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종권 시인의 시집 <진심에 답하는 버릇>
시인의일요일
한국 사회에는 남자가 눈물을 보이면 안 된다는 강압이 있습니다. 이런 말도 듣습니다. '남자는 살면서 오직 세 번만 눈물을 흘려야 한다'라고. 어처구니없는 말입니다. 감정은 이성적으로 움직여지지도 않으며, 눈물이 슬픔의 잣대도 아닙니다. 눈물은 슬픔을 표현하는 여러 방법의 하나일 뿐입니다.
눈물에 부정적이었던 까닭은 우리 눈에 직관적으로 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싸울 때 '코피'라는 시각적 효과가 이기고 지는 것을 지배하듯이 '눈물은 약한 사람만이 흘리는 상징이다'라고 사회적으로 규정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저는, 약한 사람입니다.
특히 쉰을 넘기며, 우는 일이 잦습니다. 우습지만 가장 많이 우는 때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입니다. 감동적인 장면에서 눈물이 툭, 떨어집니다. 생리적으로는 눈물이 메말라서 수시로 인공눈물을 넣어야만 하는데, 어디에 숨어있었던 눈물이었는지, 마치 샘이라도 터진 듯 흐릅니다. 이 눈물들, 생리적으로 호르몬의 영향에 따른 변화일 수 있겠으나, 그것보다는 평생을 눈물을 꾹 참으며 살아온 나 자신에 대한 독백일 수도 있습니다. 시인도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
작아진다는 건 초록이 무성하도록/ 나에게 할 말이 많아진다는 거'라고요.
솔직히 눈물과 함께 말도 많아졌습니다. 이런 저를 보고 둘째는 '잔소리꾼'이라고 부릅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는 까닭은 걱정이 많기 때문입니다. 사실 하나하나가 다 걱정입니다.
그런데요. 말도 많아지고 눈물도 많아진 지금이 저는 훨씬 좋습니다. 무뚝뚝하게 감정을 숨기며 저녁의 이목구비를 들키지 않으려 애쓰던 날들은, 진심의 반대쪽으로 걸어가는 시간뿐이었을 것입니다. 오늘날 제가 인공눈물 없이는 버티지 못하는 메마른 눈을 갖게 된 것도, 오랫동안 온몸으로 진심을 꾹꾹 누르며 살아온 탓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인공눈물 대신 마음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진짜 눈물을 흘릴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감추며 살아가는 삶이 진심의 반대쪽이라면, 저는 이제 감정을 숨기기보다 내 가감 없는 모습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쉰을 넘긴 제가 비로소 배우게 된
'진심에 오래 답하는 버릇'일 테니까요. 제 아내에게, 아이들에게, 그리고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진짜 마음을 건네고 싶습니다.
시 배달부 주영헌 시인 드림.
※ 시인 이력 (출판사 제공)
- 황종권 시인
2010년 《경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 『당신의 등은 엎드려 울기에 좋았다』 『ㅅ, 일곱번째 감각』, 에세이집 『방울슈퍼 이야기』 『시가 세상에 맞설 때』가 있다. 여수해양문학상, 문경새재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시쓰기 보다 시읽기와, 시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9년 계간 『시인시각(현 시인동네)』 시 부문 신인상과 2019년 『불교문예』 문학평론 신인상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인류는 멸종을 예약했습니다』등 세 권의 시집을 출간했습니다. 동네책방과 도서관에서 북토크로 독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이메일 yhjoo1@naver.com
공유하기
눈물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흘리는 진심의 언어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