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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9 실려가면서도 동료들 걱정... 상담사들은 이렇게 일한다

    [콜센터 노동자 릴레이 기고 3] 이석증도, 메니에르병도… 아파도 쉴 수 없는 콜센터

    등록 2026.07.14 11:25수정 2026.07.14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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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센터 노동자가 원청교섭을 요구하며, 7월 15일 파업합니다. 이날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에게 사용자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할 예정입니다.[기자말]
    2024년, 한국도로교통공단은 KCC정보통신에 54억 원이라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신운전면허시스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2012년 구축된 기존 시스템이 노후화된 데다 모바일 면허증·자동 검증 등 기능 추가로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시작됐으며, 지난 2026년 4월 마침내 베일을 벗었습니다.

    "내일 다시 하라고 하세요" 원인도 모른 채 시작된 아비규환

    개편 첫날 아침부터 홈페이지 마비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는 고객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습니다. 면허증 발급과 시험 접수 등 공단의 핵심 업무가 전면 중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단은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다음 날 다시 시도하도록 안내하라"는 무책임한 공지만을 내렸습니다.

    분통을 터뜨리는 민원인들의 거친 욕설과 고성을 받아내는 것은 온전히 상담사들의 몫이었습니다. 우리는 그저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앵무새처럼 다음 날 재시도해달라는 답변만 반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약속한 다음 날에도 시스템은 요지경이었습니다. 공단은 뒤늦게 "일주일은 지나야 정상화된다"고 말을 바꿨고, 전날 상담사의 말을 믿고 기다려준 고객들에게 우리는 순식간에 '거짓말쟁이'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일주일이 지나도 정상 운영은 되지 않아 기약 없는 사과 릴레이는 계속되었습니다. 심지어 시험장 현장에서 면허증 발급이 지연되어 발생한 현장 민원까지 고객센터로 몰려와 상담사들을 사지로 몰아넣었습니다.

    시스템 장애로 폭언과 욕설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담사들

     김원아 지부장이 민주노총 콜센터 노동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콜센터 노동자 약 40만 명 가운데 78.2%가 간접고용 형태로 일한다
    ▲ 김원아 지부장이 민주노총 콜센터 노동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콜센터 노동자 약 40만 명 가운데 78.2%가 간접고용 형태로 일한다 민주노총

    더 황당한 것은 상담사들이 사용하는 업무 프로그램의 실태입니다. 예산 부족이라는 핑계로 고객용 홈페이지 구동 방식만 바꾸고, 상담사들이 쓰는 프로그램은 그대로 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업무 프로세스는 오히려 과거보다 훨씬 비효율적으로 퇴보했습니다.


    기존에는 프로그램 내에서 클릭 몇 번으로 자동 연동되던 시험 일정 변경 업무가 이제는 별도의 브라우저를 열어 고객 정보를 일일이 복사하고 응시대장에 수동으로 붙여넣는 '노가다'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러한 비인간적이고 비효율적인 시스템은 업무 과부하를 넘어 자칫 정보 입력 오류로 인한 '민원 오처리' 사고를 유발하기에 십상이며, 실제로 일부 오처리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전산 오류'가 아닙니다. 현장 일선에서 기관의 얼굴 역할을 하는 상담사들을 향한 공단 측의 배려와 보호 조치가 얼마나 미흡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인재입니다.

    현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졸속 개편으로 인해 발생한 모든 혼란과 예산 낭비의 결과물을 왜 상담사들이 정신적 노동과 육체적 피로로 감당해야 합니까? 시스템 장애로 폭언과 욕설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담사들을 보호할 최소한의 장치는 존재하기나 한 것입니까?

    한국도로교통공단은 지금이라도 민원에 시달린 상담사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대책과 피해보상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이석증에도, 메니에르병에도 병가는 없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고객센터 콜센터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불평등에 맞서 싸우고 있다
    ▲ 한국도로교통공단 고객센터 콜센터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불평등에 맞서 싸우고 있다 민주노총

    6월 넷째 주 월요일, 평상시와 다름없이 상담 업무를 이어가던 한 상담원이 잠시 자료를 확인하던 중 극심한 어지러움과 속 메스꺼움을 느꼈습니다. 결국 급히 시간차를 쓰고 병원을 방문한 그에게 내려진 진단은 '이석증'이었습니다.

    이석증 증상으로 치료를 받으며 겨우 버텨내던 3일 차 점심시간 직전 민원이 발생했습니다. 민원인과의 30분이 넘는 통화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상담원은 점심조차 먹지 못한 채 쉬어야 했습니다. 오후에 예정된 2시간의 CS 교육을 이수한 후 자리로 복귀했지만, 갑작스러운 어지러움과 귀울림, 구토 증세가 동반되며 더 이상 업무를 지속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혼자서는 도저히 병원에 갈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어 결국 119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이송되었습니다. 추가로 나온 병명은 '메니에르병'. 이석증과 메니에르병은 증상이 극심하더라도 규정상 입원이 잘 되지 않는 질환이지만 스트레스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휴식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회사의 엄격한 병가 규정 때문에 해당 상담원은 병가 처리를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본인의 연차 이틀을 소진하여 집에서 회복해야만 했습니다. "혹시 나 때문에 동료들이 피해를 보진 않을까..." 응급실로 향하는 순간에도 상담원을 가장 짓눌렀던 것은 자신의 건강이 아닌, '회사의 통제'와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이었습니다.

    현재 고객센터에는 30분의 고정 휴식과 30분의 자율 휴식 시간이 주어집니다. 이 '30분 고정 휴식'은 상담원들이 사측에 수없이 요구한 끝에 무려 5년 만에 간신히 쟁취해낸 소중한 권리입니다.

    그러나 사측은 제도 시범운영 기간 동안 공지를 통해 "자율 휴식 30분을 초과하는 등 관리가 안 되는 경우 고정 휴식을 즉시 중단하고 재검토하겠다"라며 상담원들을 압박해 왔고, 이 때문에 상담원은 응급실에 실려 가는 와중에도 '나 때문에 동료들의 고정 휴식 제도가 사라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떨어야 했습니다.

    사측은 아픈 노동자를 배려하는 병가 조치가 아니라, 상담으로 초과근무였던 시간들을 모아 조기 퇴근 조치로 상황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상담원은 자신이 처한 안쓰러운 현실과 사측의 냉정한 태도에 결국 눈물을 흘렸습니다.

    1분 1초를 통제하는 시스템, 스스로를 갉아먹는 상담원들

    고객센터라는 근무환경은 1분 1초까지 철저하게 통제되는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사측이 정한 상담 후처리 시간(1시간)을 넘어설 경우, 팀장 면담을 통해 관리 지적을 받습니다.

    상담원들은 본인의 감정을 다스릴 시간도, 환경도 없는 곳에서 오직 스스로 감정을 억누르며 다시 수화기를 들고 있습니다. 이 비인간적인 환경을 극복하지 못한 이들은 결국 '퇴사'라는 마지막 선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1분 1초의 통제 시스템 속에서 숨 막혀 하는 감정노동자들을 위해 아플 때 최소한의 병가를 쓸 수 있는 제도적 보완과 인간적인 근무환경 개선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김원아는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도로교통안전관리지부장입니다
    #콜센터 #원청교섭 #노조법 #민주노총 #진짜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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