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방부가 마침내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한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에 창설하겠다는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미래전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해 지·해·공의 경계를 허무는 '통합형 장교'를 양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발표에서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점은 그동안 논의되었던 '2+2 네트워크(1·2학년 통합 교육 후 3·4학년 각 군 분산)' 방식을 접고, 자운대에서 4년 전 과정을 이수하도록 선회한 대목이다.
동고동락하며 군인 정신과 연대감을 기르는 사관학교 특유의 '자치생활 제도'를 감안할 때, 임관을 앞두고 학교를 쪼개는 것은 생도들의 정체성 확립에 심각한 저해가 될 뿐이었다. 하나의 터전에서 4년간 함께 뒹굴며 육·해·공의 합동성을 체득하도록 만든 결정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다.
"활주로와 바다가 없다"는 우려, 본질을 봐야 한다
일각에서는 "바다 없는 해사, 활주로 없는 공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예비역들의 감정적 반발과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이는 현대 군사 교육의 본질을 오해한 기우에 가깝다.
실제로 사관학교 교육과정 중 생도들이 활주로를 직접 이용하거나 바다에 상시 머무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비행교육 입문 과정이나 해상 실습 등은 특정 기간에 집중되어 있어,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위탁·집중 훈련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교육의 질'이다. 미래전은 우주, 사이버, 전자기 스펙트럼, AI가 지배하는 다영역 작전의 시대다. 이제는 비행기를 직접 조종하고 배를 모는 기능적 장교를 넘어, 첨단 기술을 이해하고 다영역을 통제할 수 있는 '스마트 인재'가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90여 개 국책연구기관과 카이스트(KAIST),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밀집한 대전 자운대는 최적의 입지다. 군과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중심지를 연계해 미래 세대에게 최고 수준의 첨단 교육시설과 연구 인프라를 제공하겠다는 청사진을 국민과 학부모들에게 지속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통합에 따르는 부정적 여론과 군 내부의 반발을 불식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정교한 공간 설계와 종합 계획이 성패를 가른다
그러나 장밋빛 구상만으로 군의 백년대계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이제 막 첫발을 뗀 국군사관학교 창설은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연간 2500여 명에 달하는 생도들을 한 곳에서 교육하고 생활하게 할 부속시설을 완비하는 것은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이를 비유하자면 활주로를 포함한 공군 비행단 하나를 맨땅에 새로 창설하는 것만큼이나 방대하고 정교한 설계가 요구되는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현재 자운대 내에 있는 9홀짜리 골프장이나 기존의 노후화된 교육 시설 재배치 수준의 미봉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자운대 내 육군종합군수학교 부지를 비롯해 기존 자원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재조정하고 정비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공간 마스터플랜이 수립되어야 한다.
아울러 자운대에 초대형 국군사관학교가 들어섬에 따라 기존에 있던 여러 부대들이 연쇄적으로 이동하게 될텐데 이에 따른 예산 조달과 행정적 비효율을 최소화하는 일도 급선무다.
군의 백년대계, 10월의 '디테일'에 주목한다
국방부는 오는 10월 구체적인 운영 방식, 입시 방안, 예산 조달 계획이 담긴 세부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악마는 늘 디테일에 있다. 자원 중복을 해소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각 군의 이기주의를 배격하고 국가 방위의 미래만을 바라보는 결단이 필요하다.
국군사관학교가 세계적인 명품 사관학교로 우뚝 서기 위해 정부와 여당은 국군사관학교 설치법 제정과 2027년도 예산 적기 반영 등 제도적 뒷받침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철저하고 정교한 준비를 통해 국군사관학교가 대한민국 스마트 강군의 든든한 요람으로 태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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