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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돈침대 고발 8년... 이 분들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기후의 시간] 파주 제3땅굴에서 고농도 라돈 검출... 2020년에 이미 확인됐지만 방치

    등록 2026.07.16 14:51수정 2026.07.1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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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파주시 제3땅굴 내부
    경기 파주시 제3땅굴 내부 파주시

    얼마 전 파주 제3땅굴에서 환경부 실내공기질 권고기준의 30배가 넘는 고농도 라돈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라돈은 토양과 암석 속 우라늄이 방사성 붕괴를 거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자연 방사성 기체다. 색도 냄새도 없어 사람이 직접 감지할 수 없지만, 장기간 들이마시면 폐암 위험을 높이는 1급 발암물질이다. 밀폐된 공간에 축적된 고농도 자연방사성물질은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기에 땅굴의 라돈 검출 보도는 충격적이었다. 더 큰 충격은 이 문제가 한두 해 제기된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2018년 5월, 건강에 좋다며 팔린 음이온 침대에서 다량의 라돈이 방출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루의 3분의 1을 보내는, 가장 안전해야 할 침실이 피폭 공간이 돼 있었던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위험을 찾아낸 주체였다. 정부의 감시망도 제품 인증 체계도 아니었다. 간이 라돈 측정기를 침대 위에 올려놓고 잰 한 소비자였다. 제도가 위험을 발견해 시민을 보호한 것이 아니라, 시민이 위험을 발견해 정부를 움직인 것이다.

    위험을 먼저 발견한 것은 시민이었다

    사건 초기 정부의 대응부터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최초 보도 일주일 뒤 내놓은 1차 조사 결과에서 10시간 수면 기준 약 0.5mSv의 추가 피폭이 발생한다고 밝히면서도, 해당 침대의 영향이 '기준치 이하'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그 기준은 외부피폭을 전제로 한 가공제품 안전기준이었다. 시트를 깔고 얼굴을 대고 자는 침대에서 핵심 위험은 호흡을 통한 내부피폭인데, 내부피폭에 대한 제품 기준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닷새 뒤, 속커버만 조사했던 1차와 달리 스펀지까지 포함해 재조사한 2차 결과에서 판단은 뒤집혔다. 매트리스 7종이 안전기준 부적합 결함제품으로 확인됐고, 일부 제품은 기준치의 9.3배에 달했다. 원안위 스스로 가공제품 안전기준이 내부피폭을 고려한 것이 아님을 인정했다. 닷새 만에 번복된 안전성 발표는 규제기관의 조사 역량과 소통 방식에 대한 불신을 키웠고, 그 불신은 지금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조사가 진행될수록 문제는 한 기업의 일탈이 아님이 드러났다. 모나자이트는 대진침대 외에도 국내 66개 업체에 납품돼 있었고, 대진침대 수거가 한창이던 그해 7월에는 정부 조사 대상 목록에도 없던 까사미아 토퍼에서 기준 초과 라돈이 검출됐다. 이 역시 소비자의 신고로 알려졌다. 이어 가누다 베개 커버, 씰리침대에서도 라돈이 잇따라 확인됐다.

    라돈침대 사건 이전에도,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방사선 위험을 우려한 시민이 시중 벽지를 직접 측정해 밝혀낸 '방사능 벽지' 사건이 있었다. 이후에도 대리석과 건축자재, 돌침대와 흙침대, 고양이 모래, 화분용 흙에 이르기까지 광물성 소재를 쓰는 다양한 생활 제품에서 우려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화강암 지대가 넓어 자연 방사능 농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지질 특성까지 고려하면, 생활 방사선은 특정 제품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상 안전 문제다. 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위험을 가장 먼저 발견한 주체가 시민이었다는 사실이다.

    수거 이후를 법은 준비하지 못했다


     2018년 6월 16일 우체국 직원들이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검출돼 논란이 불거진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밀봉 수거해 우체국 택배 차량에 옮겨 싣고 있다.
    2018년 6월 16일 우체국 직원들이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검출돼 논란이 불거진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밀봉 수거해 우체국 택배 차량에 옮겨 싣고 있다. 연합뉴스

    수거와 폐기의 과정 또한 이 사건이 남긴 뼈아픈 기록이다. 우정사업본부까지 동원된 집중 수거로 대상 물량의 약 80%가 회수됐지만, 수거된 매트리스가 사전 고지 없이 당진항 야적장에 쌓이자 주민들이 반입을 막았고, 천안 본사 인근에서도 주민 반발로 해체 작업이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약 7만 개, 480톤가량의 침대는 당시 폐기물관리법상 처리 근거조차 없어 수년간 본사 부지에 방치됐다. 법 개정 뒤 환경부가 군산의 공공처리장에서 전량 소각하는 계획을 추진했지만, 안전성 검증과 공론화 없이 밀어붙인 탓에 지역의 반발에 부딪혀 중단됐고, 일부 물량은 지금도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결함제품의 수거 이후 절차가 법에 설계돼 있지 않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8년에 걸쳐 확인한 셈이다.

    사후 책임을 묻는 길이 얼마나 험한지도 이 사건은 보여주었다. 검찰은 폐암이 유전, 생활 습관,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비특이성 질환이어서 침대 사용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관계자들을 불기소 처분했다. 민사에서도 1심은 원고 청구를 전부 기각했고, 2025년에야 대법원에서 매트리스 구입가와 위자료 100만 원 배상이 확정됐다. 건강 피해에 대한 배상은 인정되지 않았다.

    수만 명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십수 년간 방사선 방출 침대에서 잠들었지만, 이들의 노출 이력과 건강 기록을 추적하는 국가 차원의 조사는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다. 폐암처럼 잠복기가 긴 질환의 피해는 앞으로 드러날 수 있는데, 그때 근거가 될 기초 자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축적되지 않고 있다.

    인과관계 입증 부담을 전적으로 피해자에게 지우면서 국가가 조사조차 하지 않는다면, 훗날 피해가 나타나도 구제받을 길은 사실상 막혀 있는 셈이다. 사후 책임 추궁이 이토록 어렵다는 사실이야말로, 사전 예방 규제가 왜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8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은 구조

    물론 달라진 것도 있다. 2019년 개정된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은 모나자이트 등 원료물질을 음이온 발생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고, 침대·베개처럼 신체에 밀착되는 제품에 쓰는 것도 금지했다. 분명한 성과다. 그러나 이는 이미 드러난 경로를 사후에 막은 것이지, 다음 위험을 미리 찾아내는 체계를 만든 것이 아니다.

    유럽연합의 방사선기본안전기준은 방사선을 이용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사회적 편익이 위해를 상회하는지 사전에 검토하는 '정당화 원칙'을 요구한다. 반면 한국의 제도는 기술적 등록과 사후 조사·수거에 머물러 있다. 위험한 제품이 아무 문제 없이 인증을 통과해 수년간 유통될 수 있었던 구조가 그대로라는 뜻이다.

    가공제품 안전기준은 여전히 외부피폭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내부피폭 기준의 공백은 해소되지 않았고, 돌침대·흙침대와 대리석, 건축자재 등 장시간 근접 사용되는 광물성 소재 제품군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다. 라돈 관리 자체도 실내 공기는 환경부, 가공제품은 원안위, 건축자재는 국토교통부 소관으로 쪼개져 있어, 세계보건기구가 흡연에 이은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규정한 1급 발암물질이 통합적인 방사선방호 체계 안에서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

     충북보건환경연구원이 제천지역 경로당 10곳을 대상으로 실내 라돈 오염도를 검사한 결과 2곳이 권고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보건환경연구원이 제천지역 경로당 10곳을 대상으로 실내 라돈 오염도를 검사한 결과 2곳이 권고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북도

    이 공백의 대가는 지금도 곳곳에서 확인된다. 지난 6월 발표된 충북 제천의 노후 경로당 조사에서는 10곳 중 2곳에서 권고기준을 초과했고 이 가운데 한 곳에서는 권고기준의 두 배가 넘는 라돈이 검출됐다. 전북 일부 공동주택에서도 기준 초과가 확인됐지만, 강제하거나 제재할 규정이 없어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파주 제3땅굴에서는 2020년에 이미 고농도 라돈이 확인되고 내부 보고까지 이루어졌지만 근본 대책 없이 방치되다가, 지난해 측정에서 더 높은 수치가 나왔다. 알고도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미국은 1980년대 후반부터 전국 단위의 실내 라돈 관리 체계를 구축했고, 유럽은 부동산 거래 시 라돈 측정을 제도화해 왔다. 우리나라는 폐암이 암 사망 원인 1위이고 비흡연 여성 환자의 증가가 두드러지는데도 국가 차원의 라돈 행동계획이 없다. 노출은 전국에서 일어나는데 관리는 지자체의 역량과 의지에 맡겨져 있는 지금의 구조로는 라돈으로부터의 안전이 사는 곳에 따라 달라지는 불평등을 바로잡을 수 없다.

    마침 지난 6월 생활방사선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다. 그러나 개정 내용은 등록 절차와 행정 부담을 조정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필요한 것은 하위 법령의 부분적 손질이 아니라 제도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다.

    법률 차원에서 소비재와 건축자재에 대한 방사성물질 사용의 사전 정당성 심사를 의무화하고, 장시간·근접 사용 제품의 실제 노출 시나리오를 반영한 내부피폭 기준을 신설해야 한다. 흩어진 라돈 관리를 방사선방호 체계로 일원화해 국가 라돈 행동계획 수립을 법률로 의무화하고, 경로당과 소규모 어린이집 등 취약계층 이용 시설의 정기 측정을 확대하며, 지자체 간 관리 격차를 메울 국가의 기술·재정 지원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라돈침대 피해자에 대한 역학조사와 장기 건강 추적관리를 국가 책임으로 명문화하는 일 역시 더는 미룰 수 없다.

    무엇보다 시민의 측정을 우연에 맡겨서는 안 된다. 생활방사선 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는 공적 측정 서비스를 확충하며, 시민의 제보와 측정을 제도 안으로 받아들이는 상시 감시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 사건의 전 과정에서 제도가 놓친 위험을 찾아낸 것이 시민의 측정이었다면, 그 힘을 제도 밖의 우연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제도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 마땅하다.

    라돈침대 사건 8년, 음이온 침대라는 하나의 경로는 막혔다. 그러나 위험한 제품이 검증 없이 시장에 나오고 시민의 우연한 측정으로만 발견되는 구조는 그대로다. 방사능 벽지가 그랬고, 대진침대가 그랬으며, 까사미아가 그랬고, 오늘의 경로당과 공동주택이 그렇다. 언제까지 시민이 먼저 위험을 발견해야 하는가. 이제는 제도가 먼저 위험을 찾아내고 차단하는 사회로 가야 한다. 라돈은 침대 한 개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숨 쉬고 잠들고 살아가는 공간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라돈 #생활주변방사선안전관리법 #원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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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에서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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