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문화론"을 내세우며 년 3회 발행의 <문화과학>이 1992년 여름에 창간되었다. 발행인 겸 편집인 강내희, 편집장 황동일, 편집위원 강내희·박거용, 심광현·조만영·이득재·이상욱, 펴낸 곳 문화과학사다.
창간호는 좌담 '현 단계 자본주의 문화현실과 과학적 문화이론의 모색', 특집 '과학적 문화론을 위하여', 문화현실 코너에 '라디오 이대로 들을 것인가', '정치 포스터와 이미지 조각'이 눈길을 모은다.
편집위원 이름의 창간사 앞 부분이다.
역사의 한 순환이 끝나고 새로운 순환이 시작하고 있다. 인류 진보의 대안을 제시하던 현실사회주의가 몰락하고 세계는 자본주의 단일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이제 지배세력인 자본은 전지구적으로 별 저항도 받지 않고 그 지배를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 전세계 진보세력은 심대한 위기에 처해 있으며 우리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국내 진보진영은 이론과 실천 양 측면에서 침체의 늪에 빠져 일부는 '청산'의 길을 가기도 한다. 그러나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모색과 창조를 위해 고통을 감내하는 민중이 있기 때문이다. 자본의 전지구적 지배로 인류 운명의 더 큰 위기에 빠진 지금이야말로 역사의 또 다른 순환을 위한 새로운 기획을 세울 때다. 우리는 <문화과학>으로써 이 기획에 동참하고자 한다.
우리가 '문화과학'의 이름으로 진보의 기획에 동참하는 것은 문화가 전에 없이 중요한 계급투쟁의 장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 단계 지배세력은 독점자본주의체제의 구축으로 사회의 전영역을 장악하면서 자신의 지배구조를 재생산하고 있고 진보진영은 그 지배구조를 변혁하고자 한다.
오늘날 문화가 이 재생산과 변혁에 대해 가지는 역할은 아주 크다. 문화는 재생산에 지대한 기능을 하는 이데올로기 작동의 중심 영역이면서 또한 변혁의 꿈이 마련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에 대해 과학적인 인식을 확보하는 것은 현 단계 지배에 대한 정확한 대응의 하나이며 지배구조의 변혁을 위한 단초를 여는 일이다. 우리『문화과학』은 문화에 대한 과학적 인식 확보를 통해 변혁에 기여할 것을 창간취지로 삼는다.
우리가 <문화과학>의 성격을 문화이론 전문지로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문화를 과학적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문화이론의 수립은 필수다. 하지만 현재 과학적 문화이론은 그 정초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현 단계 문화이론은 관념론으로 크게 물들어 있고 과학적 문화이론 구성을 위해 필요한 기본 개념들조차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관념론으로 가동되는 부르주아 문화이론이 진보적 문화이론 진영 일부에 침투하는 일도 그래서 드문 일은 아니다.
과학적 문화이론을 수립하려면 문화이론에 침투한 관념론을 극복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우리는 이 극복이 결코 만만치 않은 직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절대 포기해서도 안 될 과제임을 명심하고 있다.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유물론적 문화이론의 정초를 놓아야 한다. 관념론적 문화이론을 극복하는 길은 오로지 유물론의 터전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관념론적 부르주아 문화이론을 비판하기도 하겠지만 그것의 극복을 위해 더 큰 노력을 기울이고자하며 따라서 유물론에 바탕을 둔 과학적 문화이론을 구성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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