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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불교문학' 창간사

[잡지 창간사 45] "문자 포교의 중요성은 모든 이들의 관심사이자 한국 불교가 풀어야 할 당면 과제 중 으뜸 숙제"

등록 2026.07.14 15:19수정 2026.07.1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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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문학지평을 새롭게 넓혀가는 순수계간 문학지"를 자임하며 1988년 봄 <불교문학>이 창간되었다. 발행인 서의현, 편집인 겸 주간 이향봉, 편집위원 이기영·고은·최일남·조보현·김정휴, 발행처는 불교문학사이다.

창간호는 특집 ①'오늘의 불교문학', ②'배달겨레의 원류를 찾아서 - 잡아함경', 돈연의 '인연과 깨달음과 시의 가람', 민희식의 '신·구약에 나타난 불교사상과 오리엔트 신화', 고은의 연작시 '만인보'가 실렸다.

편집인 이향봉의 '부처님의 법음처럼 차별없는 '마당' 소망하며'제하의 창간시 앞 부분이다.

잠이 오지 않는 자에겐 밤이 길고 피곤한 자에겐 길이 멀기만 하여라. 진리의 기쁨을 모르는 자에겐 만나기 어려운 인간 세상도 허무하기만 하나니…

법구경(法句經)에서 만난 부처님의 말씀이시다.

잠이 오지 않는 사람에겐 짧은 여름밤도 겨울밤보다 더 길게 느껴질 수 있겠고, 늘상 다니는 길이라 해도 춥고 배고프며 피로에 지친 날엔 아득히 멀게만 느껴진다. 그런데 하물며 하루 하루를 엮어 나가는 생사(生死)의 길에 있어 잡념과 불만으로 찌들어 있다면 그 길은 더할 수 없이 지루하고 허무하기만 할 것이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평범한 이치를 설명한 말씀이나 가슴 속으로 파고드는 청량한 법음(法音)이자 진리의 감로수이다.

잠이든 자는 빛을 볼 수 없다.

귀 막고 눈 가린 자에겐 부처님의 진리가 보이거나 들려올 리 없다.

빛이 온 누리에 충만하고 빈부의 격차나 인종의 차별이 없듯이 부처님의 법이 또한 그러하다.

빛이 떡갈나무 잎이든 싸리나무 잎이든 채송화, 민들레, 개나리, 진달래 잎이든 차등 없이 골고루 평등하게 지나감과 같이 부처님의 법이 또한 그와 같이 못생겨서 죄송한 사람이나 잘나서 뻐기는 자 모두에게 밉고 곱고를 가리지 않고 자비로의 진리의 말씀으로 감싸 준다.

목마른 자에겐 물이 되고 배고픈 자에겐 밥이 되며 지친 자에겐 반려자가 되고 아픈 자에겐 약이 된다.

부처님은 살아 있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새벽을 열어 보인다.

새벽의 의미와 새벽의 기쁨과 새벽의 몸가짐을 일러 주고 새벽을 하루에도 스무 번 치른 뒤 말로 할 수 없게, 삶 그 자체가 풍요롭고 활기에 넘치는 새벽이 될 수 있게, 새벽의 길잡이이자 살아 움직이는 이정표이다.

부처님의 법음(法音)이 담긴 불경이, 벼랑 끝에 서서 길을 묻는,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 있어 지혜의 샘터이자 삶의 활력소로 그 자리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해인사의 장경각에 소장되어 있는 팔만대장경이 그대로 고전 문학 중의 기념비적인 문학의 보고(宝庫)요, 선사 스님들이 주고받는 선문답(禪門答)이 오늘에 있어 현대 시의 새로운 장(章)으로 큰 획을 그어 선시연구가 날로 그 둘레를 넓히고 있음도 주목할 일이다.

한국문학 60년사에 있어서도 불교 정신에 뿌리를 내린 문학인들의 활동과 업적이 부분 부분 토양이 되고 자양분이 되어 오늘의 현대 문학을 꽃 피우고 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도 불교계에서는 불타(佛陀)의 이념과 사상에 근간을 두어 새로이 접목하려는 불교 문학이라는 화원에 보호벽을 펴주거나 햇살과 바람, 그리고 자양분이 되는 일에 인색해 왔었다.

지극히 부끄러운 일이지만 승려들의 활동 반경이 극히 제한되고 제약받는 현실 속에서 문자 포교의 중요성은 모든 이들의 관심사이자 한국 불교가 풀어야 할 당면 과제 중 으뜸 숙제였다.

그렇다고 불교문학의 편집 방향이 불교의 포교만을 목적으로 하거나 불교문학인들 만이 지면을 이용해야 할 만큼 편협되거나 아전 인수격의 아집(我執)에서 헤매지는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잡지 창간사]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잡지창간사 #잡지 #창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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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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