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요로 가야겠다'던 시인의 말처럼, 지난 11일 사천시립도서관 대강당은 소란스러운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시와 삶을 나누는 소통의 자리가 됐다. 도종환 시인은 이날 사천 독자들과 마주 앉아 시 한 편 한 편에 얽힌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냈다. 사천시립도서관과 문화예술창작집단 '울림'이 마련한 문학콘서트 '시담시담(詩談時談)'은 독자가 먼저 시인의 시를 낭송하고, 그 시를 매개로 궁금한 것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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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사천=강무성 기자] '고요로 가야겠다'던 시인의 말처럼, 지난 11일 경남 사천시립도서관 대강당은 소란스러운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시와 삶을 나누는 소통의 자리가 됐다. 도종환 시인은 이날 사천 독자들과 마주 앉아 시 한 편 한 편에 얽힌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냈다.
사천시립도서관과 문화예술창작집단 '울림'이 마련한 문학콘서트 '시담시담(詩談時談)'은 독자가 먼저 시인의 시를 낭송하고, 그 시를 매개로 궁금한 것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신작 시집 '고요로 가야겠다'의 표제작 '고요'를 시작으로 '흔들리며 피는 꽃', '소녀', '오월 편지', '가죽나무', '시래기', '화' 등이 차례로 낭독됐다.
첫 순서로 '고요'를 낭독한 이지은씨가 시집 표제작의 의미를 묻자, 도종환 시인은 "바람이 멈춘 뒤에야 비로소 고요에 이를 수 있다"고 답했다. 시인은 "집착과 분노를 내려놓아야 나 자신과 세상을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바라볼 수 있다"고 시에 얽힌 이야기를 했다.
이어진 대화에서 도종환 시인은 나이 듦을 하루의 시간에 빗댄 시를 두고, "예전엔 인생의 시간을 오후 서너 시쯤이라 여겼다면 지금은 저녁 일곱 시 언저리에 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은 시간이 길지 않아도 노을이 아름답듯, 그 시간을 감사히 살아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 시담시담 콘서트에 참석한 도종환 시인이 사천 독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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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며 피는 꽃'에 관해서는 산책길에서 마주친 꽃 한 송이가 시가 된 사연을 직접 들려줬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던 꽃을 보며, 흔들림 자체가 삶이고 흔들린다는 것은 곧 살아 있다는 증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오월 편지'를 낭독한 박남희씨는 현대사의 아픔이 서린 5월의 의미와, 최근 사회 갈등에 관해 시인이 해줄 수 있는 말을 물었다. 도종환 시인은 "고통받은 이들을 조롱하거나 야유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죽음과 어둠을 딛고 온 민주주의를 이끄는 정치 지도자라면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소녀'를 함께 낭독한 유경화·박건희씨 모녀는 시인이 바라본 청소년기의 모습과 실제 자녀 교육에 대해 물었다. 도종환 시인은 "아이를 과장되게 치켜세우지도, 기대에 못 미친다고 다그치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바라보며 키워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부모야말로 그 아이를 가장 오래, 가장 잘 아는 사람인 만큼 균형 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국회의원과 장관을 지낸 정치인 도종환과 시인 도종환, 그 둘의 경계를 묻는 질문도 객석에서 나왔다. 도종환 시인은 나지막이 자신의 정치 입문 계기를 소개했다. 그는 문화예술계 비례대표 국회의원 제안을 받았을 당시 상의했던 문단 원로 여덟 명의 뜻이 찬반으로 갈렸으나, 결국 "가서 일하고 문학으로 돌아오라"는 조언을 따랐다고 회고했다.

▲ 독자들의 궁금증에 답하고 있는 도종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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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12년 첫 등원하던 날 화환들 사이에 놓여 있던 한 문인의 조화(弔花) 이야기가 청중의 마음을 붙잡았다. 정치를 택한 것을 두고 시인으로서는 끝났다는 뜻이 담긴 조화였다. 도종환 시인은 이 화분을 버리지 않고 의원 시절 내내 사무실에 두고 퇴근길마다 바라보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다고 밝혔다. 국회를 떠나던 날에는 이 화분을 손수 들고 나왔다고 전했다.
'시래기'를 낭독한 강윤미씨는 시의 소재를 고른 이유와 함께, 무대 뒤 조연의 가치에 대해 물었다. 도종환 시인은 시래기가 상징하는 헌신의 의미를 설명한 뒤, 고(故) 배우 안성기의 일화를 소개하며 "역할의 비중은 줄어들어도 영혼의 크기는 작아지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화'를 낭독한 김희주씨는 오랜 시간 작품 활동을 하며 마주했을 평판과 비판 속에서도 평정심을 지켜온 내면의 힘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물었다. 도종환 시인은 소설 『서유기』를 빗대어, "내가 미워하고 조롱하는 대상들이 사실은 내 안에도 함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비로소 분노를 낮출 수 있다"고 답했다.

▲ 독자들과 단체사진을 찍고 있는 도종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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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콘서트에 함께한 울림과 청개구리 어린이 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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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진주에서 기차를 타야 한다는 사회자의 재촉에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예정된 시간의 갑절 가까이 이어진 대화 끝에야, 콘서트는 아쉬움 속에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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