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도로교통공단 고객센터 콜센터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불평등에 맞서 싸우고 있다
민주노총
6월 넷째 주 월요일, 평상시와 다름없이 상담 업무를 이어가던 한 상담원이 잠시 자료를 확인하던 중 극심한 어지러움과 속 메스꺼움을 느꼈습니다. 결국 급히 시간차를 쓰고 병원을 방문한 그에게 내려진 진단은 '이석증'이었습니다.
이석증 증상으로 치료를 받으며 겨우 버텨내던 3일 차 점심시간 직전 민원이 발생했습니다. 민원인과의 30분이 넘는 통화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상담원은 점심조차 먹지 못한 채 쉬어야 했습니다. 오후에 예정된 2시간의 CS 교육을 이수한 후 자리로 복귀했지만, 갑작스러운 어지러움과 귀울림, 구토 증세가 동반되며 더 이상 업무를 지속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혼자서는 도저히 병원에 갈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어 결국 119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이송되었습니다. 추가로 나온 병명은 '메니에르병'. 이석증과 메니에르병은 증상이 극심하더라도 규정상 입원이 잘 되지 않는 질환이지만 스트레스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휴식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회사의 엄격한 병가 규정 때문에 해당 상담원은 병가 처리를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본인의 연차 이틀을 소진하여 집에서 회복해야만 했습니다. "혹시 나 때문에 동료들이 피해를 보진 않을까..." 응급실로 향하는 순간에도 상담원을 가장 짓눌렀던 것은 자신의 건강이 아닌, '회사의 통제'와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이었습니다.
현재 고객센터에는 30분의 고정 휴식과 30분의 자율 휴식 시간이 주어집니다. 이 '30분 고정 휴식'은 상담원들이 사측에 수없이 요구한 끝에 무려 5년 만에 간신히 쟁취해낸 소중한 권리입니다.
그러나 사측은 제도 시범운영 기간 동안 공지를 통해 "자율 휴식 30분을 초과하는 등 관리가 안 되는 경우 고정 휴식을 즉시 중단하고 재검토하겠다"라며 상담원들을 압박해 왔고, 이 때문에 상담원은 응급실에 실려 가는 와중에도 '나 때문에 동료들의 고정 휴식 제도가 사라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떨어야 했습니다.
사측은 아픈 노동자를 배려하는 병가 조치가 아니라, 상담으로 초과근무였던 시간들을 모아 조기 퇴근 조치로 상황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상담원은 자신이 처한 안쓰러운 현실과 사측의 냉정한 태도에 결국 눈물을 흘렸습니다.
1분 1초를 통제하는 시스템, 스스로를 갉아먹는 상담원들
고객센터라는 근무환경은 1분 1초까지 철저하게 통제되는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사측이 정한 상담 후처리 시간(1시간)을 넘어설 경우, 팀장 면담을 통해 관리 지적을 받습니다.
상담원들은 본인의 감정을 다스릴 시간도, 환경도 없는 곳에서 오직 스스로 감정을 억누르며 다시 수화기를 들고 있습니다. 이 비인간적인 환경을 극복하지 못한 이들은 결국 '퇴사'라는 마지막 선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1분 1초의 통제 시스템 속에서 숨 막혀 하는 감정노동자들을 위해 아플 때 최소한의 병가를 쓸 수 있는 제도적 보완과 인간적인 근무환경 개선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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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실려가면서도 동료들 걱정... 상담사들은 이렇게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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