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항에 전국에서 달려온 오징어배들이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신문웅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항에서 본격적인 오징어 조업철이 시작됐지만 지역 위판장은 활기를 잃고 있다.
일부 오징어 어선들이 서산수협 안흥위판장을 외면하고 전북 군산 등 다른 지역 위판을 검토하거나 실제 물량을 돌리면서 지역경제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위판 수수료와 하역비 문제가 불거졌지만, 그 이면에는 오징어 TAC(총허용어획량) 제도, 수산물 유통 구조, 어업 현장의 조업 여건, 지역 내 다양한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해양수산부와 서해어업관리단, 해경이 합동 특별단속을 준비하면서 이번 논란은 단순한 수협과 어업인 간 갈등을 넘어 수산 유통 질서와 정책 전반을 점검해야 하는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위판 비용 부담 크다"... 선주들 개선 요구
최근 일부 오징어 자망어선 선주들은 서산수협 안흥위판장 이용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선주들이 제기하는 대표적인 불만은 크게 두 가지다.
선주들이 제기하는 주요 요구사항은 위판 수수료 조정과 하역비 부담 완화다. 현재 서산수협 위판 수수료는 4.8%이다. 일부 선주들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부담이 크다며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수협 측은 해당 수수료는 수십 년 동안 유지돼 왔으며, 관련 규정에 따라 결정된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하역비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위판금액 기준 약 2% 수준으로 운영되는 하역비에 대해 일부 선주들은 비용 부담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항운 관계자들은 인건비와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하면 재 수준은 현장에서 필요한 비용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위판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구조를 둘러싸고 어업인, 수협, 하역 노동자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매 논란과 TAC 제도... 구조적 문제 지적
이번 사태를 단순히 수수료 갈등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 수산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특히 수산물 유통 과정에서 수협 위판을 거치지 않는 거래 방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 현장에서는 수협 위판을 거치지 않는 거래 방식과 관련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관계기관은 유통 과정에서 위법 사례가 있는지 확인하고 정상적인 거래 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협 위판은 어획량 관리와 거래 투명성 확보라는 기능을 갖고 있는 만큼, 정상적으로 위판하는 어업인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지는 구조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TAC 제도도 또 다른 원인이다. 오징어 쿼터가 부족한 일부 어선들은 다른 어종을 조업하다가 오징어가 많이 잡히면 정상적인 위판 대신 사매로 유통시키려는 유인이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어획량은 있는데 제도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음성 유통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 서산수협 신진도 위판장에 오징어를 사기위해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신문웅
"신진항 떠날 수 있다", 근해자망 어선들 개선 요구
신진항을 주요 조업 거점으로 이용하는 전국 근해자망 어선 선주들은 최근 위판 제도와 항만 운영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선주들은 ▲ 타 지역 어선 접안 문제 ▲ 위판 수수료 ▲ 하역비 부담 ▲ 지역 내 갈등으로 인한 피해 등 개선 요구사항을 관계기관에 전달하고, 다음 입항 때까지 시정되지 않을 경우 신진항 대신 다른 지역 항구를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움직임이 현실화 될 경우 신진항 위판 물량 감소는 물론 지역 상권과 수산업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일부 선주들이 제기한 주요 문제 중 하나는 타 지역 어선의 접안 여건이다. 이들은 지난해 발생한 선박 화재 이후 지역 어선주들의 민원 제기로 타 지역 어선들의 접안이 어려워졌고, 기상 악화 시 피항 선박들마저 접안에 불편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선주들은 "항구는 조업과 피항을 위한 공공시설인 만큼 안전한 이용 환경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위판 수수료와 하역비 구조 개선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선주들은 지역별 비용 구조를 비교해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하역비 역시 현재 위판금액 기준 방식보다 오징어 물량을 기준으로 한 정액 방식이 현장 상황에 더 적합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접안 문제는 지역 주민 안전과 항만 관리 문제와도 연결돼 있어 어업인 요구와 지역사회 의견을 함께 조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서해안에서 잡힌 살아있는 오징어가 신진도항 한 중매인의 수족관에서 판매를 기다리고 있다.
신문웅
근해자망 어선 선주들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다른 지역 위판장 이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신진항은 오징어와 꽃게 등 주요 수산물 위판이 이뤄지는 서해안 대표 어항 가운데 하나다.
만약 상당수 어선이 군산이나 타 지역 위판장으로 이동할 경우 위판 물량 감소는 물론 운송업체, 얼음공장, 하역업체, 식당, 숙박업 등 지역경제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특별단속 시작, 그러나 풍선효과 우려
정부는 신진항 일대 수산물 유통 질서를 점검하기 위해 해양수산부와 서해어업관리단, 해경 등이 참여하는 합동 점검을 준비하고 있다. 수협 위판을 거치지 않는 거래 등 유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법 행위를 점검하고 정상적인 유통질서를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어업인들은 신진도만 강하게 단속할 경우 어선들이 다른 지역 위판장을 선택하는 등 예상하지 못한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어선들은 이미 다른 지역 위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유통 질서 확립과 함께 어업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선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진도항의 오징어 위판은 단순히 수협 운영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징어 한 상자가 위판되면 운송업체, 얼음 공장, 어구업체, 급유업체, 식당, 숙박업, 소매업등 지역경제 전체가 함께 움직인다.
만약 위판 물량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경우 직접적인 위판 수익뿐 아니라 관련 업종 전반의 경제 활동에도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여름철은 신진도 지역경제의 중요한 성수기다. 오징어 위판이 줄어들 경우 상당한 지역경제 효과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제는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이번 논란 과정에서는 일부 관계자들 사이의 의견 충돌과 민원 제기가 갈등 확대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수산업 현장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개인 또는 집단 간 의견 차이가 지역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지 않도록 조정 과정이 필요하다.
다만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일부 주장과 관련해서는 당사자별 입장이 다를 수 있어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사법절차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개인 간 갈등이 지역 수산업 전체의 문제로 비화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 올해 오징어가 풍어가 예상되는 가운데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항에 서산수협 위판장에서 경매를 통해 20마리 한 상자에 사이즈 별로 6-8만 원 대에 소비자들에게 팔리고 있다.
신문웅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히 단속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현실과 괴리된 TAC 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어업 현장의 조업 여건과 제도 운영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TAC(총허용어획량) 제도가 실제 조업 환경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점검하고, 어업 형태별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또 위판 수수료 체계와 하역비 구조도 수협과 어업인, 노동자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객관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불법 사매에 대해서는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정상 위판을 선택하는 어업인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제도적 유인도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태안군도 이번 사태를 단순히 수협 내부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 차원의 위기로 인식해야 한다.
수협, 어업인단체, 노동조합, 중매인, 관계기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갈등을 조정하고 지속 가능한 유통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중재안 노력 절실해
신진도 오징어 사태는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 문제다. 위판 비용 부담, 유통 구조, TAC 제도, 항만 운영, 이해관계 충돌 등이 함께 얽히면서 지역경제 전체를 흔들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원칙은 있다. 정상적인 위판 질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불법적인 유통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 동시에 현실과 맞지 않는 제도가 현장의 갈등을 키우고 있다면 정부 역시 책임 있는 개선에 나서야 한다.
태안은 전국 최대의 연근해 수산 전진기지 중 하나다. 오징어 위판장이 흔들리는 것은 단순한 수협의 문제가 아니라 태안경제의 기반이 흔들리는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도 개선과 사회적 대화다. 서산수협은 조합원과 선주들의 목소리를 더욱 적극적으로 듣고, 어업인 역시 투명한 유통 질서 확립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 태안군 역시 지역경제를 지키기 위한 중재와 정책 건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번 오징어 사태를 지역 갈등으로 끝낼 것인지, 아니면 우리 수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전환점으로 만들 것인지는 지금부터 관계기관들의 대응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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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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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한 상자가 흔드는 태안 경제... 수수료 갈등 뒤 숨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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