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항공 비엔나-에르빌 정기 노선 유럽의 대형 항공사 중 하나인 오스트리아항공(Austrian Airlines)의 공식 일정 화면입니다. 오스트리아 빈과 이라크 에르빌 간 직항 정기 노선이 정상 작동하고 있으며, 미래 여정의 예약 결제까지 정상적으로 진행 중임을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오스트리아항공 웹사이트
또한 이라크는 지난해 6월에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축구 아시아 지역 예선 모든 홈경기들(대한민국과의 경기 포함)을 제3국가가 아닌 자국 내 바스라 경기장에서 정상적으로 치러냈다. 선수단과 관중들의 안전에 극도로 보수적인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제3국가가 아닌 자국(이라크)내 개최를 전면 승인했다는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전이 확보되었다고 판단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국제 통계 분석 기관들의 데이터 역시 현행 외교부의 여행 금지 국가 지정 및 해제 기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데이터 플랫폼 '데이터 판다스(Data Pandas)'가 집계한 전 세계 인구 10만 명당 살인율 통계에 따르면, 2026년 기준으로 이라크는 세계 37위 수준이다. 물론 살인율이 치안과 위험도의 절대적 척도는 아닐 수 있지만, 정작 살인율 상위 10위 이내의 극도로 위험한 국가들 중 현재 외교부가 전 지역을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한 곳은 '아이티' 단 1개국에 불과하다.
전 세계 도시,국가 비교 통계 사이트인 '넘베오(Numbeo)'의 글로벌 치안 안전도 순위(Safety Index)를 참고해도 이러한 경향이 관찰된다. 사용자 설문 기반의 국제 비교 지표이긴 하나, 조사 대상 148개국 중 이라크는 55위로서 베트남(57위)과 비슷한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최근 외교부가 여권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일부 지역에 발령되어 있던 여행 금지마저 해제한 베네수엘라는 해당 치안 순위에서 최하위권인 147위를 기록하고 있다. 치안 순위 147위 국가의 규제는 완화하면서, 그보다 90단계 이상 순위가 높은 55위 이라크와 살인율이 전 세계 107위로서 현저히 낮은 시리아(사실상 이스라엘이 실효 지배중인 골란고원 제외) 등은 전 지역 여행 금지를 요지부동으로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데이터와 유기적으로 맞물리지 않는 규제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데이터 판다스(Data Pandas) 전 세계 살인율 순위 통계 국제 통계 플랫폼 데이터 판다스(Data Pandas)의 전 세계 인구 10만 명당 살인율 순위 자료입니다. 이라크, 시리아 등의 객관적 살인율 지표를 보여주며, 위험도를 평가할 때 참고할 수 있는 하나의 객관적 지표를 제공합니다.
Data Pandas 공식 웹사이트

▲넘베오(Numbeo) 전 세계 치안 안전도 순위 전 세계 도시,국가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의 국가별 치안 안전도(Safety Index) 순위표입니다. 사용자 설문 기반의 국제 비교 지표이나, 이라크는 55위로서 비교적 준수한 순위를 기록한 반면 최근 일부 지역에 발령되어 있던 여행 금지마저 해제된 베네수엘라는 최하위권인 147위에 있습니다.
Numbeo 공식 웹사이트 캡처
정보기관의 평가 문서조차 없는 관성적 '6개월 연장'
그렇다면 외교부가 이처럼 선진국의 권고 제도와 아전인수격 비교를 해가며 일부 국가에 대해 전 지역 10년 넘게 여행 금지를 유지해 온 배경에는 어떤 정세 재평가 보고서가 있었을까? 놀랍게도 그 실체는 공식 행정 절차를 통해 '부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여행 금지 국가의 지정 및 연장은 외교부 소속 여권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며, 국가정보원은 심의 과정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주요 관계기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최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국가 최고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이라크 위험도 재평가와 관련한 검토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다(정보부존재)"는 공식 회신을 받았다. 이는 부처 간 긴밀한 정세 분석과 데이터 공유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지, 외교부의 여행 금지 연장 결정이 상당 부분 기존 관행에 의존하여 지속되어 온 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국가정보원 정보공개청구 결과 회신문 국가정보원에 '이라크 위험도 관련 재평가 검토 문서'를 정보공개 청구하여 발급받은 공식 회신문입니다. 관련 검토 문서가 부재(정보부존재)함을 공식 확인해 주어, 외교부의 여행 금지 연장이 부처 간 면밀한 데이터 공유가 있었는지,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게 됩니다.
국가정보원 회신문 캡처
이미 해외의 수많은 여행자와 인플루언서들은 이라크 등지에서 자유롭게 현지인들과 문화적 교류를 나누며 SNS에 사진과 영상들을 공유하고 있다. 수십만 구독자를 보유한 한 영국인 부부 여행 유튜버 채널에는 바그다드나 모술을 자유롭게 여행하는 영상들이 버젓이 올라있다. 또한 대만인 등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해 기념 사진을 남기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타국민에겐 '자유로운 왕래와 사업'인 행위가, 오직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만 귀국 후 적발 시 처벌받는 형사 처벌 대상이 되는 기이한 통제이다.

▲외국인 여행 유튜버의 이라크 여행 영상 목록 예시 영국의 유명 부부 여행 유튜버가 이라크 바그다드, 모술 등지를 자유롭게 여행하며 올린 유튜브 영상 화면입니다. 대한민국과 달리, 해외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현지 방문과 활발한 문화 교류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유튜브 해당 채널 화면 캡처

▲대만인 단체 관광객의 아프가니스탄 방문 기록 대만인 단체 관광객들이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하여 촬영한 SNS 인증 사진입니다.
인스타그램 해당 게시물 캡쳐
처벌 규정 없이 '권고' 중심으로 여행 경보를 운용하는 선진국들은 정세 변화에 오히려 더 기민하게 대응한다. 영국 외교부(FCDO)의 경우, 미국-이란 간 갈등으로 중동 정세가 전체적으로 악화되자 2026년 3월 최고 단계 여행 경보를 이라크 전 지역에 발령했으나 정세가 소강 상태로 접어들자 불과 3개월 만인 2026년 6월 수도 바그다드와 북부 쿠르디스탄 지역을 포함한 상당수 지역에 대해 여행 경보 단계를 신속하게 하향 조정했다. 자국민의 자유로운 국제 활동을 불필요하게 가로막지 않기 위함이다.

▲영국 외교부(FCDO) 이라크 여행경보 안내 화면 영국 외교부(FCDO) 공식 웹사이트의 이라크 여행경보 화면입니다. 영국은 처벌 규정도 없지만 정세 변화를 감지하자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최고 단계로 올렸던 이라크에 대한 여행 경보 단계를 불과 3개월 만인 2026년 6월 바그다드를 포함한 상당수 지역에 대해 신속하게 하향 조정하며 자국민의 자유로운 국제 활동을 보장하는 행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영국 외교부 웹사이트 캡처
홍콩 보안국 역시 현재 전 지역 최고 단계 여행 경보를 발령 중인 국가는 이란·시리아·레바논·이스라엘 단 4개국에 불과할 정도로 범위를 최소화하여 통제한다.

▲홍콩 보안국 최고단계 여행경보 지정 현황 홍콩 보안국 공식 웹사이트에 공시된 최고 단계 여행경보 국가 명단입니다. 홍콩은 현재 전 지역 최고 단계 여행경보 국가를 이란·이스라엘·시리아·레바논 단 4개 국가로 제한하여 규제의 범위를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홍콩 보안국 웹사이트
국가의 보호 의무와 개인의 자유, 그 균형점을 향해
국가가 국민의 생명 및 안전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다는 점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보호가 합리적인 지침과 정보 제공을 넘어, 타국민들은 자유롭게 누리는 교류와 사업의 기회마저 원천 차단하고 자국민을 형사 처벌 대상으로 만드는 통제로 변질된다면 이는 거주·이전 및 이동의 자유라는 기본권 제한의 적정성을 넘어선 처사다. 책임 추궁이 무서워 학생들의 수학여행과 축구를 금지해 버리는 행정 편의주의적 조치가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외교부는 장기간 유지되는 여행 금지 제도의 운영 방식이 현재의 국제 환경과 비례 원칙에 부합하는지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국민 보호라는 본연의 목적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기본권 제한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제는 대한민국도 궁극적으로는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현행 처벌 중심의 규제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고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방식(권고 중심)으로 제도를 바꾸는 것도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 외교부 "특수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법적 강제성을 띠게 된 제도" |
외교부는 14일 우리나라의 여행금지 제도가 과거 고김선일 씨 피랍 사건과 샘물교회 사태 등 특수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여권법 개정을 거쳐 법적 강제성을 띠게 된 제도라고 밝혀왔습니다. 대다수 국가가 권고적 제도를 운영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법제화된 의무를 이행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북한 등 일부 국가에 대해 허가 없는 방문 시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유사한 강제 제도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외교부는 국민과 기업의 필수적인 방문을 지원하기 위해 '예외적 여권사용 허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5~6천 명 규모의 방문을 허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치안 상황뿐만 아니라 무력충돌, 감염병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 고려해 최소 6개월마다 모든 지역의 여행 경보를 재점검하고 있으며, 실제로 최근 베네수엘라와 캄보디아 일부 지역의 여행금지를 해제한 바 있다고 전해왔습니다.
장기 여행금지 국가인 이라크 등의 경우 올해 초부터 단계적인 경보 하향 방안을 검토 중이었으나, 2월 말 중동 전쟁 발발로 인해 미국·일본 등 주요국도 여행금지를 발령하는 등 정세가 급변하여 현재는 하향 조정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외교부는 앞으로도 국민 안전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되, 기업 활동 등 예외적 방문 필요성을 적극 검토해 국민의 요구를 최대한 충족시키겠다고 밝혀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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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탠다드와 국민의 기본권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여권법 및 여행금지 제도의 모순을 추적합니다. 행정 편의주의적 규제를 넘어, 선진국 수준의 합리적인 이동의 자유와 외교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자 데이터와 근거를 기반으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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