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 위한 환경 글을 쓸때 자신만의 특별한 공간을 만드는건 중요한 일이다.
박승일
그 한 마디가 다시 노트북을 열게 만든 첫 번째 이유였다. 당시 나는 경찰관 기동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지난 2022년까지만 해도 기동대 업무의 상당 부분은 전투경찰과 의무경찰이 담당했다. 하지만 군입대 제도가 폐지되면서 그 역할을 직업 경찰관들이 맡게 되었다.
시민들은 도심 곳곳에서 경찰버스를 자주 보지만, 그 안에서 경찰관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어떤 일을 하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주변 사람들도 가장 많이 물어본 질문이 바로 그것이었다.
"경찰버스에는 누가 타나요?"
"하루 종일 버스 안에서는 무슨 일을 하나요?"
생각해 보면 나 역시 경찰관이 되기 전에는 늘 궁금했던 이야기였다. 그래서 기동대의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매주 '경찰버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 블로그에 올렸다. 하지만 처음에는 적잖이 망설였다. 그동안 써왔던 범죄 예방이나 현장 출동 이야기가 아니라 기동대의 일상을 쓰는 것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원고를 공개하기 전에 가장 먼저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던 친구, 후배 경찰관들 그리고 오랫동안 내 글을 읽어온 지인들까지. 그들은 바쁜 와중에도 한 줄 한 줄 읽으며 부족한 점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 부분은 오해를 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 문장은 조금 더 따뜻하게 표현하면 좋겠어요."
"현장의 분위기가 더 느껴지면 좋겠습니다."
그 조언은 단순한 퇴고가 아니었다. '계속 써도 된다'라는 응원이었고, '다음 글도 기다리겠다'라는 약속이었다. 돌이켜보면 그때 주변 사람들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몇 편 쓰지 못하고 멈췄을 것이다. 지금 이 글 역시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지 모른다. 그리고 조금씩 독자들의 반응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90년대 방범순찰대에서 근무하며 진압 출동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 시절 버스는 정말 열악했지요."
"형부가 경찰관으로 근무하시다 순직하셨습니다. 경찰버스만 봐도 아직도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어릴 적 시내에서 최루탄 가스를 마시며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글을 읽으니 오래된 기억이 다시 떠오르네요."
댓글 하나하나를 읽으며 새삼 깨달았다. 사람들은 단순히 정보를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꺼내놓고 있었다. 내 글은 경찰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독자들은 그 안에서 자신의 청춘을 떠올리고, 가족을 기억하고, 지나온 시간을 다시 만났다. 그 순간부터 글쓰기는 혼자 하는 일이 아니었다. 독자가 있어야 글도 완성된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구독자는 조금씩 늘어났다. 조회 수보다 더 반가웠던 것은 긴 댓글이었다. 공감한다는 말, 잘 읽었다는 말, 다음 이야기를 기다린다는 말은 어떤 상보다도 큰 힘이 되었다. 그 응원은 지난해 지구대로 발령받은 뒤에도 이어졌다.
112 신고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시 매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도 결국 독자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돌이켜보면 출판사의 거절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들의 응원이었다. 거절 메일은 몇 줄로 끝났지만, "다음 글도 기다리겠습니다"라는 독자의 댓글은 며칠이고 마음속에 남았다. 누군가는 내 글을 통해 자신의 삶을 떠올렸고, 나는 그런 독자들 덕분에 다시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지금도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포기하지 않고 쓰는 사람이라고는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꾸준함 역시 혼자 만든 것이 아니다. 내 글을 냉정하게 읽어준 사람들, 부족한 부분을 솔직하게 이야기해 준 친구들, 그리고 매주 댓글과 공감으로 응원을 보내준 이름 모를 독자들이 함께 만든 결과다.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출판사의 거절은 내 꿈을 멈추게 하지 못했지만, 사람들의 응원이 내 발걸음을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글은 혼자 쓰지만 끝까지 쓰게 만드는 힘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그래서 책 한 권은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읽고 함께 응원해 준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완성되는 결과물인지도 모른다.
혹시 언젠가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다면 세 가지만 기억했으면 한다.
첫째, 일단 써야 한다. 완벽한 글을 기다리다 보면 첫 문장조차 시작하지 못한다. 개인 블로그도 좋고 브런치도 좋다. <오마이뉴스>처럼 편집자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면 더욱 좋다. 글은 혼자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조언을 만나며 조금씩 성장한다.
둘째, 꾸준히 써야 한다. 시간이 남아서 글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바쁜 시간을 쪼개 원고를 완성한다. 일주일에 한 편이라도 좋다. 자신만의 약속을 지키다 보면 어느새 글은 습관이 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셋째, 메모해야 한다. 특별한 사건은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평범한 하루를 기록하는 사람에게는 평범한 하루도 좋은 소재가 된다. 나 역시 휴대전화 메모장에 하루 한두 줄씩 적어 둔 기록이 훗날 한 편의 글이 되고, 결국 한 권의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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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현직 경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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