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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 가르쳐 준 초6 딸이 엄마에게 한 달 동안 했던 말

"할 수 있어" 아이를 키우며 했던 말인데... 오랜만에 딸과 몰입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

등록 2026.07.13 17:29수정 2026.07.13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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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대부분의 아파트에 수영장이 있어 일 년 내내 수영을 할 수 있다. 딸이 어릴 때는 거의 매일 수영장에 갔다. 다섯 살부터 초등학교 4학년까지는 꾸준히 수영도 배워 자유형도, 배영도 능숙하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주 2회 정도로 줄었지만, 지난 6월 방학이 시작되자 다시 매일 수영장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수영 강사를 자처한 6학년 딸아이


 나의 수영선생님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나의 수영선생님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전세정

튜브 하나 없이 물 위에 둥둥 떠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하늘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아이를 볼 때마다 같은 생각을 했다. 나도 저렇게 하늘을 보며 떠 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앞으로 나아가는 개 헤엄 정도였다. 물에 뜨고 전진할 수는 있지만, 딸은 그걸 수영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엄마, 그건 생존 수영이야."

맞는 말이었다. 살아남는 데는 문제가 없으니 굳이 배울 생각도 하지 않았다. 방학이 시작되고 며칠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물 위에 둥둥 떠 하늘을 바라보는 딸을 보다가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말을 처음 입 밖으로 꺼냈다.

"엄마도 너처럼 물에 떠서 하늘 보고 싶다."

그러자 딸이 선뜻 말했다.


"내가 가르쳐 줄게."

그날부터 초등학교 6학년 딸에게 배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첫 수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엄마, 몸통이 공기주머니라고 생각해."
"다리는 쭉 펴."
"아니, 엉덩이를 왜 자꾸 물속으로 넣어."
"힘 빼라니까 왜 자꾸 더 힘을 주는 거야?"

어라? 말투가 익숙하다. 공부할 때도, 운동할 때도, 생활 습관을 이야기할 때도 늘 내가 딸에게 하던 말이었다. 물속에서는 역할이 완전히 바뀌었다. 몇 번이나 "엄마, 힘 빼"를 듣고 있으니 속으로는 '알았어. 잔소리 좀 그만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가족끼리는 서로 가르쳐 주고 배우는 게 아니라는 말을 왜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수영을 배우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힘을 빼는 일이었다.

"힘 뺐는데 이러다가 코에 물 들어가면 어떡해?"

겁먹은 내 말에 딸은 웃으며 말했다.

"엄마, 처음엔 다 그래."
"그래도 무서운데."
"코에 물 들어가는 게 무서우면 엄마는 물 위에서 하늘 못 보는 거지."

코에 물이 들어가는 느낌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럴수록 목에는 힘이 들어가고 허리는 굽었다. 물에 몸을 맡긴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게 한 달 가까이 배영을 배우는 동안, 수업을 마칠 때마다 딸은 꼭 같은 말을 했다.

"하다 보면 진짜 할 수 있어. 포기만 안 하면."

구구단을 외울 때도, 처음 한글을 가르쳐 줄 때도, 자전거를 배우던 날에도 내가 아이에게 하던 말이었다. 이제는 그 말을 내가 듣는다. 그 후로도 거의 매일 수영장에 갔다. 배영 연습은 길어야 20~30분 정도였다. 몸을 뒤집기만 하면 코로 물이 들어와 체감으로는 몇 시간을 버틴 것처럼 진이 빠졌다.

배영보다 반가웠던 딸과 함께 한 시간

나머지 시간은 아이와 그저 함께 놀았다. 수영을 할 때마다 딸은 새로 배운 동작을 하나씩 보여줬다.

"엄마, 방금 어땠어?"
"이것도 잘하지?"

나는 그때마다 "잘한다"를 몇 번이나 말했다. 우리는 서로 번갈아 업은 채 물속을 걷기도 하고, 누가 더 빨리 걸어오는지 내기를 하기도 했다. 바닥에 수경을 던져 먼저 찾아오기 놀이도 했다. 앞구르기는 딸의 단골 연습이었다. 몸을 말아 구르려다 늘 반쯤 돌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 모습이 귀여워 웃고 있으니 딸이 말했다.

"엄마도 해 봐. 이거 어려워."

나도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코를 한 손으로 막고 몸을 굴렸는데 신기하게도 한 바퀴가 깔끔하게 돌아갔다.

"엄마, 그건 어떻게 하는 거야?"

괜히 으쓱해져 이번에는 두 바퀴를 연달아 돌았다.

"아이고, 어지러워."

일부러 힘든 척을 하자 딸은 또 배를 잡고 웃었다. 수영장에만 오면 딸은 말이 많아졌다. 학교 이야기, 친구 이야기, 별것 아닌 장난까지 쉬지 않고 이어졌다. 하루 종일 재잘거리던 유치원 시절의 딸이 잠시 돌아온 것 같았다.

이제는 친구와 보내는 시간이 더 즐거운 나이라는 걸 안다. 집에서는 방문을 닫고 있는 시간이 늘었고, 학교 이야기를 물어도 "그냥", "몰라"가 먼저 돌아오는 날이 많다. 그래서 그 수다가 더 반가웠다.

그러던 최근, 한 달여 만에 처음으로 몇 초 동안 몸이 물 위에 머물렀다. 아직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한다. 그래도 등을 물에 맡긴 채 하늘을 바라볼 수 있었다. 다시 가라앉기 전까지 딸은 물 위에 떠 있는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몇 초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몇 초를 위해 몇 주를 물에 빠지고 물을 먹었다. 배영보다 더 반가웠던 건, 오랜만에 딸과 같은 시간에 함께 몰입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딸이 내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엄마, 하늘 봐."
#모녀 #수영장 #여름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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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습니다. 낯선 도시에서 살아가는 일상의 장면들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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