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호'를 살린 일본 시가현의 '녹색 농업 정책'

[비가 오면 드러나는 하천의 진실 6] 화학물질 절반 이하 사용 '환경배려형 농산물 인증 제도'... 중앙정부·지자체·주민이 이뤄낸 수질 개선

등록 2026.07.13 14:10수정 2026.07.1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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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집 앞 하천에서 멱을 감고 발을 담그며 놀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럴 수 없다" 함양군 주민들의 이 같은 말은 향수가 아닌 지역 하천 환경 변화에 대한 체감적 경고에 가깝다. '청정 함양'이라는 지역 이미지와 달리, 하천은 더 이상 주민 삶과 맞닿은 공간이 아니라 그저 바라보는 대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주간함양은 이번 기획을 통해 지역 하천 오염 실태를 들여다보고, 문제의 원인과 구조를 짚어보고자 한다. 나아가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현실적 해법과 대안을 모색한다.[기자말]
 시가현 농촌재난대응과 니시자키 마코토 팀장이 농업용수 재사용에 따른 비점오염원 저감에 대한 수치를 설명하고 있다.
시가현 농촌재난대응과 니시자키 마코토 팀장이 농업용수 재사용에 따른 비점오염원 저감에 대한 수치를 설명하고 있다. 주간함양

일본 최대의 담수호인 시가현의 비와호는 호수를 넘어 주변 지역의 젖줄이자 생태계의 보고다. 과거 고도 성장기 시절, 비와호는 심각한 수질 오염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에 일본 중앙정부와 시가현 지자체, 그리고 지역 주민들은 호수를 살리기 위해 손을 잡았고, 장기간에 걸친 헌신적인 노력 끝에 획기적인 수질 개선을 이뤄내며 전 세계 환경 행정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질 정화의 궁극적인 정답은 결국 '비점오염원(경로가 불분명한 오염 물질)'을 철저히 통제하고 생활하수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정화된 물만 하천으로 내보내는 데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시가현 역시 공공하수처리시설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하여 비와호로 유입되는 오염원을 1차적으로 차단했다. 대다수의 오염은 현대화된 하수처리 수준에서 통제가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거대한 숙제가 남아있었다. 바로 예측과 정량화가 까다로운 '농업 비점오염원'이었다.

농업 비점오염과의 전쟁, '비누 운동'에서 시작된 변화

시가현의 농업 용수는 주로 쌀농사에 가장 많이 쓰이며, 각종 채소 재배가 그 뒤를 잇는다. 농업 현장에서 쓰이는 비료, 액비, 농약 등 다양한 화학물질은 비가 오면 자연스럽게 빗물과 섞여 수계로 흘러들어 수질오염을 유발한다. 실제로 1970년대 비와호에 대규모 담수 적조 현상이 발생했을 당시, 세제와 비누 등 가정용 생활하수가 주원인이었으나 농업용수와 축산폐수가 차지하는 비중도 15%에 달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당시 시가현 주부들이 중심이 되어 합성세제 대신 천연비누를 쓰자는 '비누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났고, 농업계도 이에 적극 동참했다. 농민들은 화학비료 사용을 스스로 제한하고, 농업 탁수가 호수로 직접 흘러드는 것을 막기 위해 논의 배수를 미세하게 조절하는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시가현은 2001년, 환경을 보존하는 친환경 농업을 공적으로 증명하는 '환경배려형 농산물 인증 제도'를 발 빠르게 도입했다.

화학물질은 절반으로, 지원은 확실하게

시가현이 자랑하는 '환경배려형 농산물 인증 제도'는 농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농업 체계를 확충하기 위한 행정적 장치다. 생산자가 화학농약과 화학비료의 사용량을 시가현의 일반 재배 기준보다 '절반 이하'로 과감하게 줄여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동시에 우천 시 농약과 비료가 하천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환경보존 기술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농약을 적게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토양, 수질,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보호하는 농가에만 시가현 지정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까다로운 제도다.


인증을 획득한 농산물은 마크를 부착해 차별화된 제품으로 출하·판매된다. 처음 제도를 접하는 농업인은 시가현 농업진흥부서나 지역 농업개량보급센터를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물론 2001년 제도 시행 초기에는 규제 강화에 따른 농민들의 반발과 부담도 상당했다. 시가현 미래농업진흥과 녹색식량전략실 나카가와 히로유키 기술자는 "농약을 기존 시비량의 절반 이상 줄이는 정책은 농가 입장에서 생산량 감소로 직결될 수밖에 없어 큰 부담이었다"라며 "이에 따라 감소한 수확량과 손실 비용을 정부가 재정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농가들이 최소한의 소득을 보존받으며 안심하고 친환경 농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수질 개선의 과학적 성과와 '세계농업유산' 등재

인증제도 도입 이후 비와호의 수질은 과학적으로도 획기적인 개선을 증명했다. 제도 정착 후 농업 배수 내 질소 성분은 기존 대비 22% 감소했고, 인은 18% 줄었으며,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역시 16% 감소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시가현의 그린 정책은 농업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시가현은 2050년까지 지역 내 실질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CO2 제로 운동'을 전 산업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탄소중립 노력과 환경 보전형 농업 시스템의 가치를 인정받아, 시가현의 농업 유산은 2022년 7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해 '세계농업유산(GIAHS)'으로 정식 지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나카가와 히로유키는 "농업뿐만 아니라 전 산업의 틀을 환경 친화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농업과 타 산업이 연대하는 CO2 제로 운동이 중요한 이유"라고 전했다.

시가현 농업의 새로운 과제와 '순환형 용수 시스템'

세계가 극찬한 선진 농업 현장이지만, 최근 시가현은 새로운 시장 과제에 직면해 있다. 까다로운 기준을 맞춰 어렵게 생산한 친환경 인증 농산물이 시장에서 일반 농산물과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또한, 시가현 브랜드 농산물 인증마크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가 현지 주민 사이에서도 약 37%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시가현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역농협(JA)과 연계해 친환경 농산물의 독점 판로를 개척하고, 대도시권 소비자를 겨냥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실질적인 농가 소득 제고를 위한 정책을 추가로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환경 배려형 농산물의 가치를 소비자가 구매로 지지하는 '윤리적 소비(Ethical Consumption)'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시가현의 혁신적인 '농업용수 순환·재사용 시스템'이다. 시가현은 농민들이 농약 및 비료 줄이기와 더불어 물의 순환에 주목했다. 일반적인 농경지에서는 물을 한 번 쓰고 그대로 흘려보내지만, 시가현은 농업 현장에 별도의 '저장 용수 공간(반복 이용 시설)'을 구축해 농업용수를 여러 번 재사용한다. 사용을 마친 용수는 하천으로 가기 전 반드시 정화조를 거쳐 맑은 물 상태로 유입되도록 설계했다.

이 순환형 용수 사업은 이미 1999년부터 전략적으로 실시되었다. 특히 농가의 예산 부담을 없애기 위해 파격적인 보조금 체계를 갖췄다. 시설 신청 시 정부(국가)가 비용의 55%를 보존하고, 시가현이 33%, 농업단체가 16%를 지원하여 농가 실질 본인 부담금은 거의 '0%'에 가깝다.

히로유키씨는 "물은 여러 번 순환해 쓸 수 있으며, 분기별로 저장 용수를 적절히 활용하면 수질 정화와 용수 절약에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최근 일본 전역의 고령화로 인해 농업 종사 인구가 급감하면서, 설치된 정화 및 저장 시설을 장기적으로 유지보수하고 관리할 인력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점은 시가현이 앞으로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라고 지적했다.

<연재 끝>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주간함양 (곽영군)에도 실렸습니다.
#비가 #오면 #드러나는 #하천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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