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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6.07.15 06:59수정 2026.07.15 06:59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더워도 너무 덥다. 날씨 탓인지 사람들의 불쾌지수도 한껏 올라간 듯하다.
요즘 유독 예민해진 사람들 가운데는 내 아내도 있다. 몇 해 전부터 주식 투자에 재미를 붙인 아내는 "이만한 취미도, 이만한 부업도 없다"고 말하곤 했다. 출근길에도, 저녁 식탁에서도 주식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말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출근길에도,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도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핀잔이라도 들을까 싶어 나 역시 조용히 눈치를 보게 된다.
아내의 관심사이자 삶의 활력이었던 주식
아내는 큰돈을 굴리는 투자자가 아니다. 가진 잉여 자산으로 소소하게 투자하는 평범한 개인 투자자다. 하지만 꾸준히 버텨온 덕분에 얼마 전까지는 제법 괜찮은 성과를 내며 흐뭇해 했다. 생각해 보면 주식은 아내에게 단순한 재테크 수단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50대를 넘기며 갱년기를 겪는 시기, 많은 사람들이 감정 기복과 허탈감을 경험한다. 오랫동안 자녀들 뒷바라지에 대부분의 시간을 써온 아내 역시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식은 그런 아내에게 새로운 관심사이자 삶의 활력이었다. 시장을 공부하고, 기업을 찾아보고, 세상 돌아가는 일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과정은 아내의 일상에 적당한 긴장감과 작은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주식 투자는 단순히 '돈을 쫓는 일'이 아니었다. 갱년기라는 쓸쓸한 인생의 길목에서 발견한, 세상과 소통하는 자신만의 창구였던 셈이다. 아내의 투자 철학은 단순했다.
"떨어져도 버티면 된다. 무조건 팔면 안 된다."
그래서 지금의 자신이 있다고 늘 자신 있게 말했다. 시장이 오를 때도, 내릴 때도 흔들리지 않고 버틴 시간이 결국 수익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아내의 믿음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웃음이 사라졌다. 떨어져도 너무 떨어지는 주가를 보며 연일 가슴을 졸이는 모양이다. 사실 수익이 없는 것도 아니다.

▲ 코스피가 약 9% 급락하며 7,000선(7천피)을 내준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669.01포인트(8.95%) 내린 6,806.93으로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15%와 10%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2026.7.13
연합뉴스
하지만 축제 같던 상승장이 끝나고 전쟁과 고유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같은 악재가 잇따르면서 증시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한때 당연하게 여겼던 수익들이 마치 신기루처럼 조금씩 사라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아내에게는 무엇보다 힘겨운 모양이다. 손실 자체보다도 눈앞에 있던 이익이 줄어드는 과정이 더 속상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아내는 국제 정세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오히려 요즘은 내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아내에게 물어볼 정도다.
"이게 다 레버리지 때문이야. 곧 회복될 거야."
아내의 설명을 듣던 나는 고개를 갸웃 했다.
"레… 레… 레버리지? 에버리지 아니야? 당신 볼링도 쳐?"
순간 아내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눈빛이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그저 뉴스 제목만 훑어보는 수준이지만, 아내는 매일같이 시장을 들여다보고 기업과 경제를 공부해 왔으니 말이다.
그렇게 쌓인 지식과 경험은 사라지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런데 정작 눈앞의 숫자판은 연일 파란불만 켜지고 있으니 아내의 상실감이 오죽할까 싶다. 공부한 시간도, 버텨온 세월도 그대로인데 계좌 속 숫자만 거꾸로 가고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아내를 힘들게 하는 것은 수익의 손실 그 자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오랜 시간 공부하고 기다리며 스스로 옳다고 믿어왔던 판단이 흔들리는 순간을 마주하는 일이 더 괴로운 것인지도 모른다. '이러다 괜히 몸까지 상하는 건 아닐까.' 스마트폰 화면을 수시로 들여다보는 아내를 보며 괜한 걱정이 앞선다.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이 과도하게 흔들리지 않기를

▲ 아내의 모습을 지켜보며.
jonasleupe on Unsplash
이런 아내의 모습을 지켜보며 문득 다른 투자자들이 걱정됐다. 이어지는 하락장 속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 혹시 우울감에 빠진 사람은 없을까. 특히 장이 좋을 때 "나만 빼고 모두 돈을 버는 것 같다"는 조바심에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한 사람들은 어떤 심정일까.
이들도 모두 누군가의 아내이고, 남편이고, 부모이자 자식인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다. 그저 일상을 살아가다가 대한민국 증시 호황의 물결에 올라탔을 뿐인데, 지금은 밤잠을 설치며 주가 창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리라 본다. 최근 SNS에 들어가 보면 하소연이 넘쳐난다.
"평생 하지 않던 주식을 왜 시작해서 이런 마음고생을 하나."
이런 푸념 섞인 글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하지만, 살아보니 슬픔은 꼭 반으로 줄어들지 않더라. 때로는 서로의 불안이 또 다른 불안을 낳으며 더 크게 번져가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걱정된다.
오늘 퇴근길에는 스마트폰 화면만 바라보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 있을 아내를 위해, 무거운 분위기를 깨고 짐짓 밝은 목소리로 말을 건네보려 한다.
"여보, 레버리지랑 에버리지는 다른 거라며?"
아마 또 한 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겠지만, 그래도 그 순간 만큼은 아내가 잠시라도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내는 한여름 폭염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던 코스피의 흐름 속에서 단순히 수익을 좇기보다 시장을 공부하고 기업을 살피며 자신의 시야를 넓혀 왔다. 그런 점에서 먼저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지금의 손익보다 가족과 건강, 그리고 일상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도 함께 되새길 필요가 있다. 시장은 오르내리지만 삶의 중심까지 함께 흔들릴 이유는 없다.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이 과도하게 흔들리지 않기를, 그리고 오늘도 불안한 마음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개인 투자자들이 무리하지 않고 이 시기를 지나가기를 바란다.
살아보니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시장은 다시 오를 수 있지만, 한 번 잃은 건강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올여름 폭염과 하락장 속에서도 모두가 몸과 마음을 잘 챙기며 무탈하게 이 시간을 건너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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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회복될 거야" 주식 하던 아내의 말수가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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