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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치우지 않은 개똥에 캐나다 아이들이 남긴 경고문

어른들이었으면 눈살을 지푸리고 말았을 텐데...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이 남긴 표식

등록 2026.07.15 10:03수정 2026.07.1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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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고 가벼운 마음으로 아파트 단지 안 인도를 따라 하루의 루틴 중 하나인 산책로를 가기 위해 나섰다. 평소와 다름없이 인도 옆으로 길게 우거진 푸른 나무들 사이를 기분 좋게 걷고 있는데, 바로 앞 인도 한복판에 흰 종이를 중심으로 둥근 돌멩이가 둘러 늘어선 모습이 보였다. 보는 순간, 동네 아이들이 돌을 가지고 놀다가 흩어놓고 간 흔적이라고만 생각했다. ​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것은 발로 밟아서는 안 된다는 뜻의 경고였다. 맨 앞에는 종이가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납작한 돌멩이로 꾹 눌러놓았고, 파란색 글씨가 쓰여 있었다. 누군가 치우지 않고 간 개똥을 가려두고, 그 종이 위에 주의를 요하는 글귀를 적어 둔 것이었다. 글귀를 보면서 어린아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정성스레 만든 경계선이라는 것이 단번에 느껴졌다. ​


 ▲ 아파트 산책로에 놓인 돌멩이 경계선과 주의 경고문
▲ 아파트 산책로에 놓인 돌멩이 경계선과 주의 경고문 김종섭
가까이 다가가 보니 종이에는 장난기 가득하지만 꽤나 진지한 아이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맨 위에는 큼직하게 'WARNING(주의)'이라고 눈에 쉽게 띄도록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에는 'PooP(똥)'이라고 쓰여 있었다. 알파벳 'o' 자 두 개를 크게 그려 그 안에 놀란 눈과 입을 그려 넣었다. 그 밑으로는 이 경계선을 함께 만든 아이들 세 명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종이 오른쪽 구석에는 잘못 쓴 글씨를 파란색으로 마구 덧칠해 지운 흔적이 있고, 'Noting to see Here(여긴 볼 거 없으니 지나가세요)'라고 적어두는가 하면, 한쪽 원 안에는 'your welcome(천만에요!)'이라며 귀여운 생색까지 내고 있었다. 그리고 맨 아래에는 돌에 살짝 가려진 채 'DO NOT STEP ON HeRE(여기 밟지 마세요)'라는 당부가 대소문자가 뒤섞인 채 적혀 있었다. ​

우리는 흔히 길을 가다 실수로 개똥을 밟으면 "오늘 좋은 일이 생기려나 보다"라며 애써 위안을 삼곤 한다. 간밤에 똥 꿈을 꾸면 횡재수가 찾아온다는 꿈해몽 역시 우리에게 무척 익숙한 속설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실제 상황으로 돌아와 발밑으로 질퍽하게 뭉개지는 진짜 개똥을 밟는다면 기분이 좋을 리 만무하다.

온종일 지워지지 않는 불쾌한 냄새와 찝찝함을 고스란히 안고 가야 한다. 어쩌면 그 끔찍하리만치 생생한 현실적 불쾌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고 억지로라도 마음의 위안을 삼기 위해, 옛사람들이 실제 개똥을 밟는 상황이나 꿈해몽만큼은 일부러 가장 좋은 쪽으로 역발상 해석을 해두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마저 든다. ​

아파트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지나다니는 인도 한가운데 방치된 진짜 개똥을 보고, 과연 우리 어른들이라면 어떤 반응으로 대처했을까. 대부분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비켜 가거나, 이웃의 무양심을 혀를 차며 욕하는 것 외에 달리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꼬마들은 달랐다. 행여 이웃 주민들이 밟아 하루를 망치지 않도록, 자신들만의 유쾌하고 확실한 경계선을 세워 '불행한 사고'를 원천 차단해 준 것이다. 아이들의 다정하고 순수한 배려 앞에서 슬며시 웃음이 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묵직해졌다. ​

가끔 아들의 반려견을 맡아 며칠씩 돌보며 산책을 시키곤 한다. 산책길에 나서자마자 강아지들은 익숙한 길에서도 영역을 표시하느라 바쁘고, 산책 한 번에 몇 번씩 배변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산책 전에 배변 봉투가 충분한지 확인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일이 된다. ​


하지만 언젠가 한 번은 산책 중에 강아지가 배변을 마쳤는데, 들고 간 배변 봉투통에 봉투가 뚝 떨어져 있어 크게 당황했던 기억이 머리를 스쳐 갔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마땅히 담을 봉지가 보이지 않던 아찔한 순간, 인도 옆에 떨어진 커다란 낙엽 여러 장을 겹쳐 겨우 흔적을 치우고 돌아섰던 경험이 있다. 인도 위에 개똥을 그냥 두고 간 견주도 봉투가 떨어져 당황했거나, 혹은 반려견이 앞서 걷느라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

하지만 만약 이것이 '실수'가 아니라 매번 반복되는 '방치'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반려동물이든 식물이든, 무언가를 곁에 두고 키우는 일에는 반드시 그만큼의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인간의 정성과 돌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인 만큼, 그들이 세상에 남긴 흔적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은 이웃과 사회를 향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이자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

아이들이 장난스럽게 적어둔 "Your welcome(천만에요)"이라는 핀잔 섞인 배려가 오늘따라 길게 여운을 남긴다. 동네 꼬마 세 명이 이마를 맞대고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얼마큼 계몽적인 교훈으로 다가갈지는 모른다. 하지만 더운 날씨에 땀 흘리며 쌓아 올린 이 조그만 돌멩이 경계선은, 무책임한 태도가 만들어낸 부끄러운 결과물이 되었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것만큼, 우리 어른들의 책임감도 이 아이들의 다정한 눈높이만큼은 따라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산책로 #반려견주 #배변봉투 #반려견 #아이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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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이민자의 삶과 일상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를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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