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미술교사, 110만 원 월급에도 인생2막이 행복한 이유

[퇴직 후 새 인생 개척 소시민 이야기] 충남 당진제일감리교회 김영숙 담임전도사

등록 2026.07.12 15:07수정 2026.07.1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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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1~1993년 충남 당진시 송악고등학교 미술교사 역임
◈ 1994~2021년 당진시 송악중학교 미술교사 역임 (62세 정년퇴임)
◈ 2023년 8월 감리교신학대학교 목회신학대학원 졸업(신학석사, 서울)
◈ 2024년 4월 충남 당진시 당진제일감리교회 담임전도사 부임
◈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 전공 석사(1999년), 한서대학교 일반대학원 융합디자인학과 박사(2018)

은퇴 후 삶은 누구에게나 낯설고 막막한 길이지만, 어떤 이는 그 길을 두려움 대신 '도전'으로 받아들이며 인생 2막을 새롭게 써 내려갔다. 충남 당진에서 41년 동안 중고등학교 미술교사로 재직하다 은퇴 후 남편과 자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목회자의 길을 선택한 김영숙 전도사(67)를 지난 6월 따님댁에서 만났다. 왜 60대에 '목회자'로 인생을 갈아탔는지, 전도사 수입 월 110만 원과 교사 연금으로 버티며 택한 의미 있는 삶을 하나하나 풀어보겠다.

인터뷰하는 김영숙 담임전도사 재정이 어려운 교회에 보탬이 되고 이웃을 돕는 지금이, 하이힐을 신고 화려한 화장을 하던 교사 시절보다 몇 배는 더 행복하고 짜릿하다고 그는 고백한다.
▲인터뷰하는 김영숙 담임전도사 재정이 어려운 교회에 보탬이 되고 이웃을 돕는 지금이, 하이힐을 신고 화려한 화장을 하던 교사 시절보다 몇 배는 더 행복하고 짜릿하다고 그는 고백한다. 김부규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던 순간, 은퇴 후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고민하시던 그때의 마음은 어땠나요?

"처음엔 전공을 살려서 미술관 큐레이터(학예사)를 할까도 고민해봤지만, 큐레이터는 일요일에도 일하고 월요일에 쉬더라고요. 일요일 장벽 때문에 접을 수밖에 없었어요. 또 남편이 후임 목사를 좋은 사람으로 세우면 둘이 시간이 많아지니까 미술 학원을 차려도 되겠다고 생각했죠. 할 줄 아는 게 미술이니까 미술이라는 연을 조금이라도 더 이어가기 위해서 학원을 차리려고 했는데 여건이 안 되어 자격증 쪽으로 눈을 돌렸어요. 학교에 가서 동화책 읽어주는 '그림책놀이지도사' 자격증, 그리고 '아동미술심리치료사' 자격증 등 여러 가지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뜨겁게 타올랐어요."

송악중학교 예술활동과 최우수지도교사상 / (좌측) 2019년 구례예술인 마을 탐방 및 예술체험 학교 활동, (우측) 2016년 송악중학교 시절 최우수지도교사상(충청남도교육감)
▲송악중학교 예술활동과 최우수지도교사상 / (좌측) 2019년 구례예술인 마을 탐방 및 예술체험 학교 활동, (우측) 2016년 송악중학교 시절 최우수지도교사상(충청남도교육감) 김영숙

- 목회에 관심을 갖게 된 시점과 계기는?

"저는 대학 졸업하자마자 바로 당진에 있는 송악고등학교에 미술 교사로 채용되었고, 신학을 공부했던 남편은 학교 인근 교회에서 목회를 하게 되었어요. 거기서 6년 동안 마음을 다해 목회에 전념했고, 패기있고 성실한 젊은 인재로 인정받아 현재 교회로 오게 되었어요. 어려운 형편의 교회를 다시금 든든히 세워보자는 약속 하나로, 두 사람이 함께 뜻을 모아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교회 건물은 이미 준공되었지만, 무리한 신축으로 인해 빚더미에 올라앉은 교회였어요. 당시에는 감당하기 힘들었던 교회 부채도 남편, 그리고 교인들과 함께 합심해서 노력한 결과 모두 갚았어요.

세월이 흘러 남편이 담임목사에서 은퇴할 시점(70세)이 차츰 다가오고 있었어요. 어느 날 남편이 이런 말을 하는 거예요. "어떤 분의 남편이 목사님이었는데 암으로 갑자기 돌아가셨대요. 그래서 부인이 신학을 공부해서 목사 자리를 이어 나갔대요. 똑같은 교회 담임목사직을 남편에 이어서 부인이 하는 것은 세습이 아니라고 했대요." 그러면 나도 할 수 있겠네 했더니 우리가 그렇게까지 할 게 뭐 있냐며 남편 반응이 좋지 않았어요.

제가 남편한테 당신 은퇴하기 전에 정말 열정적인 후임 목회자를 데려오라고 얘기했어요. 하도 많아서 지금 줄을 섰다는 거예요. 그러더니 은퇴 1년 남겨놓고도 후임자를 뽑지 못했어요. 이 교회는 우리 부부가 젊은 날부터 헌신해서 일으켜 세운 맨몸 사역의 결과물이었기에 제가 교직에서 은퇴하고 자유로운 몸이 되더라도 노후에 경제적인 문제는 걱정이 없으니 남편 뒤를 이어받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회 사정을 미루어 봐도 여기서 멈추면 안 되겠다, 내가 이 교회를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신학대학원에 입학했어요. 교사 은퇴 1년 전부터 목회신학대학원 토요일 수업에 나가기 시작했고, 남편이 은퇴하는 시점에 졸업했어요.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는 전도사지만 모든 과정을 무사히 통과해서 내년에 목사 안수를 받을 거예요."


김영숙 담임전도사와 당진제일감리교회 / 60대 초반의 나이에 신학대학원에 입학해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는 담임전도사로서 교회를 이끌고 있는 삶은 은퇴 후의 ‘막막함’을 ‘사명’으로 바꾼 사례다.
▲김영숙 담임전도사와 당진제일감리교회 / 60대 초반의 나이에 신학대학원에 입학해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는 담임전도사로서 교회를 이끌고 있는 삶은 은퇴 후의 ‘막막함’을 ‘사명’으로 바꾼 사례다. 김영숙

- 은퇴 후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하신 것이 주변에서는 파격적인 결정으로 보였을 것 같습니다. 가족과 지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퇴직하기 1년 전부터 신학대학원에 다닌다고 했을 때부터 다들 교직에서 고생할 만큼 했으니까 이제는 좀 쉬라고 했어요. 남편도 반대했어요. 당신 못 한다고, 어렵다고, 뭘 그걸 하려고 하냐면서 말리더라고요. 애들도 엄마 하지 말라고, 엄마가 뭣 때문에 그걸 해? 퇴직하면 아빠하고 같이 놀러 다녀! 힘드니까 하지 말라는 거예요. 근데 저는 그냥 하고 싶더라고요. 대단하다고 격려해주는 지인도 있었어요.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해서 장학금도 받았고 또 석사 학위 두 개, 박사 학위 하나 받은 걸 명함에 새겼어요. 여자 목사로서 나는 전문가라는 사실을 밝히고 나를 무시하지 말라는 포석이지요."


- 늦은 나이에 시작한 신학 공부부터 전도사로서의 사역까지, 체력·경제·관계 등 현실적인 장벽도 있었을 텐데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이를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가장 힘들었던 건 주위에서 약간의 질투도 하고, 당시 당진시에는 여자 담임목사가 없었기에 왜 당신이 목회를 하려고 하냐면서 교인 몇 명이 떠났어요. 어쩔 수 없는 그분들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선생하다 그만뒀으면 됐지, 뭘 또 목사를 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선생은 우습게 봤다가 목사님은 우러러봐야 하니까 껄끄러운가 봐요.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끼리 부대껴야 하는 사람 관계가 제일 힘들었어요.

교회 여건을 감안해서 남편 뒤를 이어가기로 마음먹었지만, 처음에는 내가 특별한 능력도 없는데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했어요. 목사 사모의 역할과 목회자의 역할은 다르잖아요. 근데 막상 해보니까 신학 공부와 학교생활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신학 공부 내용이 제가 대학 다닐 때 배웠던 미술사와 많이 연결되니까 머리에 쏙쏙 들어왔어요. 제가 아직은 건강하니까 하나님을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사회를 위해서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일하는 것은 최고의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경제적인 부분은 웬만하면 아끼고 불필요한 곳에 안 쓰고 악착같이 모으는 거예요. 경제적으로는 제가 철저히 준비해왔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다만 사람과의 관계가 제일 어려웠어요. 개인 간의 다툼이나 갈등도 있지만 교회 사이에도 갈등이 많았어요. 제가 당진에서는 유일하게 혼자 여성 목회자가 된 거잖아요. 이걸 또 질투하고 험담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이제는 많이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지만,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제가 하나님을 따르고 믿는 사람이니 믿음을 가지고 버티고 하나님 말씀에 의지해서 극복했죠."

교회 장학금 수여식 / 김영숙 전도사는 장애인, 교회 근처 치매 할머니,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도 많이 돌보는데, 이런 돌봄을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장애인활동지원사 교육까지 수료했다.
▲교회 장학금 수여식 / 김영숙 전도사는 장애인, 교회 근처 치매 할머니,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도 많이 돌보는데, 이런 돌봄을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장애인활동지원사 교육까지 수료했다. 김영숙

- 은퇴 이후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전도사님처럼 완전히 다른 길에 도전하려 할 때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이나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한 가지는 무엇입니까?

"은퇴 후 막막함을 느낄 때는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의 책을 읽거나 관련 영상을 찾아보는 등 작은 노력이라도 이어가야 합니다. 뭘 하든지 자신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면 행운도 따라줄 거라 믿어요. 은퇴하고 나와 보면 의외로 할 일이 많더라고요. 요양보호사도 있고, 장애인 돌보는 장애인 활동지원사도 있고, 주변 도로에 보면 신호수도 있어요. 너무 좋은 일만 찾으려 하면 없지만, 정말 내가 낮은 자리에 가서 일하겠다고 생각하고, 부족하지만 내 손길이 필요한 곳, 채워야 할 빈틈이 있는 곳을 찾아가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해 보세요.

저는 목회 활동을 하지만, 요양보호사랑 장애인활동지원사로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고, 제 손길이 필요한 곳에서 봉사도 하고 있어요. 제가 받는 연금과 별도로 버는 수입 중 일부를 큰 건 아니지만 교회 헌신하는 데 쓰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 미술교사 시절과 전도사로서의 지금,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가치관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큰 변화는 없어요. 은퇴했다고 해서 사람의 의식이나 가치관이 하루아침에 확 바뀔 수는 없으니까요. 다만 가치관의 변화라기보다는 은퇴 전후로 '생활 속 패션'의 변화는 있었어요. 학교에 있을 때는 미술 교사라는 직업적 특성상 옷을 굉장히 화려하게 입었고, 화장도 진하게 했고, 구두는 늘 하이힐만 신고 다녔어요. 속으로는 항상 아끼고 안 쓰며 살았어도 겉으로는 그렇게 안 보였죠. 미술 선생님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어서 그 기대치를 채워줘야 했거든요.

'미술 선생님이 왜 저렇게 촌스러워?'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늘 예술적이고 감각적인 옷을 입고 다녔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에게 미술 선생님이 감각도 없다며 무시당할 수 있거든요. 지금은 그런 부담감에서 완전히 벗어났어요. 그냥 굽 낮은 단화에 평범하고 단정한 옷차림이면 충분해요. 지금의 제 모습이 훨씬 편안하고 좋습니다."

교사 시절 출품한 한국화 작품 「청송」 / 여백을 중시하는 고정된 전통 한국화 기법에서 벗어나 명암, 양감, 질감 등 서양화의 표현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화폭을 꽉 채우는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보여주었다.
▲교사 시절 출품한 한국화 작품 「청송」 / 여백을 중시하는 고정된 전통 한국화 기법에서 벗어나 명암, 양감, 질감 등 서양화의 표현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화폭을 꽉 채우는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보여주었다. 김영숙

- 월 평균 수입과 현재 부부 두 분 월평균 생활비는 얼마인가요?

"목회자에게 주는 사례비(급여)는 많지 않아요. 교회가 형편이 어려워서 많이 주지 못해요. 올해 결정된 금액이 110만 원이에요. 그만큼만 달라고 했어요. 저에게 사학연금이 나오고 있고, 또 교사 시절 아끼고 아껴서 저축한 게 있기에 생활하는 데는 걱정이 없어요. 교회에서 목회자에게 제공하는 사택이 있고, 차량유지비도 제공해 주니까 목회 활동에도 전혀 어려움이 없어요. 그리고 월평균 생활비는 두 사람이 거의 안 쓰니까 200만 원 정도 될 거예요. 경조사비와 불우이웃 돕기, 또 교회에 자잘하게 필요한 데 쓰는 비용까지 합하면 300~400만 원 정도 들어갈 거예요. 부족한 부분은 저의 연금에서 충당하고 있어요."

- 앞으로의 꿈이나 계획, 즉 인생 3막까지도 염두에 두고 계신 비전이 있으시다면?

"목사 은퇴 시점이 70세니까 저에게 남은 시간은 약 3년 정도 되네요. 남은 기간에는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일에 전념할 생각입니다. 인생 3막이라고 해서 저의 삶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목회자의 길은 도중에 그만둘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다만 바라는 게 있다면, 죽는 순간까지 목사로서 부끄럽지 않게, 하나님 나라의 신실한 변증자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현재까지 총 74화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전 인터뷰 기사가 궁금하시면 책 <퇴직 후 나는 다른 일을 한다>(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2999879)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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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나는 다른 일을 한다> 저자. 은퇴(퇴직) 후 새 인생을 개척하여 성공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소시민들의 실제적이고 생생한 경험 이야기를 인터뷰하는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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