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도 혼자 견뎌서는 안 돼"... 전국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2026 공익활동가주간, 전국 10개 지역서 공론장… 7월 3일 결과공유회로 갈무리

등록 2026.07.22 10:24수정 2026.07.2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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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던 활동가들이, 이번에는 자신과 서로를 향해 말했다. 2026 공익활동가주간을 맞아 6월 29일부터 7월 3일까지 전국 곳곳에서 활동가들의 대화테이블이 열렸다. 각자의 현장에서 흩어져 일하던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이 왜 이 일을 계속하는지, 무엇에 지치는지, 무엇이 있어야 더 오래 활동할 수 있는지를 서로에게 물었다.

주간 마지막 날인 지난 7월 3일에는 전국의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으는 결과공유회 '공익활동가의 오늘을 말하다: 삶, 제도, 연대'가 열렸다. 사단법인 시민 김유리 처장의 진행으로, 경기·부산·대구·경북·제주·강원·충북 등 지역 공론장의 내용을 공유하고, 삶·제도·연대라는 공통 주제를 짚었다. 지역마다 활동가대회와 이야기마당, 온라인 타운홀, 충전박람회, 아침 모임, 지역 포럼 등 방식은 달랐지만, 여러 자리에서 반복해 등장한 주제는 같았다. 활동가의 소진과 회복, 건강한 조직문화, 지역 안에서의 연결, 사회적 인정, 그리고 지속가능한 활동 기반이었다.

삶: 소진, 그리고 돌봄

 서울에서 열린 '활동가 소진을 넘어, 돌봄으로' 대화테이블에서는 공익활동가가 처한 어려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 서울에서 열린 '활동가 소진을 넘어, 돌봄으로' 대화테이블에서는 공익활동가가 처한 어려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2026 공익활동가주간 추진위원회

가장 무겁게 다뤄진 주제는 소진이었다.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은 7월 1일 '활동가 소진을 넘어, 돌봄으로'를 주제로 번아웃 대화테이블을 열고, 6월에 진행한 '공익활동가 번아웃 경험과 업무환경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공익활동가 478명이 응답한 이 조사에서 활동가의 평균 소진 점수는 3.09점(K-CBI 척도)으로 나타났다. 항목별로는 개인적 소진(3.43점)이 가장 높았고, 업무 관련 소진(3.15점), 관계 소진(2.69점) 순이었다. 소진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활동 자원과 안정성 부족'이 꼽혔다. '업무에 필요한 인력·예산·시간 등의 자원이 부족하다고 느낀다'(4.12점), '부족한 자원을 개인의 과도한 노력으로 메워야 한다'(4.01점)는 문항이 전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35세 이하 활동가들은 직무 부담과 조직 문화, 활동 효능감 저하 등에서 전체 평균보다 높은 점수를 보였다.

발표를 맡은 동행 유은강 팀장은 지원의 관점을 '사후'에서 '예방'으로, 변화의 주체를 '개인'에서 '조직·사회·생태계'로 넓히자고 제안했다. 이어진 대화테이블을 진행한 민주주의기술학교 박운정 이사장은 "활동은 혼자 하는 게 아니듯, 번아웃도 혼자 견뎌서는 안 된다"며 "서로를 지키는 문화가 결국 나를 살리고 조직을 건강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소진의 반대편에서 '돌봄'을 상상하는 자리도 있었다. 6월 29일 충남에서는 여성활동가들이 무창포 해변에 모여 1박 2일 단합대회를 열고, 그 메인 프로그램으로 대화테이블 '언니들, 우리 얘기 좀 해요'를 진행했다. 활동을 계속하게 만드는 힘을 묻자 사명감과 신념도 나왔지만 가장 많이 등장한 답은 '함께하는 동료'였다. 여성활동가로서 겪는 어려움도 솔직하게 오갔다. "왜 실무는 여성활동가가 많은데 대표는 다 남자인가"라는 물음, 육아와 활동을 병행하는 부담,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했다고 느낀 순간들이 공유됐다. 한 참가자는 "1인 사무처라 일상적으로 안부를 물어줄 사람이 절실하다"고 했고, 또 다른 참가자는 "건강검진 결과까지 챙겨준 동료들에게 돌봄받고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돌봄이 거창한 제도 이전에 서로를 향한 안부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대구에서는 청년 활동가 20여 명이 모인 '지역공익활동가 충전박람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번아웃 온도계'로 자신의 상태를 먼저 점검한 뒤, 익명 고민함에 마음을 털어놓는 '마음 테이블', 서로를 잇는 '연대의 실타래', 키워드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활동가 텔레파시' 등을 돌며 회복의 시간을 가졌다. 서로를 응원하는 과정에서 회복 온도계가 급격히 오르는 '급속충전'의 경험이 공유됐다.

 대구에서 열린 '지역 공익 활동가 충전 박람회' 대화테이블 모습.
▲ 대구에서 열린 '지역 공익 활동가 충전 박람회' 대화테이블 모습. 2026 공익활동가주간 추진위원회

제도: 자원과 지원체계


개인의 회복만으로 풀 수 없는 문제는 자연스럽게 제도로 향했다. 사단법인 시민은 결과공유회에서 보조금·민간위탁 제도의 현실과 개선 방향을 짚으며 '국가-시민사회 관계,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때'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관리와 통제 중심의 제도가 시민사회의 가능성과 역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시민사회를 행정의 하위 수행기관이 아니라 동등한 파트너로 바라봐야 한다는 진단이었다.

7월 2일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열린 공론장 '시민사회의 내일을 말하다'에서는 다양한 영역의 활동가 25명이 모여 시민사회의 위기를 함께 진단했다. 발제를 맡은 성공회대 사회과학연구소 조철민 연구위원은 2021년·2023년·2025년 세 차례 활동가 인식조사를 비교하며, 사회적 영향력 감소와 재정 기반 약화, 상근활동가 감소가 시기를 달리해도 반복되는 과제임을 보여줬다. 그는 자원 부족이 후속 세대 부족으로, 다시 혁신의 어려움과 참여·지지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짚으며, 이 고리를 끊을 개입 지점으로 '소통'을 제시했다. "오늘의 공론장은 결론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참가자들은 진단에 그치지 않고 시민사회가 함께 추진할 공동 사업을 직접 설계했다. 활동가가 떠나며 멈춘 프로젝트를 시민들과 이어가는 '그가 남았다면', 공론장을 실행과 후속 점검까지 잇는 '넥스트 공론장', 연차별 교육과 협력 체계를 갖추는 '좋은 활동가 성장 프로젝트' 등이 제안됐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 자리를 두고, 활동가들은 각자의 현장에서 잘 버티고 있지만 이들을 뒷받침하는 자원과 환경은 열악하다는 점을 '국가대표 축구팀'에 빗대기도 했다.

연대: 연결, 그리고 선언

흩어져 일하던 활동가들이 지역 안에서 다시 연결되는 장면도 곳곳에서 확인됐다. 6월 30일 부산에서는 50여 명의 활동가가 모여 '활동가, 듣고 말하고 모으다'를 주제로 이야기 모임을 열었다. 디지털 공론장 플랫폼 '빠띠 타운홀'로 실시간 의견을 나눴고, 연결·연대, 번아웃, 돌봄, 조직문화 네 갈래의 토론과 투표를 거쳐 '부산지역 활동가 53인의 선언'을 채택했다.

 부산에서는 '활동가, 듣고 말하고 모으다'를 주제로 50여 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 부산에서는 '활동가, 듣고 말하고 모으다'를 주제로 50여 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2026 공익활동가주간 추진위원회

선언에는 활동가들의 구체적인 바람이 담겼다. 형식적인 회의보다 식사 모임과 영화·독서 모임 같은 일상 속 교류로 느슨하게 연결되자는 '일상 기반 네트워크', 일주일 중 하루는 모든 연락을 끊는 제도까지 포함한 '마침표가 아닌 쉼표, 로그아웃할 권리', 번아웃이 오는지도 모른 채 지나치지 않도록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 그리고 감정적 인정과 실질적 보상이 함께 가는 '건강한 피드백과 소통 문화'였다. "활동은 일이 아니라 삶의 즐거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장이 이날 오간 마음을 압축했다.

다른 지역의 공론장도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경기에서는 활동가대회에 207명이 모여 사람·기반·성장·존중·쉼이 갖춰질 때 활동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목소리를 모았다. 경북에서는 중간지원조직과 공동육아 커뮤니티, 문화기획자 등 30여 명이 아침 8시 반에 모여 영역의 경계를 넘어 '활동가'라는 이름으로 만났고, 앞으로도 같은 시간에 계속 모이자는 약속으로 이어졌다. 제주에서는 21개 시민단체가 재정·사람·소통의 부족을 함께 짚으며 시민재단 설립과 정례 모임을 제안했고, 강원에서는 30여 명이 지역 단위 지원조직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충북에서는 비영리컨퍼런스와 공익활동가 포럼이 열려, 사회적경제와 시민사회를 잇는 '충북사회연대경제대협약'을 맺고 시민사회 관련 법 개정 방향과 정책 제안에 필요한 소통 역량을 함께 논의했다.

 제주에서는 21개 시민단체가 모여 현재의 문제를 나누고 대안을 제시했다.
▲ 제주에서는 21개 시민단체가 모여 현재의 문제를 나누고 대안을 제시했다. 2026 공익활동가주간 추진위원회

반복되는 이야기가, 조금씩 바꾼다

전국의 공론장에서 나온 이야기는 새롭지 않은 것이 많았다. 소진과 회복, 조직문화, 지역의 연결, 제도와 지원체계는 여러 해에 걸쳐 반복돼 온 과제다. 그러나 활동가들은 그 반복을 무력함이 아니라 출발점으로 읽었다. 결과공유회는 "반복되는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공론장에 올라와야 조금씩 바뀔 수 있다"는 확인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대화테이블은 활동가들이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진단하고, 필요한 조건을 함께 설계한 자리였다. 소진을 개인이 견뎌야 할 몫이 아니라 조직과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옮겨놓고, 흩어진 활동가들을 지역 안에서 다시 잇는 일.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온 이들이 이번만큼은 자신과 서로를 위해 낸 목소리가, 다음의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이제 남은 과제다.

 지난 7월 3일 전국 대화테이블의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으는 결과공유회 '공익활동가의 오늘을 말하다: 삶, 제도, 연대'가 열렸다.
▲ 지난 7월 3일 전국 대화테이블의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으는 결과공유회 '공익활동가의 오늘을 말하다: 삶, 제도, 연대'가 열렸다. 2026 공익활동가주간 추진위원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소셜임팩트뉴스에도 실립니다.
#공익활동가주간 #대화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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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저널리스트 입니다. 복잡한 사회 문제를 풀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개인과 단체의 활동을 발굴하고 분석하여 널리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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