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구속 기소)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A 경감이 8일 오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배동민
장윤기 여고생 살인 사건 수사 과정에서 담당 경찰 팀장이 성범죄 목적 살인을 검토해야 한다는 분석과 수사 기록 등을 묵살하고 삭제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장윤기가 범행 훨씬 이전부터 피해자인 고 이채원 양을 일방적으로 알고 있었던 정황을 파악하고도, 성적인 범죄 목적을 충분히 수사하지 않은 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장윤기 사건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은 15일 광주경찰청 2층 기자실에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사 결과 지난 5월 5일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 A 경감은 장윤기의 주거지와 차량 수색 과정에서 성범죄 목적을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물인 '리얼돌'과 '케이블 타이'를 발견하고도 압수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요 증거물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날인 6일 장윤기의 집 비밀번호와 차량 키를,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의 아버지에게 전달하도록 팀원에게 지시했다.
특별수사단은 이 때문에 장윤기 아버지가 리얼돌과 케이블 타이뿐 아니라, 범행 차량 내부 USB와 SD 카드 등을 폐기하거나 빼돌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A 경감은 또 수사팀원들에게 '(장윤기 사건을) 성적으로 몰아가지 말라"며 조사 범위를 제한했으며, '피해자를 제압할 당시 장윤기의 차량 뒷문이 열려있는 것 같다'는 CCTV 분석 결과 보고서를 삭제하고 '불분명하다'라는 내용으로 재작성하도록 지시했다.
아르바이트 동료였던 이주 여성에게 저지른 스토킹 사건 내용과 '성적 동기 개입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과학수사계의 장윤기 면담 결과 보고서를 수사 기록에서 빼도록 지시하거나 누락했다.
부실 수사, 증거인멸, 봐주기 수사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는 '누락된 서류를 모두 검찰에 추송하라'는 광주경찰청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으며, 오히려 팀원에게 현장 감식 결과 보고서를 제외하고 케이블 타이를 촬영한 현장 감식 영상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특별수사단은 "A 경감의 이 같은 수사 지시와 개입 때문에 결국 장윤기에게 최종적으로 강간 살인죄가 아닌 일반 살인죄를 적용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특별수사단은 이날 A 경감을 증거인멸, 직무유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A 경감은 '케이블 타이, 리얼돌 등 증거가 살인의 주요 증거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영상 삭제를 지시한 적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윗선에서 스토킹과 살인 사건을 연결하지 못하도록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광산경찰서장·형사과장, 장윤기 부친에 수사 정보 유출 팀원도 입건

▲ 장윤기 살인 사건 수사를 맡았던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 A 경감이 15일 증거 은닉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A 경감이 이날 오전 광주 북부경찰서에서 호송차에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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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수사단은 또 수사 당시 광산경찰서장, 형사과장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수사팀 소속이었던 B 경사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전 광산경찰서장과 형사과장은 A 경감의 증거 인멸이나 직권남용 행위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 수사 지휘 라인에서 강간 살인 대신 일반 살인으로 판단했다는 취지의 진술 등이 있어, 이를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 경사의 경우 같은 지구대에서 6개월 가량 함께 근무한 전력이 있는 장윤기 아버지에게 압수수색·구속 계획 등 수사 정보를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특별수사단은 장윤기 사건의 부실 수사 과정에서 상부의 지시 또는 외부의 청탁이 있었는지를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또 장윤기가 여고생 살해 직전 저질렀던 여러 성범죄 혐의를 여성청소년과에서 살인 행위와 분리해 수사한 경위도 확인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장윤기가 범행 훨씬 이전부터 피해자인 고 이채원 양을 일방적으로 알고 있었던 정황을 파악하고도, 성적인 범죄 목적을 충분히 수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이 같은 정황은 장윤기가 도주 과정에서 사용했던 휴대전화(공기계) 포렌식을 통해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수사단은 "만약 (미리 알고 있었던 정황이) 확인된다면 장윤기가 우연히 마주친 여고생을 성폭행하려다 저항하자 살해했다는 주장을 완전히 반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별수사단장 "유가족에게 씻기 힘든 상처 드렸다" 고개 숙여 사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