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졸업식 미국의 Pre-K(어린이집)는 단체 생활을 익히는 첫 번째 교육기관이다. 정규 교육과정인 유치원에서 학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단체 생활의 예의와 질서, 교사의 지시에 따르기, 학습 태도를 익히는 정도로 충분하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많은 경우 어린이집은 경험이 풍부한 중년 여성 교사가 맡고 있다. 졸업식도 아이들의 연령 수준에 맞추어 무리 없이 진행된다.
장소영
미국의 정규 교육과정은 유치원(Kindergarten)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대다수 부모는 유치원 입학 1~2년 전부터 Pre-K라고 하는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낸다. 도심은 좀 다르지만, 일반 주택 지역에서는 주로 성당이나 교회에 Pre-K가 있고, 부모들은 자연스럽게 집 가까운 Pre-K에 아이들을 보낸다.
지역 공립학교는 지역의 해당 연령 아동 수만큼 유치원에 자리를 만든다. 부모가 홈스쿨이나 사립을 선택하지 않는 이상, 지역 어린이는 모두 병설 유치원생이 된다. 한국에서 느꼈던 사립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대한 과열 경쟁, 불투명하거나 비합리적인 재정 운영, 과중한 교사 노동이 미국에서 잘 느껴지지 않는 것은 어쩌면 이런 환경 차이 때문일 지도 모른다.
이웃 A가 보조 교사로 근무하는 곳도 교회 부설 Pre-K다.
" 여기 영상에 나오는 선생님은 나와 비슷한 나이인가요? "
A가 가장 먼저 궁금해했던 것은 교사의 나이였다. 미국의 Pre-K에도 젊은 교사가 있지만, 중년 여성 교사가 다수이기 때문이다.
A에게 한국 유치원 교사들이 하는 일을 말해 주었다. 알림장 작성은 물론, 사진과 함께 개개인의 활동을 학부모에게 전하고, 홈페이지에 업로드하고, 유치원 버스로 함께 등하교를 하고, 청소와 서류 업무까지 하고 있다고.
"나라면 한국에선 교사로 일할 수 없겠는 걸? 나는 메리 포핀스(마법을 부리는 보모 캐릭터)가 아니야!"
A는 함께 근무하는 다른 교사들의 반응도 전해 주었다. 한국 교사들의 업무 강도를 전해 들은 교사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젓더란다. (아이 몇 명만 보는) 개인 입주 가정교사도 다 못해낼 일을 어린 여성 교사들이 해내고 있다니, 그들은 '슈퍼 내니(Super Nanny)'냐, 부모들도 그런 걸 교사에게 기대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단다.
대학생인 나의 딸은 여름 방학 동안 일할 서머 잡(Summer Job)을 구하기 위해 서머 캠프와 주변 어린이집에 인터뷰를 다녔다. 나는 그중 한 곳의 어린이집 원장에게 실례를 무릅쓰고 물어보았다. 중년 여성을 교사로 고용하는 이유가 있느냐고.
그녀는 처음에 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 머뭇거렸다. 중년 여성이나 은발의 나이 지긋한 여성들이 어린이집 교사를 하는 일이 '너무나 보편적'이라 그런 질문을 받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스마트폰 같은 기기 사용도 잘하고, 더 활동적인 젊은 교사를 부모들이 원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게 왜 필요하지요?"라고 되물었다. 행정 직원도 있고, 교장인 본인도 있고, 부모가 알아야 할 일은 메일과 종이 안내서로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고.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다는 한 교사는 '할머니의 마음'이라 표현했다. 아이들을 밀어붙이기보다 곁에 느긋하게 앉아 "좋아, 계속하렴!"하고 격려하는, 육아 경험이 풍부한 중년의 교사들이야말로 학교의 '자산'이라고.
"Pre-K는 어린이들이 처음 '단체 생활에서의 태도'를 배우는 곳이에요. 줄을 서서 기다리고, 손 들고 말하고, 스스로 화장실을 사용하고, 아프면 어떻게 말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재채기할 때 입을 가리기, 다른 사람의 몸에 손을 대지 않기, 교사의 지시를 주의 깊게 듣고 따르기, 그런 정도를 익히는데 부모에게 따로 보고할 게 뭐가 있나요? 부모들도 그런 정도를 익히라고 보내는 게 아닌가요? 우린 어린이를 감시하는 사람(Monitor)이 아니에요. 설마, 우리 아이가 골드피시(물고기 모양의 작은 과자)를 몇 개 먹었나, 우리 아이가 줄 몇 번째에 섰나 하는 그런 걸 알고 싶어하나요?"
차마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했다. Pre-K 뿐 아니라 유치원의 교사들도 그렇게까지 보고할 만한 게 없다는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사립 유치원 교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서머 캠프 코디네이터도 겸하고 있었다.
"다이어리는 학생이 쓰는 거지요. 교사가 왜 열 명도 넘는 학생들의 활동을 일기처럼 작성해 줘야 하나요? 사진요? 찍어 본 적 없어요. 학생이 뭘 먹는지, 활동 중에 느낀 건 부모가 다뤄줘야 할 영역이죠. 교사는 학습을 잘 따라오고 있는지를 봅니다. 교실의 질서를 지킬 수 있도록 지도하고요. 도움이 필요한 경우 교장이나 카운셀러와 함께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
한국의 '급식 민원' 듣고 깜짝 놀란 미국 교사들

▲ 유튜브 영상 '유치원 교사 이민지씨의 끝나지 않는 24시간' 캡처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Pre-K 종일반과 유치원의 교사 몇 분께 아이들의 점심 식사를 매일 스캔해 부모에게 알리냐고 물어보았다. 한국에는 '급식 식사 전후의 식판' 사진을 부모가 즉각 받아볼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이 있다고 했더니 다들 깜짝 놀랐다.
최근에 한국 SNS에 올라온 내용을 보여드렸다. "오늘의 급식 사진에 특정 반찬이 많이 담겨 있는데 어린아이들이 이렇게 많이 먹을 거 같지 않다. 교사용 식판을 찍으신 거냐. 아이들용 식판에는 몇 개가 올라가고 얼마나 먹느냐고 원에 질문했는데 만족한 답을 얻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민원이 잦아서 앱을 설치하고, 식사 전후 식판을 스캔해 업로드를 하면, 부모가 자녀의 식사 상태를 보며 만족하고 안심한다는 말에 교사들은 이마를 짚었다.
동네의 작은 사설 Pre-K 교장선생님은, 부모들이 Pre-K를 통해 사안에 따라 교장과 교사, 행정실과 간호실 등 어디에 문의를 하고 해결을 할 수 있는지를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당연히 민원이 있습니다. 부모님들은 어떤 질문도 하실 수 있고 우리는 답해야 하지요. 제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입니다. 담임 교사의 설명이 필요하면 회의를 소집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민원을 해결하라고 제가(교장선생님이) 여기에 있는 겁니다. 교사는 교실에 있어야지요. 학생들이 거기 있으니까요."
유치원뿐 아니라 미국의 교사들은 개인 신상과 연락처를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 학교 이메일로 교사에게 연락할 수 있지만 사적인 요구에 응대할 의무가 없다.
한인 교회가 운영하는 Pre-K에 근무 중인 7년 차 보조교사 한 분은 '자리를 바꿔 달라는 정도의 부탁은 들어준다'면서도 학부모와 연락처를 주고받거나 근무시간 외의 요구는 받지도 처리하지도 않는다고 답해주었다. 한국과 같은 과도한 업무도, 학부모에게 보고할 의무도 교사에게 지우지 않는다고. 한국에서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본 경험이 있는 그분은 "결국은 신뢰의 문제 아니겠느냐, 교육 현장에서 믿음과 존경심이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해 왔다.
한국의 한 공립 유치원에 근무하는 12년 차 교사 K는 민원 처리와 역할 분담에 있어서 미국의 시스템과 차이가 큰 것 같다고 말한다. 한국의 경우 교사가 대부분의 민원을 처리하는 데다, 교육 예산을 짜고 집행하고 정산까지 담당해야 한다. 민원은 교내에서 해결되기도 하지만 '아동 학대 신고'는 교사에 대한 징계로 바로 이어지기에 교실의 질서를 잡거나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할 수가 없는 형편이라고 한다. 학부모의 관심이 전체 교육 과정 진행보다 자기 아이의 컨디션과 기분에 점점 더 기울어 간다고 조심스레 전해 왔다.
우리 딸아이가 졸업한 Pre-K의 교장선생님에게 연락을 드려 미국 어린이집 교사들의 업무량이 어떤지 물어봤더니, 명쾌한 답장을 주셨다.
"Pre-K는 미국의 어린이들이 유치원으로 가는 전 단계 교육입니다. 가족과 교사는 파트너십(partnership)을 가지고 서로 협조하지요. 아이들은 각자 다른 발달과 수준을 가지고 교실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교내의 여러 다른 영역에서 그들만의 성취를 이룹니다. 미국의 어린이집 교사들은 아이들의 학업적, 사회적, 정서적인 성장을 즐거운 마음으로 돕습니다. 하지만 퇴근 후엔 가정에 오롯이 집중하고 개인적인 시간을 가집니다. '업무량'이 수업 시간 내에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파트너십을 향한 노력

▲ Pre-K를 운영하는 동네 교회와 성당이 많다. 교육에 적합한 교회 시설에서 저렴한 교육비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한다. 어린이들은 편안한 환경에서 유치원 입학 전 1~2년동안 단체 생활의 에티튜드를 익힌다.
장소영
A는 2주간의 휴가를 가졌다. 여름에는 A가 어머니의 차를 이용해 출퇴근 할 수 있어 나도 방학을 얻었다.
"한국의 선생님들도 휴가가 있나요? 그래야죠. '웨이팅 레이디'도 쉬긴 해야죠. 미안해. 농담이 심했네요."
'웨이팅 레이디'가 무슨 농담인지 집에 돌아와 찾아보았다. 아마 A는 옛날에 공주를 모시던 시녀(Lady-in-waiting)를 말하려던 것 같았다. 짧은 릴스를 보여줬을 뿐인데, 한국의 교사들이 그렇게 보였나 싶어 약간 후회가 되었다. K드라마는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A에게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참교육'까진 추천하지 못한 이유다. 한국의 교사들이 기분을 맞춰줘야 하는 대상은 어린 학생일까, 부모일까.
미국의 교육이 완벽하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교사와 부모, 교장과 행정실의 역할 분담, 서로에 대한 기대와 존중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던 건 사실이다. 교육 활동의 단순함에서 오는 교사와 학생의 여유도 크게 느껴졌다. '교사와 부모의 파트너십'이라는 교장 선생님의 표현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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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 영상'에 충격 받은 미국 어린이집 교사들, 이런 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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