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듣기
  • '도서전' 역대급 흥행에도 독서량은 뚝... 이유가 뭐냐면

    [요즘의 발견] 책 즐기는 방식 다양해져... '그곳, 그 시간'에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 소비하는 사람들

    등록 2026.07.18 19:26수정 2026.07.18 19:26
    1
    원고료로 응원
     지난 6월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방문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 지난 6월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방문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텍스트힙(Text Hip)'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글자를 뜻하는 '텍스트(Text)'와 멋지다는 의미의 '힙(Hip)'을 합친 신조어로, 책을 읽는 것을 하나의 세련된 취향으로 여기는 경향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생겨난 말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독립서점과 북토크, 도서전처럼 책을 매개로 한 공간과 행사가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국제도서전입니다. 지난달 막을 내린 이번 행사에는 역대급 인파가 몰렸습니다. 개막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긴 줄이 이어졌고, 인기 출판사 부스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출판사들 역시 신작 발표와 작가와의 만남, 굿즈 증정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이제 도서전은 책을 단순히 소개하고 판매하는 자리를 넘어, 책을 매개로 한 다양한 활동을 함께 즐기는 하나의 문화 축제로 확장되었습니다.

    축제가 된 도서전, 현장감을 소비하는 시대

     지난 6월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방문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 지난 6월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방문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바야흐로 콘텐츠 홍수의 시대입니다. 클릭 한번이면 책이든, 영화든, 음악이든 방구석에서 무한대로 접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가 흔해질수록 오히려 희소해진 것은 '현장감'입니다. 사람들은 단순히 영화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GV와 영화제를 찾습니다.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나 라이브 공연을 보기 위해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들입니다. 이처럼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함께 즐기고 그 순간의 분위기를 나누는 일은 디지털과 온라인이 대신할 수 없는 '현장'만의 매력입니다.

    도서전의 인기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제 독서는 혼자 텍스트를 읽는 행위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독자들은 작가와 직접 소통하고 출판사의 철학을 둘러봅니다. 감각적으로 꾸며진 부스에서 사진을 찍고, 한정판 굿즈를 구매해 SNS에 공유합니다. 단순히 책 한 권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곳, 그 시간'에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소비합니다.

    책은 읽지 않으면서 도서전은 간다?


     지난 6월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방문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 지난 6월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방문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도서전을 가득 메운 인파를 두고 '패션독서'라는 다소 비판적인 시각도 등장합니다. 그저 힙한 공간에 다녀왔다는 SNS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도서전에 간다는 지적입니다. 책보다 무료로 나눠주는 굿즈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독서라는 본질 대신 그저 행사를 일회성으로 소비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같은 비판에도 나름의 근거가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5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38.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성인 10명 가운데 6명은 지난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고, 연평균 독서량도 2.4권에 그쳤습니다.


    출판시장도 오랫동안 침체를 겪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과거보다 훨씬 적은 판매량으로도 베스트셀러로 불릴 만큼 시장 규모가 줄었다는 말이 나옵니다. 독자는 줄고 출판사는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정작 도서전만 해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모습은 다소 모순적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도서전의 흥행을 곧바로 독서 문화의 회복이나 성장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독서는 오랫동안 책을 정독하고 깊이 이해하는 '진지한 행위'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 독서는 오랫동안 책을 정독하고 깊이 이해하는 '진지한 행위'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Created with Gemini

    독서의 출발이 반드시 정독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도서전이 지닌 긍정적인 가능성까지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책을 좋아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군가에게는 도서전의 감각적인 분위기가 그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출판사 부스를 둘러보다 흥미를 끄는 제목의 책을 발견할 수도 있고, 예쁜 표지 디자인에 이끌려 책을 집어 들 수도 있습니다. 친구를 따라왔다가 우연히 책 한 권을 살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평소 책을 어렵게 느끼던 사람이라도, 도서전이라는 열린 공간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책과 마주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문화는 늘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을 끌어들이고, 관심은 생각보다 가벼운 계기에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도서전의 흥행 또한 어렵고 딱딱하게 여겨졌던 독서를 젊은 세대가 보다 가볍고 친숙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 있는 변화로 읽힙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진정한 독서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고 깊이 사유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러한 가치는 여전히 소중합니다. 다만 독서를 활자를 읽는 정적인 경험으로만 한정하기에는, 오늘날 책을 즐기는 방식이 너무나 다양해졌습니다. 독서로 향하는 문턱이 낮아진 만큼, 그것을 바라보는 기준 또한 조금 더 넓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네이버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도서전인기 #서울국제도서전 #독서 #트랜드 #유행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소소한 일상과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 SNS에서 떠오르는 유행과 트렌드를 관찰하고 기록합니다.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살다살다 내가 곰과 대치하게 될 줄이야 살다살다 내가 곰과 대치하게 될 줄이야
    2. 2 7명분인데 18명, 10명분인데 25명... 조희대 업추비 자료의 '이상한 인원수' 7명분인데 18명, 10명분인데 25명... 조희대 업추비 자료의 '이상한 인원수'
    3. 3 '서울의 봄'엔 조용했던 보수, '암살자(들)'에 부들부들하는 이유 '서울의 봄'엔 조용했던 보수, '암살자(들)'에 부들부들하는 이유
    4. 4 전문가의 일침, "병역특례 모범 답안 다 나왔는데..." 전문가의 일침, "병역특례 모범 답안 다 나왔는데..."
    5. 5 '김건희'가 차기 대통령 유력? 이런 나라가 있습니다 '김건희'가 차기 대통령 유력? 이런 나라가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