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읍새마을부녀회 회원들이 '사랑의 복달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점록
기상청은 모르는, 이웃의 온도
이날 마련된 삼계탕은 홀몸 어르신 80가구에 전달됐다. 그런데 조리실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펄펄 끓는 가마솥이 아니라 '이 삼계탕은 어디에서 시작됐을까'라는 질문이었다.
답은 의외로 가까이에 있었다. 부녀회원들이 몇 달 동안 주민들과 함께 모은 헌옷과 재활용품이었다. 먼지를 뒤집어쓰며 한 벌씩, 한 상자씩 모은 물품을 판매해 마련한 수익금이 삼계탕 재료가 됐다. 버려질 뻔한 헌옷은 닭이 되고 인삼이 되고, 어르신들의 따뜻한 한 끼가 되었다.
주민들의 작은 나눔이 봉사자들의 땀을 만나 어르신들의 밥상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공동체가 살아 움직이는 선순환 그 자체였다. 삼계탕 한 그릇에는 재료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시간과 마음이 함께 담겨 있었다.
퇴직 후 평범한 주민의 시선으로 봉사 현장을 찾으면서,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공직에 있을 때는 행사 규모나 지원 실적 같은 숫자를 먼저 살폈다면, 이제는 사람의 얼굴을 먼저 보게 된다.
불 앞에서 붉게 달아오른 얼굴, 땀으로 젖은 앞치마, 고된 일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부녀회원들의 모습 앞에서는 자연스레 걸음이 멈춘다.
조리를 마친 회원들은 삼계탕을 들고 어르신들의 집을 직접 찾았다. 음식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손을 맞잡아 안부를 묻고 생활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세심하게 살폈다.
"아이고, 이 뜨끈한 걸 먹으니 올해 더위가 싹 가시는 것 같네."
서은숙 부녀회장은 "무더위에 지친 홀몸 어르신들께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정성을 담았다"며 "모든 어르신이 건강하게 여름을 보내셨으면 좋겠다"며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가장 어려운 헌신, '계속하는 일'
양지읍새마을부녀회는 해마다 복달임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행사라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그 익숙함이 가장 어려운 헌신인지도 모른다. 한 번의 선행보다 같은 자리를 지키며 변함없는 마음을 이어가는 일이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폭염은 해마다 최고 기록을 경신하지만, 날씨 앱에는 기록되지 않는 온도도 있다. 누군가는 더위를 피해 문을 닫지만, 누군가는 외로운 이웃의 문을 두드린다. 헌옷 한 벌에서 시작된 나눔은 삼계탕이 되었고, 삼계탕은 안부가 되었으며, 그 안부는 홀로 여름을 나는 어르신들에게 든든한 위로가 되었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제철 음식을 나누며 무더위를 이겨냈다. 이번 양지읍 가마솥에서 끓고 있던 것도 단지 닭과 인삼만은 아니었다. 주민들의 작은 나눔과 봉사자들의 땀, 그리고 이웃을 끝내 혼자 두지 않겠다는 마음이 함께 끓고 있었다.
공동체는 거창한 제도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버려질 헌옷 한 벌이 누군가의 여름을 지켜주는 한 그릇의 삼계탕으로 되돌아오는 것, 바로 그런 작은 순환이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이다. 조리실의 열기보다 더 뜨거웠던 양지읍의 여름날, 나는 진짜 복달임의 의미를 다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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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간 공직에 몸담고 퇴직했습니다.
지금은 은퇴 이후의 삶을 다시 배우는 60대 인턴으로 살고 있습니다.
소소한 일상에서 인생 2막의 의미를 발견하는 글을 씁니다.
오마이뉴스 '사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중장년과 노년의 삶을 기록하며,
나이 들어서도 배울 수 있고, 성장할 수 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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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양지읍새마을부녀회 복달임 나눔 현장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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