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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힘들게 생각을 해야하죠?" 학생 질문에 놀란 교수가 내놓은 답

[인터뷰] <사고외주> 저자 홍진기 교수가 말하는 AI가 '멈칫'하는 4가지 순간

등록 2026.07.16 12:00수정 2026.07.1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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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이렇게 답이 빨리 나오는 시대에 우리가 왜 굳이 힘들게 생각해야 하나요?"

어느 날 한 학생이 물었다. 홍진기 교수(연세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는 그 자리에서 몇 마디 답을 했지만, 스스로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날 이후, 그는 책 <사고외주>를 썼다. 출판사에 직접 투고까지 하며 학생의 질문에 대답하고자 애썼다. 미국 체류 중인 지난 10일 <오마이뉴스>와 진행한 화상인터뷰에서 "이 책이 그 학생에게 '좋은 답'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의미 있는 답 중 하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AI(인공지능)은 지금 이 순간에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며 세상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딸깍' 클릭 한 번이면 수많은 답변과 결과물들이 쏟아지는 중이다. 홍 교수는 이를 AI라는 기술이 우리의 배경, 즉 일상의 조건이 되어버렸다고 설명한다. 그 결과 "삶은 매끄러워지고, 결정은 빨라지며, 불필요한 고민은 사라진 것(책 38쪽)"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우리는 불안해지고, 무능해지고, 위험해진다고도 우려한다.

우리는 AI를 쓰는 동안 '내가 강해졌다'는 감각을 자주 경험합니다. 시간을 벌어주고, 가능성을 넓혀주고, 실험의 비용을 낮춰줍니다. 하지만 자율성과 관계성은 대신 만들어주지 못합니다. 더 많은 일을 해낼수록 자율성은 조용히 줄어들고, 관계성은 더 옅어집니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메시지를 보내지만 한 사람과 깊이 머무르는 시간은 짧아집니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결정을 내리지만 그 결정을 내가 했다는 감각은 흐려집니다. 그래서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더 많이 성취하는 동시에 더 공허해질 수 있습니다.
- <사고외주>, 142~143쪽

'AI를 쓰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홍 교수는 인터뷰 내내 "AI 툴(도구)"라는 표현을 자주 써가며 "AI는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잘 활용해야될 존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간이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일을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신이 그러고 있는지도 잘 모르게끔 받아들이는 순간이 올까봐 두렵다"고 했다. 그는 "AI를 더 잘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좋은 답변'이 아닌 '좋은 생각'을 만드는 고민들을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뚝딱' 나온 보고서... "제가 의도한 것은 하나도 안 만들어져"

 empty classroom in University of Seoul
empty classroom in University of Seoul kochangbok on Unsplash

- 학생들의 보고서에서 '사람이 사라졌다'고 느끼면서 책을 쓰게 됐다고 들었다. 어떤 '장면'이 있었나.

"어떤 특정한, 엄청난 순간이 있었다기보다는 '불편한 시간'이 꾸준히 누적됐다. 학생들과 글이나 말로 소통하면서 개개인의 성향, 수준, 특징을 잡아내왔는데, 어느 순간 제가 14년 간 교수를 하면서 학생들을 파악해온 방법들이 어색해졌다. 처음에는 '이 친구가 참 열심히 했구나, 내 코멘트보다 더 많은 노력을 했구나' 그런 착각이 있었는데 한 명, 두 명 점점 쌓여가면서 서로 다른 학생들이 상당히 비슷한 패턴으로 답하고, 이 친구가 이것을 알면 당연히 저것도 알아야 하는데 모르고, 학생들 스스로는 '내가 다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좀 이상했다. 비단 제 학생들만의 얘기가 아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학생들이 점점 자기를 발전시킬 기회가 없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다루고 싶었다."


- 요즘 20대들은 AI를 어떻게 쓰고 있는 건가.

"단적인 예를 하나 들겠다. 저는 커다란 종이 한 장을 자유롭게 구성해서 특정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포스터 발표'를 좋아한다. 그런데 올 1학기에 학생들이 포스터 발표 자료를 15분~30분 만에 AI로 '뚝딱' 만들더라. 포스터 발표는 여러 개의 포스터 중에서 내 포스터가 사람들 눈에 띌 수 있도록 그림과 글, 여러 구성을 통해서 잘 전달해야 하고 나름 결론을 잘 표현하기 위한 여러 고민이 들어간다. 어떻게 보면 발표에서의 종합 예술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발표하는 법, 생각하는 법, 전공에 대해서 파고 드는 공부까지도 다양하게 학습하고 연습하기를 바랐는데 그냥 AI 툴(도구)에다가 집어넣고 이미지까지 만들어 달라고 해버리면, 제가 의도했던 게 하나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학생들 발표를 보면서 놀랐다."


- 과학자로서는 어떤 변화를 체감하나.

"저는 사실 AI를 정말 많이 사용한다. 정보를 찾을 때 도움이 많이 되고, 생각의 다양한 옵션(선택지)들을 제안해준다. 그런데 저는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공부해왔고, 깊이 있는 지식을 많이 쌓은 상태여서 AI가 얘기해주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 판단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제 전공분야와 전혀 상관 없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노르웨이 피요르드에 여행을 간다고 할 때 서로 다른 AI 툴에게 질문한다면, 답변을 그냥 흡수할 거다. 이러다 보면 아무런 필터 없이 잘못된 정보를 신뢰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일들을 어릴 때부터 반복한다면 내가 AI 툴을 쓰는 것일까, 아니면 AI가 나의 사고를 이끄는 것일까? 사회적으로 고민해봐야 되는 부분이다."

너무 편한 AI... "생각이 자라기 전에 결과물만 나오고 있다"

- 책에서 '인간은 무엇이 옳은지, 무엇을 선택할지에 대한 부담을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덜어왔고, AI는 그 일을 가장 정교하게 수행하는 도구'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금은 점점 더 AI에게 다 맡기는 분위기 아닐까.

"너무 편하니까. 요즘 학생들을 보면 '내가 어떤 상황에 놓이든 AI 툴 하나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있다. 어떤 상황이든 AI를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한다. 사실 그걸 안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 정보들을 활용해서 본인이 생각을 많이 하면 괜찮다. 그런데 생각이라는 게 원래 참 힘든 일이다. 또 좋은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많이 비워야 하고, 내가 어떤 부분을 아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하고, 어떤 부분을 모르는 것은 인정해야 하고,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는 가능성을 견뎌내야 하고, 그래서 결론이 늦게 나오기도 하고, 내 마음에 드는 결론이 나올 때까지의 시간을 버텨야 한다. AI는 이 불편한 지점을 아주 편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그 유혹을 떨쳐내기 어렵다.

문제는 그 편리함을 이용하다가 이게 점점 내 생각의 중심부까지 들어올 때다. 어떤 힌트(단서)나 옵션을 얻는 것을 넘어 내가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까지 맡기게 되고, 그 중 내가 하나를 선택한 것이 내가 처음부터 생각한 것인듯 착각하게 되고, 이런 것들이 일상이 되어버리면 처음부터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린다. 어린아이들은 어마어마한 반복과 연습을 하면서 정말 기본적인 것들을 배우고 익히지 않나. 결국 성장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생각이 자라기 전에 결과가 먼저 나오는 일들이 반복되면, 아무리 결과물을 많이 만들어내도 성장을 못하는, 즉 실력을 축적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 현실에서는 점점 빠른 결과물의 생산, 즉 AI로 업무를 최적화하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일만 중요해지고 '무엇이, 왜 중요한가'라는 우선순위를 따지는 일은 뒤로 밀려나는 듯하다.

"최적화는 주어진 목표 안에서 가장 효율적인 길을 찾는 것이고, 우선순위는 무엇을 목표로 삼을지 결정하는 것이다. 요즘은 우선순위의 의미가 없어지기도 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으니, 옛날에는 생산성을 높이려면 우선순위를 잘 잡아야 했다. 지금은 빠르게 다 해버린 다음 결과를 보고 결정하거나 순식간에 결과를 시뮬레이션하고, 더 많은 조합들을 시험해볼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런데 컴퓨터나 AI가 생각하지 못하는 관점에서 우선순위란 '가치'다. 예를 들어 매출을 극대화해야 된다는 회사가 있다면 AI는 수많은 전략을 제안할 수 있다. 하지만 고객의 신뢰, 회사 직원의 건강, 브랜드 가치, 사회적 책임 등은 최적화 문제는 아니지 않나. 생산성, 최적화 이런 것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인간만이 바라볼 수 있는 우선순위의 관점들이 있다.

제 책은 AI를 멀리 하자는 게 아니다. AI를 더 잘, 정말 훌륭한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 전에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다. 이 시대를 거스를 수는 없다. 오히려 AI를 더 잘 쓰는 사람들이 더 많은 생산, 즉 최적화를 하면서 그 안에서 우선 순위를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고민을 제대로 할 수 있다. 기존에 시간을 많이 썼던 단순한 작업의 최적화는 AI에게 맡기고, 인간은 조금 더 중요한 '판단'에 시간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AI도 '멈칫'해... 질문을 만드는 것은 여전히 인간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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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에게 맡길 수 없는, 'AI가 멈칫하는 순간'도 있다고 보는가.

"'목표가 명확하지 않을 때'다.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 이런 것은 목표로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 AI는 무언가 계산하거나 (이미) 있는 정보들을 모아올 수 있지만, 본인이 어떤 목표를 정하기 어렵다. 또 '결과가 늦게 도착하는 상황'이 있다. 교육, 연구 등은 당장 성과들이 눈에 보여지는 게 아니다. 지금의 선택이 10년 뒤에 사람을 어떻게 만들지, 그가 어떤 사고와 상상력을 갖게 될지는 (AI가)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세 번째는 '가치가 충돌하는 문제'다. 예를 들어 성장이 중요하냐, 안정이 중요하냐는 단순히 어떤 데이터들이 더해진다고 답이 나오는 문제가 아니지 않나. 인류 역사를 돌아봐도 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떤 것들이 더 중요했던 시기가 있고, 이를 기반으로 인간이 깨달음을 얻어서 그 다음 몇 백 년 후에는 또 어떤 가치가 중요하고 이런 식으로 계속 발전해왔다. 마지막으로는 '어떤 게 문제인지조차 분명하지 않을 때'다. 어떤 상황을 봤을 때 '이걸 어떤 문제로 봐야 될까'는 사람마다 관점이 다 다르다. AI는 주어진 질문, 문제에 답하는 데는 강하지만 질문 자체가 맞는지를 따지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 네 가지 모두 인간의 판단과 맞닿아 있는데, 판단을 하려면 시간을 써야 한다. 하지만 '딸깍' 하면 나오는 결과에 익숙한 사람들이 속도를 늦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앞으로 피지컬 AI까지 나오면 우리 일상에 있는 거의 모든 제품에 AI가 더해질 거다. 그러면 차라리 AI와 많은 대화를 하면서 질문을 많이 던졌으면 좋겠다. 책에 메모를 한다거나, 좀 불편하더라도 결론을 직접 만들어보려는 노력들은 너무 좋은데 당장 요즘 학생들을 보면 책가방에 연필이나 볼펜 하나 없는 경우도 있다. 다 아이패드로 필기하고, 다 녹음·녹화해서 AI한테 정리해달라고 하니까. 그런 상황이어서 '작은 멈춤'들을 못할 정도라면 차라리 (AI에게) 정말 많은 질문들을 해서 그들이 주는 정보를 의심하고, 또 이 정보들의 맥락을 이해해보려는 노력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AI가 정말로 인간에게 '시간'을 돌려주려면..."

- 그러면 AI는 우리에게 시간을 돌려주고 있을까, 빼앗고 있을까.

"저는 둘 다이다. AI 때문에 시간을 정말 많이 벌었다. 반복되는 단순업무들은 AI를 통해서 정말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고, 저는 마지막에 확인만 하면 되니까. 동시에 (AI 덕분에)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좋은 옵션들이 많이 나오고,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을 검토하게 되면서 시간을 많이 썼다. 그런데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AI 덕분에 시간을 벌었다면 이 돌려받은 시간을 어디에 쓸 것인가. AI가 아껴준 시간을 더 많은 생산, 효율성, 최적화에만 쓴다면 우리는 그냥 더 바빠지기만 할 거다. 그러지 말고, 그 시간을 조금 더 생각하고, 깊은 판단을 하고, 사람을 만나는 데에 쓴다면 AI는 정말로 인간에게 시간을 돌려준 도구라고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 AI 시대를 살아가는 교육자로서, 어른으로서 남은 고민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교육자로서는 '어떻게 하면 AI 툴을 마음껏 사용하고도 자기 안에 무언가 남게 만드는 교육을 설계할 것인가? 학생에게 과제의 결과물보다는 과정을 묻고 정답의 판단 이유를 묻고 결과의 문장도 자기만의 색깔을 더해서 설명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까? 그런 힘을 갖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될 것인가? 그걸 공학의 언어에서는 어떻게 해야될 것인가?' 이런 것들을 많이 고민하고 있다.

어른으로서도 고민이 많다. 어른들이 운동을 하거나 명상으로 머리를 비우는 것처럼,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조금 더 심심할 시간을 만들어 줄까? 실패할 시간은? 자기 생각을 스스로 만들어볼 시간은? 효율적으로 스케줄을 짜주고 빠르게 답을 주는 것만으로는 사람이 좀 깊어지기 어렵지 않나. 조금은 느리고, 조금은 불편하고, 때로는 정답이 딱 떨어지지 않는 시간들을 계속 보내면서 결과적으로 자기만의 생각을, 스타일을 갖게 되는데 그건 결과적으로 환경이 만들어주는 것 아닌가. 효율의 장점과 비효율의 가치를 어른들이 계속 고민하면서 좋은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되지 않을까 싶다. 결과적으로 AI가 인간을 위해서 더 잘 활용될 수 있도록."

 홍진기 연세대학교 교수
홍진기 연세대학교 교수 어크로스 출판사
#홍진기 #사고외주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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