 정의로운 전환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성명은 지난 8일 정부와 한국서부발전이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체결한 '태안 해상풍력 공동개발 협약'에 대한 첫 공식 입장이라는 점에서 향후 지역사회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이라면서 정작 노동자는 철저히 배제"
정부는 지난해 말 폐쇄된 태안화력 1호기의 송전망과 부두 등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500MW 규모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고 이를 '주민 참여 기반 지역상생형 모델'이자 '정의로운 전환의 대표 사례'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발전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같은 설명이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의로운 전환은 단순히 석탄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사업이 아니라 산업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고 지역경제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번 사업 어디에도 발전비정규직 노동자의 미래는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한국서부발전은 정규직 노동자들과만 업무협약을 체결했을 뿐 발전소 운영과 정비를 담당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협의 과정에서 철저히 제외됐다"며 "정부가 말하는 정의로운 전환의 당사자인 노동자가 정작 논의에서 빠져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전환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노동자를 배제한 채 추진되는 사업은 애초부터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부를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AI 산업 전력은 필요하지만 발전노동자는 필요 없다는 것인가"
노동자들은 정부의 산업정책과 에너지정책 사이의 모순도 지적했다. 정부가 AI 산업과 초대형 데이터센터,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막대한 전력 공급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그동안 국가 전력 생산을 담당해 온 발전노동자의 고용 문제에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AI 산업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산업"이라며 "국가 성장전략을 위해 더 많은 전력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그 전력을 생산해 온 노동자의 일자리는 책임지지 않는 것은 명백한 정책적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발전노동자는 국가가 필요할 때만 존재하는 노동자가 아니다"라며 "석탄발전 폐쇄 이후에도 안정적인 일자리와 생존권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상생이라더니 지역은 어디 있나"
노조는 이번 사업이 '지역상생형 모델'이라는 정부 설명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성명에서는 "사업 추진 과정 어디에서도 지역주민이 실질적인 의사결정 주체로 참여하는 구조는 찾아볼 수 없다"라며 "정부와 발전사는 주민참여를 말하지만 정작 지역사회와 노동자가 함께 논의하는 사회적 협의체조차 구성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한국서부발전은 발전비정규직 노동자와 지역 주민이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를 즉각 구성해야 한다"라며 "지역과 노동자를 배제한 개발은 결국 갈등만 키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태안화력에 근무하는 이태성 지부장(사진 왼쪽)과 김영훈 한전KPS노조 지부장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대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태성 제공
"공공은 손실 떠안고 민간은 수익 가져가는 구조"
노조는 이번 사업의 사업 방식 자체에도 강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탈석탄 정책으로 좌초 자산이 된 석탄발전소는 공공이 책임지고, 앞으로 수익성이 높은 재생에너지 사업은 글로벌 기업과 민간자본이 가져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사실상 전력산업 민영화를 확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며 "에너지 전환이 민간기업의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노조는 재생에너지 역시 공공성을 기반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에너지 전환은 국민의 에너지 기본권을 보장하고 양질의 공공 일자리를 만드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공공재생에너지 확대가 정의로운 전환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 태안화력에 근무하는 발전비정규직 노동자와 가족들이 태안화력 정문 앞에서 총고용보장이 되는 정의로운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이태성 제공
"총고용 보장 없는 전환은 결코 정의롭지 않다"
발전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성명 말미에서 정부와 한국서부발전에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 ▲노동자·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 즉각 구성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지역경제를 살리는 정의로운 전환 추진 등을 요구했다.
태안화력에 근무하는 발전비정규직연대 이태성 지부장은 "노동 없는 에너지 전환은 없으며, 공공 없는 재생에너지는 정의로운 전환이 아니다"라며 "발전노동자의 생존권과 지역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성명은 단순한 노조의 반대 입장을 넘어, 석탄화력 폐쇄 이후 태안이 맞닥뜨린 '정의로운 전환'의 실체를 묻는 문제 제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정부와 발전사는 해상풍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발전소 폐쇄로 일자리를 잃거나 잃게 될 태안화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대책과 지역경제를 유지할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충분히 제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태성 지부장은 "태안의 에너지 전환이 진정한 성공 사례가 되기 위해서는 발전설비만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와 지역주민이 전환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어 정부와 발전사가 이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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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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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전환이라더니"... 태안 발전비정규직, 태안해상풍력 공동 개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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