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6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성재 사건 1심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에서 이뤄진 조치를 단순한 비상대비 업무로 보지 않았다.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 국무회의에 참석한 뒤 법무부 청사로 돌아와 간부회의를 열었다. 이후 포고령 위반자 출국금지 검토, 교정시설 수용 여력 확인,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검사와 검찰 직원을 파견하기 위한 준비 등을 지시했다.
재판부는 이 조치들이 서로 떨어진 행정행위가 아니라고 봤다. 정치적 반대세력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등의 출국을 막고, 체포한 사람을 수용하며, 합동수사본부에 수사 인력을 제공하는 하나의 연속된 강제력 체계라고 판단했다. 여기서 재판부는 심우정 당시 검찰총장의 역할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박 전 장관은 2024년 12월 3일 오후 11시 1분께 심 전 총장에게 전화해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등 인력 파견 요청을 지시했다.
"피고인 박성재가 법무부 검찰국 검찰과장 임세진, 검찰총장 심우정 등에게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의 검사 등 인력 파견 요청에 대한 협조를 지시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음."
"피고인 박성재가 심우정에게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의 공공수사 관련 검사, 과학수사 관련 수사관 등 인력 파견 요청 협조에 관한 지시사항을 전달하여 심우정이 소관 부서로 하여금 이를 이행하도록 하였고, 그 과정에서 대검찰청과 관련 기관의 소관 부서장 사이에 의사소통이 이루어진 것으로 봄이 합리적임."
이 대목이 바로 심우정 수사의 핵심이다. 박 전 장관에서 심 전 총장으로 지시가 전달됐고, 심 전 총장에서 대검 소관 부서로 이어졌으며, 대검과 관련 기관 사이에 실무적 의사소통이 이뤄졌다는 판단이다. 법무부 장관-검찰총장-대검 소관 부서-관련 기관으로 이어지는 지휘·실행 구조를 재판부가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특검이 밝혀야 할 것은 박성재-심우정 통화 '이후'
박 전 장관과 심 전 총장이 계엄 선포 당일 통화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다. 결국 특검이 밝혀야 할 것은 통화 이후 검찰 조직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다.
구체적으로 심 전 총장이 지시를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대검의 어떤 부서가 움직였고 파견 인력 명단이 검토됐는지, 계엄사령부·국방부·법무부와 연락을 주고받은 간부가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
특검은 재판부가 "심우정이 소관 부서로 하여금 이를 이행하도록 했다"고 판단한 근거를 심 전 총장의 실제 행위와 연결해야 한다. 이미 재판부는 두 사람의 첫 번째 통화가 어떤 맥락에서 이뤄졌는지도 판단했다.
"피고인 박성재와 심우정의 첫 통화는 피고인 박성재가 윤석열로부터 받은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가운데 이루어졌음."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에 따르면 두 사람의 통화는 법무부와 검찰 사이의 일반적인 상황 공유를 넘어선다. 윤석열씨의 지시가 법무부 장관을 거쳐 검찰총장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이뤄진 통화였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또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피고인 박성재에게 검사 등 인력 파견 요청 협조를 지시하고 그 인사안을 재가할 권한을 가진 사람은 윤석열밖에 없었으므로, 피고인 박성재가 윤석열로부터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등 인력 파견 요청 협조 지시를 받고 이를 임세진 등에게 전달한 것으로 봄이 합리적임."
특검은 심 전 총장이 박 전 장관에게서 지시를 전달받을 당시 그 출발점이 윤석열씨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 합동수사본부가 누구를 수사하기 위해 구성되는지, 검찰이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는지 어느 정도 인식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지시의 경로와 심 전 총장의 인식 정도가 단순한 인사 협조였는지, 계엄 실행을 위한 준비였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비상계엄 하 재판 관할' 문건의 목적
특검이 대검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비상계엄 하 재판 관할' 문건도 핵심 수사 대상이다. 문건에는 계엄 상황에서 수사와 재판 관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정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심 전 총장 측은 비상 상황에 대비한 원론적 법률 검토였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문건 제목이 아니라 작성 배경과 용도다.
누가 작성을 지시했고, 심 전 총장은 언제 보고받았으며, 전무곤 당시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혀져야 한다. 포고령 위반자와 중앙선관위 부정선거 의혹 관련자를 누가 수사하고 어느 법원에서 재판할 것인지까지 검토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재판부는 당시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당시 포고령 위반자, 중앙선관위 부정선거 의혹 등 수사를 위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구성 절차가 실제 진행되고 있었고, 검찰이 그 수사에 참여할 것이 예정되어 있었음."
물론 심 전 총장 측이 내세울 가장 강한 반론은 검사 파견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로 계엄이 몇 시간 만에 무산됐고, 검사들이 합동수사본부에 실제 파견되지 않았으니 실행된 범죄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박성재 사건 1심 재판부는 실제 파견 여부만을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 전 장관이 계엄의 위헌·위법성과 국헌문란 목적을 인식한 상태에서 출국금지, 수용시설 확보, 검사 파견 협조를 준비하도록 지시했는지를 따졌다.
"피고인 박성재의 검사 등 인력 파견 요청 협조 지시는 윤석열의 정치적 반대세력 제압을 위한 출국금지 관련 조치, 수용 여력 확보의 핵심적인 전제조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함."
종합하면 박성재 전 장관도 수사 단계에서는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그러나 본안 재판부는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심우정 영장 기각 역시 사건의 결론일 수 없다. 영장은 기각됐지만 박성재 1심 재판부가 남긴 질문은 아직 기각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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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심우정 영장 '일단' 기각...규명 필요한 박성재 판결문 속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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