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피톨리오 광장으로 오르는 길
김연순
카피톨리노 박물관은 로마 캄피돌리오 언덕 꼭대기에 있는데 언덕 위 캄피톨리오 광장을 설계한 이는 우리에게 익숙한 부오나로티 미켈란젤로다. 미켈란젤로는 광장에 이르는 계단의 경사를 완만하게 설계했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넓어진다. 천천히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어렵지 않게 광장에 다다르게 되는데 그 연결이 매우 자연스럽다. 광장에 이르면 건물들은 사다리꼴로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배치가 시각적으로 광장을 넓게 느껴지게 한다.
광장 정면에 궁전(현재는 시장 관저)이 있고 양쪽으로 또 다른 두 개의 궁전이 마주 보고 있다. 세나토리오 궁전, 콘세르바토리 궁전, 그리고 누오보 궁전이 지하 회랑으로 연결되어 지금은 하나의 박물관 단지를 이루고 있다.
박물관에 들어가려고 로마 패스(Roma Pass) 앱을 켰다. 로마 패스는 로마 여행객들을 위해 대중교통과 주요 관광지 입장 혹은 할인이 가능한 통합 패스이다. 하나로 해결할 수 있어 편리하고 비용도 절약할 수 있기에 여행을 준비하며 미리 구매해 두었다. 그런데 인터넷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 앱에서 티켓이 안 열린다. 인터넷이 안되니 답답하고 막막하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난감해 하다가 입구의 경비원에게 앱을 보여 주었다. 사무실로 가보라고 한다. 가서 사무실 직원에게 보여주니 종이 티켓을 발급해 준다. 입장부터 아주 난감이다.
고대 로마 조각상들을 둘러보며

▲ 늑대 젖을 먹고 있는 로물루스와 레무스 조각상
김연순
박물관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늑대의 젖을 먹고 있는 로물로스(Romulus)와 레무스(Remus) 조각상이다. 로물로스와 레무스는 기원전 753년 로마를 창건한 고대 로마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쌍둥이 형제다. 왕권 다툼의 비극 속에서 바구니에 던져진 채 티베르 강에 버려진 쌍둥이는 기적처럼 강가에 닿아 늑대에게 발견된 후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랐다.
성년이 되어 자신들의 출생 비밀을 알게 된 형제는 왕권을 되찾을 새로운 도시를 세우기로 하는데 새 도시는 어디에, 그리고 주도권은 누가 가질지를 두고 갈등 하게 된다. 갈등이 극에 달해 급기야 로물로스는 레무스를 살해하고 자신의 이름을 따서 도시의 이름을 '로마(Roma)'라 명명한다. 그리고 기원전 753년 4월 21일 로마의 초대 왕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 카피톨리노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석상 일부
김연순
박물관에는 그리스와 고대 로마의 조각상들이 많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기마상은 고대 로마 시대부터 지금까지 완벽하게 보존된 거의 유일한 황제의 청동 기마상이라고 한다.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석상 일부도 남아 있는데, 그 규모가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머리와 발만으로도 사람의 키보다 크다.
'말을 공격하는 사자상'을 보고 있노라면 오싹할 정도로 두려움이 느껴지고 '가시를 뽑는 소년' 조각상 앞에서는 이런 주제도 작품이 되는구나 싶어 웃음보가 터진다. 기원전 1세기 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 조각상 '가시를 뽑는 소년'은 소소한 일상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고 재미있게 느껴진다. 웅장함 또는 비장함과는 거리가 먼 작품도 다른 측면에서 감동을 불러내는 것 같다.

▲ 카피톨리노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말을 공격하는 사자상'
김연순

▲ 카피톨리노 박물관에 있는 '가시를 뽑는 소년' 조각상
김연순
2층 회화관에는 티치아노, 카라바조, 틴토레토, 벨라스케스 같은 화가들의 작품들이 있어 기대를 잔뜩 품고 둘러보았다. 그림은 여행 내내 지칠 정도로 보았으니 나중에 다루기로 한다.
3층에는 특이한 전시가 열리고 있었는데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Cartier)'와 로마 고대 조각의 보석 콜라보 전시였다. 로마의 고유 문양을 차용한 보석 작품들이 화려하게 재현 되어 있는데 정말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명품은 오랜 역사와 전통, 그리고 문화적 자산에서 나오는구나 실감한다. 전시장에는 그 어느 곳보다 사람들이 가득했고 활기가 넘쳤다. 예술 작품에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훌륭한 기획인 것 같다.
저녁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갔다. 과일이 몹시 당겼다. 토마토와 모차렐라 치즈 샐러드를 주문했다. 신맛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평소 토마토를 멀리 했다. 그럼에도 토마토가 당겼다. 그런데 웬 걸, 신맛이 아니라 신선하고 달콤한 맛이다. 올리브유 듬뿍 두른 토마토와 풍미 진한 발사믹 식초를 곁들인 모차렐라 치즈를 마구 흡입했다. 윤기 좌르르 흐르는 토마토를 한입 베어 무는 순간 도파민이 터지고 모든 피로가 사르르 녹는 듯했다. 저녁 식사로 최고였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나간 지 무려 12시간 만이었다. 아이고 삭신이야.

▲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의 풍미 가득한 저녁 식사
김연순
<이날의 교훈>
1. 여행지에 도착하면 곧바로 인터넷이 안될 경우도 있으니 숙소나 목적지의 경로를 사진으로 캡처해 두는 것이 좋다.
2. 콜로세움 입장권은 한 달 전부터 인터넷 예약이 가능한데 2층이나 지하를 관람하는 티켓은 오픈과 동시에 마감되는 경우가 많다. 1층인 아레나 입장권을 구매하는 것도 좋다. 현장 구매는 오래 기다려야 하거나 표가 없을 수도 있어 추천하지 않는다.
3. 초반에 일정을 과하게 잡지 않는다. 일정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4. 통합 패스 앱은 현물로 발급 받는 것이 좋다. 한국처럼 인터넷이 잘 터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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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생태, 평화, 인권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 왔으며 현재 제주에 살고 있다. 섬과 뭍을 오가며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는데 시간을 보내는 삶을 만끽하는 중. '홍시'라는 별칭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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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유 좔좔 흐르는 토마토, 피로가 녹는 로마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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