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겨울 계간 <문학·판>이 열림원에서 창간되었다. 발행인 정중모, 편집인 이인성, 편집위원 김예림·박천하·성기완·함성호, 주간 이영희, 편집팀장 양선희다.
창간호 특집 '엽기적 상상력'에 5편의 전문가 기고, 권두비평 '열린 문학의 시대', 테마 산문 '여자들(1)', '테러리즘에 관한 단상', '세계문명과의 대화는 가능한가', '현대문명의 변화된 공간에 대한 상상력', '폭력의 언표들과 죽음의 위상학' 등이 실렸다.
편집인 이인성의 '편집인의 첫 마디'라는 창간사 중간이다.
우리가 이 잡지의 제목을 정하며 '문학'과 '판' 사이에 사잇점을 찍어놓은 이유도 이상과 같은 성찰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현실 사회의 다른 무수한 판들처럼 '문학'과 '판'은 아무 의식 없이 한 단어로 결합될 수가 없다. '문학·판'도 판은 판이되 전혀 다른, 다를 수밖에 없는 판인 것이다. 이 사잇점에는 '판'을 '문학'으로 견제하고 '문학'을 '판'으로 견인하려는 우리의 의도가 들어 있다.
우리는 언제나 문학 그 자체로 돌아가 모든 것을 되새김질하면서 문학을 판 위의 활기로 이끌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리하여 이 잡지가, 점점 더 교묘하게 다가오는 온갖 억압과 온갖 안일에 저항하고, 달콤한 망각 대신 쓰디쓴 각성을 기꺼이 받아들이도록 해주는 문학적 체험장으로 제공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잡지(雜誌)란 잡스럽다. 그러나 어찌 보면 문학은 잡스러움에 어울린다. 잡스러움을 통해, 잡스러움의 바닥을 쓸며, 잡스러움을 가로질러, 문학은 솟아오른다. 삶의 가장 낮으면서도 구체적인 곳이 문학의 토대인 까닭이다. 우리는 이 잡지가 그런 의미의 잡스러움에 밀착 하려 노력할 것임을 약속한다. 덧붙여 우리는 인정한다.
그 잡스러움 탓에 잡지란 매우 한시적이라는 점을, 영원의 환상에 빠진 잡지는 추하다. 조금만 솔직히 생각해보면, 편집자의 지성이란 것이 얼마나 잡스럽게 한 시대의 한계에 갇혀 있는지를 금방 깨달을 수 있다. 한 시대의 문학적 판이 다음 시대의 문학적 판에 녹아 들어가면 문학잡지의 소명은 끝난다. 우리는 그 진실을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이 잡지를 시작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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