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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6.07.13 10:11수정 2026.07.1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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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케이크 하나를 놓고 촛불을 끈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한바탕 웃고 나면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생일 파티가 끝난다. 하지만 나의 손자 로리의 생일에는 해마다 작은 의식 하나가 더해진다. 백설기와 수수팥떡을 준비해 집 앞 어린이도서관 유아 열람실을 찾는 일이다.
돌이 되기 전, 아직 걷지도 못하던 아기 때부터 도서관 유아열람실은 로리의 가장 다정한 놀이터였다. 책을 장난감처럼 만지며 놀았고, 내가 그림책을 읽어주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걸음마를 시작한 뒤에는 거의 날마다 도서관 문턱을 넘나 들었다.
"안녕하세요"라는 씩씩한 인사로 들어가 "안녕히 계세요"라는 서툰 인사를 남기고 돌아왔다. 어린이집에 다니기 전까지 도서관은 로리에게 어린이집이자 유치원이었고, 선생님들은 함께 아이를 키워준 든든한 이웃이었다. 유아 열람실을 이용하는 로리 또래의 아기가 없던 때라서 유독 눈에 띄었을 수도 있다.
도서관에서 자란 아이
로리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선생님들은 늘 "우와, 로리 왔구나" 하며 반겨주었다. 덕분에 로리는 자연스럽게 유아열람실의 귀염둥이가 되었다.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도서관에 가는 횟수는 조금 줄었지만, 지금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하원 뒤에 들러 책을 읽고 빌려온다.
해마다 생일 떡을 나눈 것은 그동안 받은 따뜻한 마음에 대한 감사였다. 선생님들도 북스타트 행사 뒤 남은 그림책을 챙겨주거나 손수 만든 작은 인형을 건네며 로리의 생일과 성장을 축하해주곤 했다. 그렇게 쌓인 정이 어느새 여러 해가 되었다.
올해도 로리의 생일을 앞두고 떡을 준비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하던 차였다. 며칠 전, 인근 복합문화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다가 뜻밖에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집 앞 어린이 도서관에서 근무하던 선생님 한 분이 그곳에 계셨다.
"선생님이 왜 여기 계세요?"
놀라서 묻자, 그제야 나는 집 앞 어린이도서관의 선생님들이 모두 다른 곳으로 인사 이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로리가 아파 며칠 도서관에 가지 못한 사이의 일이었다. 늘 보던 선생님들이 모두 자리를 옮겼다는 것도, 제대로 작별 인사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도 그날 처음 알았다.

▲ 언제나 정겨운 도서관
seffen99 on Unsplash
선생님은 로리를 보자마자 무척 반가워하며 이동하던 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갑작스럽게 자리를 옮기게 되어 모두들 로리와 인사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고 한다. 특히 다른 지역으로 멀리 가게 된 두 분은 가까운 복합문화도서관으로 옮기는 선생님을 부러워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선생님은 좋겠어요. 로리가 가끔 가는 도서관으로 가시니까 계속 로리를 만날 수 있잖아요."
한 아이의 성장을 오랫동안 지켜본 이들의 애정이 그 짧은 말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나는 반가움과 아쉬움이 뒤섞인 마음으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마침 생일 떡을 준비하고 있던 터라, 올해는 집 앞 도서관 뿐 아니라 이곳에도 떡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로리의 생일이 되었다. 주말 오후에 주문해둔 떡을 찾아 먼저 복합문화도서관으로 갔다. 그곳에 계신 선생님께 떡을 전한 뒤, 이제는 낯선 선생님들만 있을 집 앞 어린이도서관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뜻밖의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보는 선생님들이 로리를 단번에 알아보고 환하게 웃으시는 게 아닌가.
따뜻한 품같은 공간
"네가 로리 맞지? 이야기 많이 들었어. 선생님들이 다른 곳으로 가시면서 네 이야기를 많이 해 놓고 가셨단다. 아쉬워서 어쩌니?"
책을 열 권 넘게 읽고 나가는 꼬마가 있다는 것, 돌아갈 때 작은 사탕 하나를 손에 쥐여주면 좋아한다는 것까지 새 선생님들에게 일러두었다고 했다. 로리의 생일 떡을 건네자 한 선생님이 말했다.
"잘 먹을게. 로리가 생일날 떡을 가지고 온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미처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네."
그러고는 떠난 선생님들을 대신하듯 로리를 꼭 안아주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가슴이 먹먹했다. 선생님들은 자리를 떠났지만, 로리를 향한 마음까지 가져간 것은 아니었다. 그 마음을 새로 온 선생님들에게 고스란히 건네고 간 것이다.
로리에게 도서관은 친한 이웃집보다 더 정겨운 곳이다. 떠난 선생님들의 마음이 새로 온 선생님들에게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그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도서관은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곳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 아이가 걷기 전부터 뛰어다니는 어린이가 될 때까지, 마을 사람들이 함께 지켜보는 따뜻한 품이 될 수 있다.
아이들에게 도서관이 책이 있는 공간을 넘어 오래도록 기억되는 따뜻한 집이자 푸근한 고향이 되어주기를 소망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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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동한 동네 도서관 선생님이 손자를 위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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