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행정, 선택이 아니라 시대정신이다

등록 2026.07.16 09:30수정 2026.07.1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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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주요 회의와 정보를 국민에게 보여주는 공개 행정(Open Administration)은 현대 민주 행정의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하는 핵심 개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사상 처음으로 국무회의의 안건 심의·의결 과정 등을 투명하게 공개한 이후, 부산과 울산 광역단체장들이 이를 벤치마킹하며 지방정부로 확산되고 있다. 중앙과 지방 정부에서 일어나는 '주요 정책 회의 실시간 생중계' 현상은 한국 정치·행정사에서 매우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변화다. 행정학에서 전통적인 관료제 모델이 '비밀주의와 효율성'을 바탕으로 발전했다면, 현대의 공개 행정은 '투명성, 민주성, 거버넌스(협치)'의 토대 위에 서 있다.

행정학적 관점에서 이 변화가 지니는 구체적인 의미와 가치는 크게 세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외부적·사후적 통제에서 '실시간 자율 통제'로 행정 통제의 패러다임이 전환된다는 점이다. 과거 정부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수단은 주로 국회의 행정사무감사, 감사원의 감사 등 사후적·제도적 통제 중심이었다. 그러나 행정이 실시간으로 공개되면 국민과 시민사회가 상시 감시하는 사전적·실시간 외부 통제가 가능해진다. 공직 사회 역시 외부의 비판을 의식해 스스로 왜곡된 행정을 바로잡는 '자율적 내부 통제'를 작동시키게 된다.

둘째, 민주적 정당성(Democratic Legitimacy)의 확보다. 전통적 행정학에서는 선거로 뽑힌 정치 대리인에게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점에서 행정의 정당성을 찾았다면, 현대 행정학은 과정의 정당성을 중시한다. 정책이 결정되는 논의 과정을 국민들이 직접 목격함으로써, 정책 결과가 다소 불만족스럽더라도 결론에 이르는 절차가 공정했음을 보여줘 행정의 수용성과 사회적 합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셋째, 뉴 거버넌스(New Governance)와 직접 민주주의의 융합이다. 현대 행정은 시장과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가 필수적이다. 행정 공개는 정부가 독점하던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여 국민들이 대등한 파트너로서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이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는 디지털 직접 민주주의(E-Democracy)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이처럼 현대 행정학에서 공개 행정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넘어 "정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국민 주권주의의 실천적 도구로 평가받는다. 실시간 공개가 주는 본질적 의미는 '밀실 행정'에서 '광장 행정'으로의 대전환이다. 과거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던 회의를 실시간 공개한다는 것은 정책의 탄생과 갈등 조정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주겠다는 선언이며,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국민·시민) 중심'으로의 전환이기도 하다. 정책 수혜자인 국민이 진행 상황을 직접 지켜봄으로써 정책의 정당성을 얻고, 공직 사회에는 강력한 책임감을 부여하겠다는 정치적 의지가 담겨 있다.

공개 행정의 긍정적 효과는 국민과 지역 주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행정 신뢰도를 높인다는 데 있다. 카메라가 켜져 있는 만큼 공무원들이 자료를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발언에 무게를 두게 되어, 무책임한 '탁상행정'이 줄어들고 공직 사회의 긴장감과 책임감이 제고된다. 형식적인 의전성 멘트가 줄고 핵심 현안 위주의 밀도 높은 토론으로 회의 성격이 바뀌어 효율적인 회의 문화가 정착되는 계기도 된다.


하지만 우려와 부작용 등 부정적 효과도 간과할 수 없다. 회의 참석 공무원들이 방송에 노출되면서 악성 댓글이나 극성 지지층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공무원 노조를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된다. 카메라를 의식한 나머지 날 것 그대로의 치열한 토론은 실종되고, 미리 짜인 각본대로만 움직이는 '연출된 쇼'로 변질될 가능성도 크다. 진짜 민감한 논쟁은 카메라 뒤 사전 조율 과정으로 숨어버리고, 완성되지 않은 아이디어 단계의 정책이 중계될 경우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조기에 점화할 위험이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완도군도 이제 '보여주는 행정'이 아니라 주민과 '함께 만드는 행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방정부야말로 주민과 가장 가까운 행정기관인 만큼 공개 행정의 긍정적 파급 효과는 오히려 더 클 수 있다. 완도군 역시 군정 전략회의와 주요 현안 회의, 핵심 정책 보고 등을 단계적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인사·예산·계약·민원 등 개인정보나 고도의 협상력이 요구되는 사안까지 무리하게 공개할 필요는 없다. 주민의 삶과 직결되는 정책, 지역 현안, 미래 발전 전략 등을 중심축으로 삼아 가능한 범위에서 주민과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입 초기에는 처음부터 모든 회의를 생중계하기보다 군수 주재 주요 정책회의나 확대간부회의, 현안 점검회의 등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 뒤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다. 이 과정에서 실무 공무원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책임자 중심으로 공개 범위를 설계하는 제도적 장치도 반드시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공개 행정은 행정이 주민의 신뢰를 얻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정책 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될수록 행정에 대한 이해와 신뢰는 높아지고, 주민 역시 정책의 공동 생산자로 적극 참여하게 된다. 이것이 진정한 지방자치이며 현대 행정이 지향하는 거버넌스의 모습이다.

특히 다수의 섬으로 이루어진 완도는 행정기관과 주민 사이에 불가피한 물리적 거리가 존재해 왔다. 이러한 지리적 한계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공개 행정으로 극복한다면, 주민들은 언제 어디서나 군정의 방향을 확인하고 소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이는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군민과 함께 정책을 만들어가는 혁신적인 지방행정 모델이 될 것이다.

완도신문

이승창 자유기고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완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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