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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 휴가철 읽기 좋은 시집과 산문집 4권

    등록 2026.07.21 09:59수정 2026.07.2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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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와 함께 습기가 집안에 가득합니다. 정글에 들어온 것 같습니다. 참아내는 것이 고역입니다. 아니, 참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집니다. 결국, 에어컨을 켰습니다. 공포영화 속 사제가 성수를 뿌린 듯 집안이 상쾌해집니다. 이제 여름엔 '빙수'가 아니라 '에어컨'이라는 말이 적당합니다. 이렇듯 에어컨 바람을 맞고 있으니, 휴가철이 가까워져 왔음을 느낍니다. 올해 휴가는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 보내면 좋을까요.

    저는 작년 허리 수술을 한 이후, 직장을 다니는 것을 제외하면 집에서 머무르고 있습니다. 가끔씩 북토크를 하며 외부 활동을 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러하기에 올 여름휴가 기간도 여느 주말과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습니다.


    저처럼 멀리 떠날 상황이 아니라면, 예쁜 카페에 자리 잡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여유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때 당신의 손에는 무엇이 들려 있을까요. 분명, 스마트폰일 것입니다.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눈은 스마트폰을 보며, 복잡한 사회와 한 발짝 떨어지는 것입니다.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평소에 바빠서 보지 못했던 드라마나 영화를 이 기회에 몰아보는 것도 괜찮은 일입니다. 다만, 휴가철이니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시집에 눈길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북토크에서 독자를 만났을 때 가장 많이 하시는 얘기는 "시가 어렵다"입니다. 동의합니다. 제가 읽어도 어려운 시가 많습니다. 다만, 어렵지 않은 시도 많고, 관심을 가지고 읽으면 극복할 수 있는 시, 읽고 나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시도 많습니다. 올여름 휴가철에 시집 한두 권 읽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혹은 북토크를 찾아 시인들의 얘기를 들어보시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한정원 시인의 산문집 <시와 산책>(독해 난이도: ●○○○○)

     한정원 시인의 산문집 <시와산책>
    ▲ 한정원 시인의 산문집 <시와산책> 시간의흐름

    먼저 소개하고 싶은 책은 한정원 시인의 산문집 <시와 산책>입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산문집이지만, 여유가 없어 책과 한 발짝 떨어져 계셨던 분들이라면 모르실 수도 있습니다. 이 산문집, 시집과 비교해도 아름다운 문체를 지닙니다. 한정원 시인도 누구보다 시를 애정합니다.

    산문을 읽다 보면, 중간중간 아름다운 시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제가 인상 깊었던 시는 '세사르 바예호'나 '낸시 우드의' 시입니다. 저는 이 두 시집 모두를 구입했습니다. 특히 낸시 우드의 시집 <바람은 내게 춤추라 하네>는 여름휴가 기간에 편안히 읽기에 좋은 시집입니다. <시와 산책>과 연결해서 읽으시면 더욱 좋으실 겁니다.


    이 산문집을 읽으면서 시시때때로 질투를 느꼈습니다. 나도 이렇게 산문을 써 보고 싶다고. 여러 번 써 보려고 했으나, 마음처럼 되지 않습니다. 오늘은 시인의 산문집을 읽는 것으로 만족하지만, 언젠가 시인과 같은 산문집을 꼭 써 볼 요량입니다. 아직 읽어보시지 않으셨다면, 올여름 휴가 기간에 꼭 읽어보세요.

    "울타리를 지나서 바다 반대편 고사목 쪽으로 와. 일렁이는 가는 물줄기가 보이면, 푸른 나무에 둘러싸일 때까지 상류로 올라와. 해가 지는 쪽으로 물길을 따라오면 평평하고 탁 트인 땅이 나오는데, 거기가 나의 집이야." - '산책이 시가 될 때' 중에서

    나태주 시인의 필사 시집 <필사, 어른이 되는 시간>(독해 난이도: ○○○○○)


     나태주 시인의 필사 시집 <어른이 되는 시간>
    ▲ 나태주 시인의 필사 시집 <어른이 되는 시간> 북로그컴퍼니

    독서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겠다고 생각하신다면, 나태주 시인의 시집 <필사, 어른이 되는 시간>을 추천해 드립니다. 삽화도 예쁘고 시를 편안히 느끼시기에 좋은 시집입니다. 필사 시집이기에 시가 길지 않습니다. 눈으로 한번, 필사하면서 한번, 입으로 소리 내 다시 한번 더 읽어도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특히 눈으로 읽었을 때와 필사하면서 읽었을 때, 내 목소리로 읽었을 때, 시의 느낌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 보시는 것도 재미있으실 것입니다.

    "이 시집을 읽는 분들의 삶이 부디 가볍고 산뜻하게 바뀌기를,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소란한 세상에서도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어른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나태주 시인 인사말 중에서

    저는 시를 읽을 때 '소리 내 읽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눈으로 시를 읽으면, 나는 문장을 다 이해하면서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몇몇 단어나 문장들을 빠트리게 됩니다. 믿지 못하시겠다면, 눈으로 읽은 페이지를 목소리로 소리 내 읽어 보세요.

    "이런 단어가 있었어?"라고 놀라시게 될 것입니다. 눈으로는 책을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머리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소리 내 읽는 것은 눈으로 읽는 것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온전히 책에만 집중하고 싶다면, 중간중간 중요한 페이지만큼은 소리 내 읽어 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차정은 시인의 시집 <여름 피치 스파클링>(독해 난이도: ●●○○○)

     차정은 시인의 시집 <여름 피치 스파클링>
    ▲ 차정은 시인의 시집 <여름 피치 스파클링> 다이브

    시인의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 소개에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너를 기다리며 할 수 있는 일은 커다란 여름 안에서 차가운 시를 읽으며 우뚝 서 있는 것'이라고요. 저는 이 소개 문장에서 '차가운 시'라는 단어가 참 좋습니다. 차갑다는 것을 겨울에 읽으면, 부정적인 표현이지만, 여름에 읽으면 시원해서 참 좋습니다.

    시인의 시집은 스파클링처럼 톡톡 튀는 시집입니다. 다소 낯선 문장들, 낯선 표현들이 수박화채에 뜬 수박씨처럼 둥둥 떠 있기도 하지만, 어색하지도 기분 나쁘지도 않습니다. '그 단단한 과자를 콰삭콰삭 씹는 것'(시 '농담따먹기' 중에서)처럼 시를 읽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휴가를 떠나지 못했다고 해도, 이 시집 한 권을 읽음으로써 충분히 휴가 기분을 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 말 없이 편의점에서 탄산을 고르며 세상의 전부를 나눈다// 꽃무늬 반바지에 손을 넣은 채 세상을 다 안다고 믿던 나날/ 바다가 아니어도 충분한 낭만의 농도." 시 「여름의 뼈」 중에서

    제주 출신 시인 부영우 시인의 시집 <양재>(독해 난이도: ●●●○○)

     부영우 시인의 시집 <양재>
    ▲ 부영우 시인의 시집 <양재> 시인의일요일

    섬이 가지고 있는 낭만, 비행기를 타고 타국으로 나가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삐쭉빼쭉한 나무들이 서 있는 이국적인 느낌들, 그런데도 말이 통하는 곳. 바로 제주입니다. 한때는 저도 제주에 살고 싫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생각에만 머물렀고, 앞으로도 생각을 확장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휴가철이 되면 생각나는 곳이 제주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푸른 백사장을 뛰어다니며 놀고 싶습니다. 저처럼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면, 시집을 읽으며 제주 출신 시인의 시집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겁니다.

    최근 제가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시집 중 하나가 부영우 시인의 시집 <양재>입니다. 양재는 제주도의 양재가 아닙니다. 서울 강남 양재동의 양재입니다. 이 시집을 소개해 드린 까닭은 부영우 시인의 출신이 제주이기 때문입니다. 꼭 제주 사람이라고 섬 얘기만 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서울은 누구나 동경하는 도시니까요. 이런 생각도 해 봅니다. 제주 사람들은 휴가철에 어디를 가고 싶을까?

    "내 친구는/ 시인 때문에 시인이 못 됐고/ 수의사 때문에 수의사가 못 됐다/ 된 것들은 될 것들이 되는 것이 두려워서." - 시 '때문에' 중에서

    꼭 바다나 산, 계곡이 아니어도 충분한 시(詩)의 농도, 시의 낭만, 그것은 에어컨 바람 아래서 시집을 펼쳐 든 이들만의 특권일 것입니다. 여름 피치 스파클링처럼 톡 쏘는 시부터 피식 웃음이 나오는 부영우 시인의 시 까지, 올여름 휴가 기간 동안 시의 매력에 '콰삭콰삭' 빠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더 소개해 드리고 싶은 시집이 많지만, 오늘의 욕심은 여기서 멈추고자 합니다. 다음 주에는 조금 더 흥미로운 주제로 휴가철 읽을만한 시집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지치기 쉬운 무더위, 여러분 모두 시 한 구절로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는 한 주 보내시길 희망합니다.

    시 배달부 주영헌 시인 드림.

    ☞ [참고] 독해 난이도 표시(개인적인 판단입니다)

    ○○○○○ [초 급] 누구나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시집
    ●○○○○ [중초급] 일상적이고 편안하게 읽히는 시집
    ●●○○○ [중 급] 문장의 의미를 곱씹으며 읽는 시집
    ●●●○○ [중고급] 은유가 많아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시집
    ●●●●○ [고 급] 시를 많이 읽어본 독자용 시집
    ●●●●● [최상급] 난해하고 추상적인 시집
    덧붙이는 글 오는 8월 8일(토) 용인 동네책방 <생각을 담는 집>에서 북토크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송고 후 네이버 블로그 <시를 읽는 아침>에도 실립니다.

    시와 산책

    한정원 (지은이),
    시간의흐름, 2020


    여름 피치 스파클링

    차정은 (지은이),
    다이브, 2025


    필사, 어른이 되는 시간 - 소란한 세상에서 평온함을 찾는 가장 고귀한 방법

    나태주 (지은이), 보담 (삽화),
    북로그컴퍼니, 2025


    양재

    부영우 (지은이),
    시인의 일요일, 2026


    #여름휴가 #한정원시인 #나태주시인 #차정은시인 #부영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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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쓰기 보다 시읽기와, 시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9년 계간 『시인시각(현 시인동네)』 시 부문 신인상과 2019년 『불교문예』 문학평론 신인상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인류는 멸종을 예약했습니다』등 세 권의 시집을 출간했습니다. 동네책방과 도서관에서 북토크로 독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이메일 yhjoo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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