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허물어지는데…" 지리산 마천석산 불법 야적·비산먼지 논란

단속 약속에도 조치 지연… 주민들 "행정은 어디에 있나"

등록 2026.07.14 15:46수정 2026.07.14 15:46
0
원고료로 응원
 함양 마천면 토석 채취 현장. 흉물스러운 절벽이 아찔하다
함양 마천면 토석 채취 현장. 흉물스러운 절벽이 아찔하다 최상두

민족의 영산 지리산이 바라보이는 경남 함양군 마천면의 마천석산 채석장 한편, 수십 미터 높이의 절벽에는 거대한 불상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불상 뒤편으로는 오랜 채석으로 허옇게 깎여나간 암벽과 파헤쳐진 산비탈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자연의 상처를 묵묵히 바라보는 듯한 불상의 모습은 현장을 찾는 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1978년부터 채석이 이어져 온 마천석산은 최근 2026년부터 2030년까지 토석 채취 재허가를 받으면서 복원보다 추가 개발이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현장을 촬영한 영상이 유튜브 채널 '수달아빠'를 통해 알려지면서 자연 경관 훼손과 환경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함양 마천 토석 채취가 이루어지고 있다.
함양 마천 토석 채취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상두

허가받지 않은 토석 야적 의혹… "조치하겠다"던 약속은 어디로

최근에는 재허가 과정에서 복원지에서 나온 토석이 정식 야적장이 아닌 곳에 대량으로 쌓여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현장 제보에 따르면 복원지에서 반출된 돌과 흙이 허가 받은 야적장 외 장소에 적치된 채 장기간 방치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관리 안 되는 마천석산 진출입로. 파쇄석과 석분이 도로에 깔려 있다
관리 안 되는 마천석산 진출입로. 파쇄석과 석분이 도로에 깔려 있다 최상두

주민들은 관할 부서인 함양군 산림녹지과에 민원을 제기했고, 담당 부서는 현장을 확인한 뒤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했지만 상당한 시간이 지난 현재까지도 현장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말한다.

이곳 주민은 "담당 부서가 조사 후 조치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행정이 주민보다 사업자를 우선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관계자도 "불법이 맞다면 원상복구와 함께 관련 법령에 따라 신속하게 행정 처분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갓길 주차에 아찔한 후진까지, 진출입로 통행 위험... '도로 점용' 절실
 마천석 토석 채취 후 발생한 파쇄석과 흙 야적
마천석 토석 채취 후 발생한 파쇄석과 흙 야적 최상두

주민들이 호소하는 피해는 불법 야적 의혹만이 아니다. 석산 진출입로 주변은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대형 석재 운반 차들이 제대로 된 대기 공간 없이 진출입로 주변 갓길에 무단으로 주차하기 일쑤고, 좁은 도로에서 무리하게 후진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상 주행하는 차는 갑자기 맞닥뜨리는 대형 트럭과 후진 차를 피하느라 급제동을 해야 한다. 주민들은 석산 측이 공공 도로를 무단으로 점거하듯 사용하며 위험을 유발할 것이 아니라, 안전 시설과 시야가 확보된 도로 점용 허가를 정식으로 득하고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더해 석산 출입구에서는 대형 덤프트럭들이 비산먼지 저감시설인 세륜시설을 제대로 이용하지 않는 순간을 목격했다는 주민 증언도 나온다. 이 때문에 차량 바퀴에 묻은 석분과 흙이 도로로 유출되면서 인근 도로와 주변 환경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일부 덤프트럭은 적재함 뒷문을 완전히 결속하지 않은 채 운행하는 모습도 확인돼 낙석 사고 우려도 제기된다.

천왕봉로(국가지원지방도 60호선)를 자주 이용한다는 한 주민은 "대형 덤프트럭들이 갓길을 막고 서 있다가 불쑥 후진을 할 때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라며 "먼지도 먼지지만, 언제 대형 사고가 날지 몰라 하루하루가 불안한데 단속은 늘 형식적으로 끝나는 것 같아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반복되는 민원… 실질적인 관리·감독 필요"

주민들은 그동안 낙동강유역환경청과 함양군 환경정책과, 산림녹지과 등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단속 이후 잠시 개선되는 듯하다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불법 야적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원상복구 ▲진출입로 안전 확보를 위한 적법한 도로점용 조치 및 갓길 주차·후진 위험 행위 근절 ▲비산먼지 세륜시설 운영 실태 점검 ▲덤프트럭 안전관리 강화 ▲관계기관의 합동점검과 특별감사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리산은 단순한 채석 대상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연 유산이다. 주민들은 산이 더 훼손되고 인명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행정기관이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한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마천석산을 바라보는 절벽 위 불상은 오늘도 말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주민들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산이 허물어지고 도로가 위험에 처하는 동안 행정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덧붙이는 글 '수달아빠’로 불리며 지리산 엄천강 일대에서 야생동물과 하천 생태를 기록하고 있다. 수달과 철새의 삶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고민하며, 현장에서 보고 느낀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함양군 #마천석 #지리산 #엄천강 #토석채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지리산 엄천강변에 살며 자연과 더불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엄천강 주변의 생태조사 수달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냥 자연에서 논다 지리산 엄천강에서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 사람 인생 망친 관저 공사"... 33년 공무원 "스스로 포기까지 생각" "한 사람 인생 망친 관저 공사"... 33년 공무원 "스스로 포기까지 생각"
  2. 2 하영은 사과했지만... 숨어서 웃고 있는 이들 있다 하영은 사과했지만... 숨어서 웃고 있는 이들 있다
  3. 3 DMZ 돌아다니는 '살인병기'... 미 언론 질문에 침묵한 한국 DMZ 돌아다니는 '살인병기'... 미 언론 질문에 침묵한 한국
  4. 4 "이런 무서운 아파트 안내방송은 처음"... 시민들의 선택 "이런 무서운 아파트 안내방송은 처음"... 시민들의 선택
  5. 5 "일본 사람과 똑같지요"... 하영 증조부 안상호 발언 살펴보니 "일본 사람과 똑같지요"... 하영 증조부 안상호 발언 살펴보니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