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김포이주노동자지원센타 '이웃살이'

등록 2026.07.18 17:15수정 2026.07.2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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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최고 기온이 36도를 넘나들었던 지난 일요일(7월 12일),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에 있는 이주노동자 지원센타 '이웃살이'에 갔습니다. '이웃살이'는 천주교 예수회가 이주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2004년에 설립한 단체로 그분들의 좋은 이웃이 되어주고 있는 곳입니다.

2004년 고용허가제가 시행되며 유입된 이주노동자들은 국내 제조업과 3D업종의 인력난을 해소해주고 있습니다. 중소 제조업 공장이 많은 김포에는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휴일 오전인데도 사람들이 제법 많이 와있었습니다. 마당에는 재활용 물품들을 진열해 놓은 곳이 있었습니다. 여행용 큰 가방을 비롯해서 신발, 모자, 옷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이 좋아할 장난감도 많았습니다. 필요한 물품들을 고르는지 이것저것을 들춰보고 만져보는 사람들도 보였습니다.

김포 이주노동자센타 '이웃살이'

실내로 들어가니 상담해주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는 노동자가 있었습니다. 무척 진지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는 걸로 봐서 혼자 해결하기에는 쉽지 않은 문제를 상담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한쪽에서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어린이들도 있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의 자녀들일 겁니다.

 '이웃살이'에서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재활용 생활 필수품들을 무료로 나눠드립니다.
'이웃살이'에서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재활용 생활 필수품들을 무료로 나눠드립니다. 임영미

 부모님을 따라서 온 이주노동자들의 자녀들입니다.
부모님을 따라서 온 이주노동자들의 자녀들입니다. 임영미

이주노동자센터인 '김포 이웃살이'를 알게 된 건 지난 1월부터였습니다. 여럿이 함께 만들고 꾸려가는 공유책방인 '강화포도책방'은 처음 만들어질 때(2025년 10월)부터 수익금의 일정 부분을 떼어 사회적 약자들을 돕는 데 쓰기로 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시설에서 지내다 성인이 되어 홀로서기를 하는 청년들을 돕고 있습니다. 또 이주노동자들의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 애쓰는 '이웃살이'도 후원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는 자기 나라를 떠나서 다른 나라에서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을 뜻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이주 노동자)은 약 110만 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2025년 기준). 베트남이 가장 큰 규모의 이주노동자 집단(약 25만 명)이며, 그 뒤를 중국계(약 20만 명), 네팔(약 6만 명), 캄보디아(약 5만 명), 태국(약 4만~5만 명), 인도네시아(약 4만 ~5만 명), 우즈베키스탄(약 4만명) 등이 잇고 있습니다. 그외에도 스리랑카, 미얀마, 필리핀, 몽골,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동티모르, 라오스, 타지키스탄 등지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김포시 통진읍에 있는 이주노동자 지원센타 '이웃살이'는 이름 그대로 이주 노동자들의 좋은 이웃이 되려고 노력하는 단체입니다. 이주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이나 산업 재해 같은 일을 당하면 도와주는 '노동 상담'과 '의료 지원 서비스', 그리고 오갈 데 없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긴급 쉼터'도 제공합니다.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을 위한 한국어 교육, 다문화 가정 아동을 위한 공부방도 운영합니다. 결혼 이주민 여성을 위한 공부방도 있습니다. 그외 지역민들이 기증한 생활용품들을 이주노동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일도 합니다.


 김포이주노동자지원센타 '이웃살이'의 이시돌 신부님이 선풍기를 손보고 있습니다.
김포이주노동자지원센타 '이웃살이'의 이시돌 신부님이 선풍기를 손보고 있습니다. 임영미

'이웃살이'에서 소개 받은 두 가정을 방문했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아케' 님은 남편과 한국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시누이 그리고 두 아이와 함께 삽니다. 지난 4월에 방문했을 때는 집이 습해서 곰팡이가 많이 피어 아이들이 자꾸 아프다고 했는데 새로 이사한 집은 2층이라 밝고 깨끗해 보였습니다. ​

카자흐스탄에서 온 이주노동자 '아케'

그 집 현관 앞에 아이 둘을 태울 수 있는 쌍둥이 유모차가 있었습니다. 연년생인 두 아이를 데리고 다니려면 쌍둥이 유모차가 꼭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포도책방에서 구해다 준 것입니다.

'아케'님이 환하게 웃으며 우리를 반겼습니다. 한국 나이로 세 살인 '아이린'은 낯을 가리는지 우리를 보자 울었습니다. "아이린, 반가워~~." 하며 손을 내밀었지만 낯선 사람을 보니 두려운지 엄마 뒤에 숨었습니다. 태어난 지 9개월이 된 둘째 '아이누르'의 이름은 카자흐스탄 말로 '환하게 빛난다'라는 뜻이라고 하더군요. ​

 "아이린, 반가워." 하며 손을 내밀었지만 아이린은 우리가 낯선지 얼굴을 돌렸습니다.
"아이린, 반가워." 하며 손을 내밀었지만 아이린은 우리가 낯선지 얼굴을 돌렸습니다. 임영미

 수박과 쌀, 간단한 부식류와 아기 기저귀 등을 선물했습니다. 태어난 지 9개월 된 '아이누르'의 이름은 카자흐스탄 말로 '환하게 빛난다' 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수박과 쌀, 간단한 부식류와 아기 기저귀 등을 선물했습니다. 태어난 지 9개월 된 '아이누르'의 이름은 카자흐스탄 말로 '환하게 빛난다' 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임영미

지난 4월에 만나고 이번이 두 번 째 만남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두 아이의 엄마인 '아케'님은 우리가 좀 편한가 봅니다. 사는 형편을 물어보니 아이들의 아빠가 본업 외에도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더군요. 두 아이를 키우며 사느라 빠듯할 텐데 카자흐스탄에 있는 어머니께 송금도 해드리고 한국 대학교로 유학을 온 여동생의 학비도 보태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쌍둥이 유모차 덕분에 두 아이를 데리고 나들이도 할 수 있었다며 무척 고마워 했습니다. 사는 형편은 그리 넉넉해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족이 모여 사니 행복해 보였습니다.

몽골 사람 '욜리온나'

​카자흐스탄에서 온 '아케'님 집을 나와 몽골에서 온 '욜리온나'님 집을 찾아갔습니다. 욜리온나님은 중학생인 아들과 둘이 삽니다. 미등록 노동자였던 남편은 추방되어 몽골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여자 혼자서 아이를 교육시키며 사느라 얼마나 힘이 들지 안 봐도 알 것 같았습니다. 조만간 남편이 돌아온다고 하니, 그래도 다행입니다. 욜리온나님의 남편이 등록 노동자가 되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기를 빌었습니다.

욜리온나는 공장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해 손가락 두 개를 잃었습니다. 다친 손가락의 색깔이 달랐습니다. 그 손을 부여잡으며 쓰다듬으니 더운 날인데도 손가락이 차가웠습니다. 여름인데도 이렇게 차가운데, 겨울에는 얼마나 시릴까요? 마음이 아팠습니다.

 쌀과 과일, 부식류를 챙겨서 이주노동자 가정을 방문했습니다.
쌀과 과일, 부식류를 챙겨서 이주노동자 가정을 방문했습니다. 임영미

'욜리온나'는 한국에 온 지 10년 가까이 되었다고 합니다. 아들은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녔고 지금은 중학생입니다. 그러니 그 아들은 몽골 사람이기보다는 한국 사람에 더 가까울 것 같습니다. 우리가 간 그날도 친구들과 놀러 가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아케'님도 또 몽골에서 온 '욜리온나'님도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낯선 한국으로 왔을 것입니다. 모든 게 다 낯설고 지내기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도 용기있게 잘 살아낸 것은 '이웃살이'와 같은 한국 친구들이 있어서였을 겁니다. 일터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다 마음을 써주었을 것입니다. 동네의 이웃들도 웃으며 말을 걸어주었을 겁니다. 학교의 선생님과 친구들도 따돌리지 않고 대해주었을 겁니다.

 몽골에서 온 '욜리온나 '님, 중학생 아들을 키우며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몽골에서 온 '욜리온나 '님, 중학생 아들을 키우며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임영미

좁은 방에 여러 사람이 앉으니 꽉 찼습니다. '욜리온나'가 냉장고에서 커피 캔을 꺼내와서 우리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괜찮다고 해도 자꾸 권했습니다. 뭐라도 하나 대접하고 싶어하는 그이의 마음을 기쁘게 받았습니다.

어린 애 둘을 키우며 부지런히 살고 있는 '아케'님 집도 또 혼자 아들을 키우며 열심히 살고 있는 '욜리온나'님의 집도 형편이 더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다친 손가락 때문에 옳은 일자리를 얻지 못한다는 '욜리온나'에게 좋은 일자리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다세대 주택들이 빽빽하게 모여있는 동네 골목을 빠져나오며 돌아보니 그때까지도 '욜리온나'는 우리를 배웅하고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강화뉴스'에도 실립니다.
#이주노동자 #김포이주노동자지원센타 #김포이웃살이 #김포이주노동자지원센타이웃살이 #강화포도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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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을 '놀이'처럼 합니다. 신명나게 살다보면 내 삶의 키도 따라서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살핍니다.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아침이 반갑고 저녁은 평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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