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세안문화원 해설자료
여경수
특히 이번 아세안문화원 관람을 통해 '동남아시아 헌법과 종교'라는 주제로 작성 중인 논문에 관한 영감을 받았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인종과 언어, 종교 등 문화적 다양성 위에 외부 문명을 폭넓게 수용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종교를 둘러싼 신화적 배경도 다양하고, 종교를 바탕으로 피어난 예술 역시 풍부한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듯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헌법에서 종교를 규정하는 방식도 나라마다 다르다. 불교 신자가 많은 미얀마, 태국, 라오스의 경우 헌법 상 불교를 우대하는 조항이 있다. 캄보디아의 경우에는 헌법상 불교를 국교로 규정하고 있다. 이슬람 신자가 많은 말레이시아와 브루나이의 경우 헌법상 이슬람을 우대하는 조항이 있다.
반면 전 세계에서 이슬람 신자 수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는 헌법상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세속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필리핀과 싱가포르 역시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현대 입헌주의적 특징을 보인다. 베트남의 경우 대승불교를 믿는 신자가 많으나, 헌법상 종교의 자유는 상당히 제한된다.
이와 같이 헌법상 국가와 종교의 관계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다양성 속의 통합을 지향하는 동남아시아의 문화적 특성으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은 다른 대륙의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즉 헌법 규정과 별도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저변에 자리하고 있다.
물론 명암은 있겠으나, 서구 헌정에 나타나는 세속주의의 잣대만으로는 동남아시아의 헌정질서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도시 중 가장 동남아시아와 닮은 도시는 부산이다. 차이나타운도 있으며, 다른 도시들에 비해 외래 문화에 대한 개방성이 있는 도시다. 그만큼 포용성과 지속성을 지닌 도시이다.

▲ 국립해양박물관 거꾸로 세계지도
여경수
아세안문화원을 나와 영도에 있는 국립해양박물관으로 향했다. 17번 공용버스를 타니 영도다리를 건너 영도 시내를 통과한 후 박물관 바로 앞에서 내렸다. 부산 개항과 관련된 기획 전시전이 열린다는 소식에 이곳을 찾았다. 역시 부산의 개항과 관련된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나는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로 향했다. 부산역에서 지상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부산역은 여러 번 방문했지만,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은 처음 방문했다. 기차역과 항구가 이렇게 가까이 있는 국제적인 도시가 또 있을까 싶다.
그토록 노래 가사로만 접하던 부산항을 바라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지금은 바닷물을 끌어들여 친수공원을 만들고, 부두도 여럿인 국제적인 항구가 되었다. 바다에 근접한 곳에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짓고 있는데, 완공이 되면 부산항을 대표하는 건물이 될 것이다.
나는 항구에 접한 주상복합아파트의 1층에 자리잡은 북두칠성도서관을 찾았다. 부산역과 부산항을 오가는 이들의 좋은 안식처인 것 같다. 나 역시 숙소에 들어가기 전 이곳에서 부산의 여행지 등을 소개한 책자를 읽을 수 있었다. 부산항에서 부산대교와 부산항대교의 야경을 바라보니, 이곳의 발전을 실감했다.

▲ 부산역 야경
여경수
조선 시대에는 동래가 부산의 중심이었다. 읍성과 관아를 갖춘 동래에 비해, 부산포는 작은 포구였다. 조선은 국내에 들어오는 일본인들을 통제하기 위해 1407년(태종 7년) 부산포를 개항하고, 왜관 설치와 폐쇄를 거듭했다. 그러다가 1876년 강화도 조약으로 부산이 개항지로 지정되고 근대적인 항구가 들어섰다.
더군다나 경부선의 종착지로 부산역이 들어서면서 지역의 무게 중심이 예전의 부산포 자리로 기울었다. 개항으로 한 도시의 역사 지형을 통째로 바꾸어 놓은 셈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잇는 관부연락선을 이용했다. 특히 강제 징용으로 끌려가는 이들도 있었다. 지금은 부산항에서 전 세계의 항구를 다니는 해로가 있다. 지금은 우리 스스로 개척한 길들이다.
나의 외할아버지도 일제강점기 시절 이곳 부산항을 통해서 일본으로 징용을 다녀오셨다.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 집에는 건축도구들이 제법 있었는데, 외할아버지가 일본의 건설 현장에서 주로 쓰던 도구라고 했다. 외할아버지가 부산항에서 배를 타기 위해서 잠시나마 머물렀을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났다. 외할아버지는 지금의 나보다 더욱 젊은 나이에 부산항에서 부산역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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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이 되는 생활 헌법(좋은땅 출판사) 저자, 헌법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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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의 종교와 예술, '열린 도시' 부산에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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