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7.11 18:02수정 2026.07.1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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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그냥 지나갈까 했다. 2년 전 담근 10kg 매실청이 조금 남아 있어 내년에 만들 생각이었다. 매실청 담그기는 우리 집에서 연례행사나 다름없다. 제철 매실을 이용해 설탕에 석 달 재우면 매실청을 맛볼 수 있다. 달콤 살콤한 매실청으로 만든 시원한 음료는 단박에 한여름 더위를 떨쳐버린다.
한때 매실 씨에 독성이 들어있다고 해서 씨를 제거한 과육으로 청을 담그기도 했다. 결국 씨 독성은 인체에 해로운 것이 아닌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매실 그대로 깨끗이 씻어 매실청을 담갔다.
매실청은 매실과 설탕 두 가지만 있으면 충분하다. 담그기 쉽기 때문에 아내 도움 없이도 만들 수 있다. 친구들은 처음에 내가 담근 매실청 이야기를 듣고 내가 "정말 담갔냐?"며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지금은 답변이 "맛있겠다!"로 바뀌었다. 아내도 일을 너무 벌이지 말라고 말릴 정도다.
매실청은 담그기는 쉬워도 세월을 기다려야 완성되는 음식이다. 매실양만큼 설탕을 섞고 중간에 가라앉은 설탕이 거의 녹을 때까지 몇 번 뒤집어줘야 한다. 이 작업을 마친 후 3개월간 숙성시켜야 한다.

▲ 올해는 진공포장한 매실 과욱으로 매실청을 만들었다.
이혁진

▲ 진공포장된 매실 과육, 매실의 씨를 제거했다.
이혁진

▲ 매실을 김장김치용기에 담았다.
이혁진

▲ 5kg 매실 위에 5kg 설탕의 반을 섞었다.
이혁진

▲ 매실과육과 설탕을 골고루 섞었다.
이혁진

▲ 매실과육과 설탕을 섞은 후 남은 설탕을 위에 덮었다.
이혁진

▲ 매실과 설탕을 석은 후 다음 날 아침 상태를 보니 매실즙으로 설탕이 모두 녹았다. 설탕이 바닥에 가라앉았다.
이혁진
그런데 지난달 아내가 고급정보(?)를 알려줬다. 매실 씨를 제거해 과육만 따로 진공포장해 판다는 것이다. 내가 바라던 다듬은 매실 과육이다. 놀라 가격부터 물었다. 가격(5kg 6만 5천 원)도 참해 보였다.
어제 매실 과육 5kg와 설탕 5kg을 구입해 김장김치 용기에 매실을 넣고 설탕 반을 섞고 이어 나머지 설탕을 매실 위에 덮었다. 오늘 아침 살펴보니 매실 위 설탕이 벌써 매실에서 나온 즙으로 바닥에 가라앉았다. 예상보다 빨리 발효가 시작된 것이다. 이어 바닥의 설탕을 위로 올려 매실과 다시 섞어주었다. 앞으로 이런 작업을 설탕이 다 거의 녹을 때까지 며칠 반복할 것이다.
설탕이 다 녹으면 이 상태로 3개월 숙성시키면 맛있는 매실청이 탄생한다. 잘 숙성된 매실청의 색깔은 보약처럼 검은색인데 오묘하고 신기하다. 자연의 청매실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발효와 숙성의 지혜이다.

▲ 오래전에 담근 매실청, 매실 색깔이 진한 갈색으로 변했다.
이혁진

▲ 오래전에 담근 매실청, 액상이 검은색을 띠고 있다.
이혁진
이번 매실청은 평소보다 늦게 담갔다. 과육만 파는 매실을 일찍 알았더라면 좀 더 빨리 담갔을지 모른다. 5kg 매실청이면 1년 동안 충분히 먹을 수 있다.
매실청은 김장김치처럼 두고두고 먹을 수 있어 좋다. 기력이 떨어질 때 다디단 매실청 과육은 별식으로 그만이다. 색다른 음료가 생각날 때 청으로 상큼한 차도 마실 수 있다. 아내는 매실청을 고기요리 할 때 자주 애용한다.
이번 매실청을 만들 때 두 가지를 새로 배웠다. 매실 과육만 따로 팔아 매실청 담그기가 한결 쉬어졌으며, 매실청 용기는 병으로 된 용기보다 사각형 김장김치 용기가 훨씬 편리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김장용기는 수시로 매실을 뒤집어 섞는데 용이하고 발효하면서 생기는 가스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 오디청, 오디도 설탕과 같은 비율로 담갔다.
이혁진
매실청을 담근 김에 오디청 2kg도 만들었다. 오디는 냉동해 간식으로 먹으려고 구입한 것인데 배달하는 과정에서 약간 물러진 것 같아 청으로 담갔다. 오디청도 매실청과 마찬가지로 설탕을 일대일 비율로 담근다. 오디청 또한 석 달 후에 차와 음료로 먹을 계획이다.
매실청과 오디청은 오래 발효할수록 맛이 진해지는 법인데 청을 담그면서 우리 인생도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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