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1월 로드러너 도입에 반대해 열린 공동 집회. 라이더뿐 아니라 상점주 IT노동자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했다.
공공운수노조
동료들의 반응은 갈리는 분위기다. 더 독한 놈이 오는 것 아니냐는 걱정, 그래도 뭘 해도 최악이던 DH보다야 낫지 않겠느냐는 약간의 체념 섞인 기대. 그중 가장 서늘했던 말은 이것이다. 우버가 일본에서 단가삭감으로 라이더를 어떻게 쥐어짜는지 봐야 한다고, DH가 무식하게 등골을 뽑았다면 우버는 더 영악하고 교묘하게 조일 거라고.
그러나 며칠 전 우리는 배달라이더가 법원에서 처음으로 노동자로 인정받는 것을 보았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7월 3일, 배달라이더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첫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13일 뒤 우버의 인수 발표가 나왔다. 우버는 한국 법원이 세운 기준을 존중할 것인가.
이번 인수 과정에서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라이더와 상점주, 그리고 원청의 IT노동자까지 한마음으로 저지해온 로드러너를 비롯한 DH의 배차시스템은 이번 인수로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 도입을 시도하던 글로벌 본사의 시스템은 사라지고, 한국 시장에 맞게 운영돼온 기존 배민 독자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25일, 로드러너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의 행진이 있었다. 나는 그 경로와 집회 신고, 공론화 작업, 연대 단체와 참가자를 잇는 실무를 맡아 두어 달 배달을 제쳐두고 매달렸다. 그런 절박함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때 나는 두 눈으로 확인했다. 우리는 그렇게 '이긴' 경험이 있다.
이번 인수는 역설적으로 하나의 진실을 확인시켜준다. 어떤 자본이 소유를 하든, 배달 플랫폼을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현장이라는 사실이다.
공정위 심사에서 '노동'을 빼지 마라
이번 거래는 발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거래가 마무리되려면 주요 국가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 거래의 성패를 가를 핵심 분기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우버는 2024년 푸드판다 대만 사업 인수를 추진했지만, 두 플랫폼의 결합으로 시장점유율이 90%를 넘고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는 대만 당국의 판단에 가로막혔다. 거래는 무산됐고 우버는 2억 5000만 달러의 해지 수수료를 부담해야 했다. 기업결합 심사는 통과의례가 아니다.
한국에도 참고할 선례가 있다. 2020년 말 공정위는 DH의 우아한형제들 인수를 조건부 승인하면서, DH가 보유한 요기요 지분 전부를 매각하도록 했다. 당시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2019년 거래금액 기준 99.15%였다. 공정위는 매각이 끝날 때까지 요기요의 수수료와 소비자 혜택,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도록 했고, 배달원의 근무조건을 불리하게 바꾸거나 우아한형제들 쪽으로 유도하는 것도 금지했다. 기업결합 시정조치에 배달원의 노동조건이 명시된 드문 장면이었다.
그러나 그 조치에는 분명한 한계도 있었다. 배달원의 권리를 독립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매각 대상인 요기요의 경쟁력과 자산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현상 유지' 조치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이번 거래의 쟁점은 과거와 다르다. 우버는 현재 국내 배달앱을 직접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배민과의 단순한 시장점유율 합산보다, 배달과 택시 호출을 하나의 멤버십으로 묶어 이용자를 가두고 한 시장의 지배력을 다른 시장으로 옮길 가능성이 주요 심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개된 전문가 전망에서도 요기요 매각과 같은 구조적 조치보다는 수수료·배달비 정책, 거래조건의 투명성, 불공정거래 방지 등 입점업체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행태적 조치가 주로 거론된다.
여기에는 입점업체가 있고 소비자가 있다. 그런데 그 배달비를 몸으로 실어 나르는 라이더의 노동조건은 보이지 않는다. 인수 뒤 배달 단가가 깎이는지, 프로모션이 축소되는지, 미션과 등급제가 노동을 얼마나 강하게 조이는지, 배차 알고리즘과 계정 제재가 어떻게 바뀌는지는 심사의 주변부로 밀려나 있다.
공정위가 들여다봐야 할 것은 시장점유율과 소비자 선택권만이 아니다. 인수 비용이 배달 단가 삭감과 노동 강도 강화로 전가되지 않는지, 인수 전후 라이더의 노동조건이 불리하게 바뀌지 않는지도 심사의 기준이 돼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인수 발표 이후의 변화를 기록한다. 단가와 프로모션, 미션과 등급의 기준, 배차 시스템과 계정 정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하나씩 남길 것이다. 공정위의 심사표가 노동을 빼놓는다면, 현장이 나서서라도 그 빈칸을 채워 넣을 것이다. 인수 발표 이후의 모든 변화는 기록되고, 기업결합 심사가 외면해서는 안 될 증거가 된다.
지금 기준선을 세워야 한다
솔직히 두렵다. 이 인수가 아무런 조치 없이 완전히 마무리되면, 배달라이더의 독자적인 투쟁만으로 맞서기에는 벅찬 상대가 될 것이다. 미국을 등에 업은 플랫폼이다. 지금의 쿠팡이 그렇듯, 정부가 의지를 갖고 개입해도 좀처럼 손대기 어려운 통제 불능의 몸집이 될 수 있다. 규제하려 해도 어떤 통제도 먹히지 않는다면, 남는 것은 무력감뿐이다.
그래서 지금이다. 핵심은 우버를 잡는 것이 아니라, 우버가 자리 잡기 전에 기준선을 세우는 것이다. 이 일은 지금 해야 한다. 그 기준선을 세우기 위해, 라이더유니온은 인수 발표 당일 입장문을 내어 세 가지를 요구했다.
정부에는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인 배달라이더 최저보수제의 조속한 이행을 요구했다. 단가에 법으로 정한 바닥이 생기면, 인수 비용을 단가 삭감으로 회수하는 경로 자체가 막힌다. 최저보수제는 시혜가 아니라 전가 방지 장치다. 플랫폼의 소유가 누구로 바뀌든 라이더의 생계가 흔들리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우버와 배민에는 인수 비용을 배달 단가 삭감이나 수수료 인상으로 현장에 전가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라이더·상점주와의 상생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22조 원의 몸값을 만든 것은 현장의 노동이다. 그 현장을 비용 절감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함께 살아갈 방안을 내놓는 것, 그것이 우버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국회에는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을 요구했다. 미국의 통상 압박을 이유로 미뤄두는 사이, 바로 그 미국의 플랫폼이 한국 배달시장 1위의 소유자가 됐다. 플랫폼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과 계약조건 변경으로부터 상점주와 노동자를 지키는 것은 기업의 선의가 아니라 법이다.
그리고 이 싸움은 라이더만의 싸움일 수 없다. 배달 플랫폼의 노동자와 상점주, 배달앱을 만드는 IT노동자, 다른 사업장의 플랫폼노동자, 소비자와 시민까지 더 넓게 손을 잡아야 한다. 거대한 글로벌 자본의 일방통행에 맞설 연대와 공조가 필요한 때다. 우버라는 이름이 아무런 견제 없이 도로 위에 내려앉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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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라이더가 우버에 하고 싶은 말... 한국엔 '이긴'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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