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집권 노동당의 앤디 버넘 하원의원이 영국 신임 총리로 확정됐다.
노동당은 17일(현지시각) 특별 당대회를 열어 대표 경선에 단독 후보로 출마한 버넘 의원이 당 소속 하원의원 403명 중 379명의 지지를 얻어 새 대표로 선출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버넘 대표는 오는 20일 취임한다. 키어 스타머 총리가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국왕을 만나 사임을 공식 보고하며 물러나고, 곧이어 찰스 3세가 버넘 대표를 버킹엄궁으로 초청해 정부 구성을 요청하게 된다.
버넘 대표가 이를 수락하면 공식적으로 영국 총리가 된다. 영국은 전체 의회 투표 없이 집권당 대표가 자동으로 총리가 된다.
버넘 "국민이 새로운 정치 간절히 원해"
스타머 총리는 2024년 7월 총선 압승으로 이끌며 14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하지만 잇따른 정책 실패와 당내 분열을 막지 못했다.
특히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우익 영국개혁당에 밀려 참패하면서 당내 사퇴 압박에 총리직을 내려놓게 됐다.
영국 <가디언>은 "정권을 탈환한 노동당은 혁신적인 사회민주주의적 접근 방식을 제시할 비전과 야망을 품은 지도자가 필요했지만, 안타깝게도 스타머 총리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라고 평가했다.
당내에서는 그레이터맨체스터 시장직을 발판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은 버넘 대표가 스타머 총리를 대신할 인물로 급부상했다. 버넘 대표는 지난달 18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하원에 재입성했고, 한 달 만에 당 대표에 올랐다.
버넘 대표는 이날 취임 연설에서 "국민은 새로운 정치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라며 "노동당은 이제 단결됐으며, 그 단결의 힘을 오랫동안 정치가 다시 희망을 가져다주기를 기다려온 국민과 지역사회를 위해 쓰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영국은 1980년대(보수당 마거릿 대처 정부 시절) 이후 잘못된 길로 들어서 정치 권력이 중앙집권화하고, 경제 권력은 민영화했다"라며 "지난 40년간 신자유주의가 도시뿐만 아니라 노동자 계층에도 피해를 입혔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계속 내분에 휘말리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영국의 새로운 우파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며 "내게는 계획이 있다. 지지율을 올리기보다는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불평등 해결에 승부 걸었다... "복잡하고 위험" 우려도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언론계에 몸담았다가 20대 초반 정계에 입문한 버넘 대표는 17년간 하원의원을 지내면서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 정부에서 문화부·보건부 장관과 재무부 수석 부장관, 내무부·보건부 차관 등을 거쳤다.
두 차례 당 대표 경선에 도전했으나 모두 패배한 그는 2017년 중앙 정치를 떠나 그레이터맨체스터 시장에 당선됐다.
그는 시장으로 일하면서 버스 공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지역 불평등과 물가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보수당의 보리스 존슨 정부가 지역을 폐쇄하면서도 주민들의 소득 보전을 약속하지 않자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치적 위상을 키웠다.
지역 성장률을 크게 올렸고, 친서민 정책으로 행정 능력을 인정받아 3선까지 성공하며 '북부의 왕'으로 불린 버넘 대표는 총리가 되어서도 중앙 정부의 권한을 지방 의회와 당국에 대거 이양하겠다는 지방 분권 강화를 내세웠다.
그러면서 맨체스터에 제2 총리실을 둬 지방 정부와 효율적으로 업무를 조율하는 '북부 총리실'(No. 10 North)을 설치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 "정부의 권력을 지역 사회에 되돌려주겠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영국 정치권에서는 누가 총리가 되더라도 높은 국가부채와 물가, 브렉시트 이후 고착화된 저성장, 이란 전쟁 비협조 이후 압박 강도를 높이는 미국과의 갈등까지 여러 난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버넘 대표가 서구 세계에서 가장 중앙집권적인 국가 중 하나인 영국을 변화시켜 고질적인 지역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자신의 정치 인생을 걸었다"라며 "하지만 그의 야심은 매우 복잡하고, 상당한 위험을 수반할 것이며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