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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없이 창만 내어놓았습니다

[시로 읽는 오늘] 이병국 '모노크롬'

등록 2026.07.23 09:01수정 2026.07.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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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기자말]
모노크롬
- 이병국

나는 닫혀 있습니다, 창은 열려 있고요
실은 문 없이 창만 내어놓았습니다


너머로 보이는 집들이 서로에게 기대어 그림자를 나눠 갖습니다

가끔은 테이블 등 아래에서 차를 나누기도 하고 멀어질 수 있는 만큼 거리를 두기도 합니다 거의 모든 실례를 채웁니다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바깥을 찾아
마음을 뒤적입니다
드나드는 손이 없어 간결합니다

안으로 빗금을 긋고 밟지 않으려 종종거립니다 종일 들뜬 기분으로 종알거리기도 하고요 언제나 다른 목소리가 끓어오르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열린 창이 가까이 보이면 없는 문이라도 열어주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찻잔 위로 비행기를 그려 생각을 태우기도 하고 하얗게 그을린 나를 알아보지 않는 마을에 불시착하기도 하고 시차에 사로잡혀 가까운 골목을 서성이기도 합니다

의자에 걸터앉아 다음을 밀어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여기가 어디라도 좋겠습니다

출처_시집 <빛그늘>, 걷는사람, 2025
시인_이병국: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과 2017년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 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이곳의 안녕> <내일은 어디쯤인가요> <빛그늘>이 있다.

 닫힌 문 너머로 바람을 들여보내고 싶은 마음
닫힌 문 너머로 바람을 들여보내고 싶은 마음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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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국시인 #모노크롬 #빛그늘 #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
댓글

(사)한국작가회의는 이 땅의 대표적인 문인단체로서 표현의 자유와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정신을 계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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