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25년 7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 근절대책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곧 1년이 됩니다. 2025년 7월 29일, 국무회의가 처음으로 생중계되었습니다. 그 첫 생중계 국무회의에서 논의된 안건이 중대재해 근절대책이었습니다.
그날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사고가 발생한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인데 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라고, "심하게 얘기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후진적 산재를 영구적으로 추방해야 한다. 연간 1000명 이상 일하다 죽는다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습니다. 대한민국이 명색이 10대 경제강국, 5대 군사강국, 문화강국이며 세계 최고라고 자랑하는 민주주의 국가라는 말과 함께였습니다.
"안전이라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의무고, 비용을 아껴야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돈보다 생명이 귀중하다는 생각을 되새겼으면 한다"고 말했을 때, "노동자의 사망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기업의 이익이 돼서는 안 된다. 안전을 포기해 아낀 비용보다 사고 발생 시 지출하는 대가가 더 커야 한다"고 말했을 때, "산업재해가 거듭 발생할 경우 해당 기업은 회생이 어려울 만큼 강한 엄벌과 제재를 받아야 한다"며 과징금 제도의 보완 필요성을 강조했을 때, 저는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바뀔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노동자의 죽음이 국무회의의 첫 번째 안건이 되고, 그 논의가 국민 앞에 생중계되는 장면을 우리는 처음 보았기 때문입니다.
바뀐 것들
그 뒤로 1년, 바뀐 것이 없지는 않습니다. 지난 2025년 9월 정부는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내놓았습니다. 반복해서 사망사고를 내는 기업에 과징금과 영업정지를 부과하고,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넓히고, 소규모 사업장 점검과 감독을 대폭 늘리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국회의 일이지만 올해 2월에는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어 기업이 안전보건 현황을 해마다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가 만들어졌고, 위험성평가를 하지 않거나 노동자를 참여시키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리는 규정도 생겼습니다. 산업안전감독 인력도 늘었습니다.
숫자도 움직였습니다. 올해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113명으로, 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22년 이후 1분기 기준 가장 적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 변화들을 깎아내리고 싶지 않습니다. 법이 바뀌고 숫자가 줄어드는 일은, 그 숫자 하나하나가 사람의 목숨이기에 무엇보다 귀한 일입니다.
바뀌지 않은 것들
그러나 지난 1년을 돌아보면, 마음이 놓이기보다 아픈 기억이 먼저 떠오릅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605명이었습니다. 여기에 과로와 직업병으로 세상을 떠난 이들까지 더하면, 일하다 죽는 사람의 수는 여전히 한 해 1000명을 훌쩍 넘을 것입니다.
지난 2025년 11월 6일에는 울산화력발전소에서 해체 작업 중이던 보일러 타워가 무너져 노동자 7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일곱 분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었고, 그중 여섯 분은 단기 계약직이었습니다. 플랜트 현장 경험이 전혀 없이 인력업체를 거쳐 투입된 지 며칠 만에 변을 당한 분도 있었습니다. 발주처인 공기업이 있고, 시공사가 있고, 하청이 있고, 그 끝에 일용직 노동자가 있는 구조. 위험이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려 가장 힘없는 사람에게 고이는 구조는 그대로였습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면, 대통령의 말대로 우리는 아직 죽음을 용인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법원의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아리셀 2심 판결의 충격은 아직 가시지 않았습니다. 2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참사였습니다. 1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가장 무거운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대표는, 지난 4월 항소심에서 징역 4년으로 감형되었습니다. 유족 전원과 합의했다는 것이 주요한 감형 사유였습니다.
평소에는 안전에 쓸 비용을 아끼다가 사고가 나면 막대한 돈으로 합의하고 감형받는 세태, 1심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경고했던 바로 그 세태를 항소심이 다시 확인해 준 셈입니다. "안전을 포기해 아낀 비용보다 사고 발생 시 지출하는 대가가 더 커야 한다"던 1년 전의 말과는 정반대의 신호가 법정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유족들은 지금도 대법원 앞에 서 있습니다.
여전히 남은 걱정
솔직히 말씀드리면, 하루아침에, 1년 만에 산재 사망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차근차근, 하나씩 하나씩 나아지리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마주한 산재행정은 변하지 않았고, 어렵게 토론회에서 마주 앉은 분들은 법이 없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거의 1년이 지난 지금도 제 걱정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는 여전히 배달노동자들의 안전이 생각납니다. 비가 오면 배달료가 두 배가 되고, 위험한 줄 알면서도 돈 때문에 나가야 하는 구조는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날에는 이동노동자들과 실외노동자들과 식당노동자들의 안녕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간병노동자, 가사노동자, 예술노동자들은 여전히 산재보험의 바깥에 계십니다. 일하다 다치고 병들어도 그것이 '일하다 생긴 일'로 인정조차 되지 않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산재 사망 통계가 줄었다는 말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법과 대책은 문서 위에 있고, 죽음은 현장에 있습니다. 그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한, 좋은 발표가 해마다 반복되어도 좋은 사람들은 해마다 떠날 것입니다.
다시 7월 29일을 앞두고
저는 1년 전 그날의 말들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돈보다 생명이 귀하다는 말. 노동자의 사망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기업의 이익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 반복되는 죽음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일 수 있다는 말. 그 말들이 옳았기에, 그 말들이 지켜지는지 끝까지 지켜보려 합니다.
몇 년 후 이맘때는 다른 글을 쓰고 싶습니다. 올해는 정말로 줄었다고, 그 줄어든 숫자 뒤에 무사히 퇴근한 사람들의 저녁이 있다고, 대법원이 상식에 맞는 판단을 내렸다고 쓰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생중계는 국무회의에서 현장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과징금이 법전에 적히는 것을 넘어 실제로 부과되어야 하고, 책임자가 실제로 처벌받아야 하고, 산재보험의 문이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열려야 합니다. 법이 없다면 만들어야 합니다.
1년 전 우리는 약속을 생중계로 보았습니다. 그 약속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아직 배달노동자의 빗길에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하청노동자의 작업장에도, 유족이 서 있는 대법원 앞에도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약속이 국무회의장을 벗어나 그곳에 닿을 때까지, 죽음은 계속 용인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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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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